꼴찌반 아이들은~컨닝 안 해요 <34>

2015-03-12     한지윤
"너 그러다 공연히 상사병 나는 거 아냐?"
"전설의 고향은 아니잖아."
"상사병에도 시대가 다르다든? 어쨌든 좋아. 나만 믿어라, 믿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구원을 주시려면 일원 보태서 십원을 주시고?"
"싸나이로 태어나 할 일도 많다만, 나라 위해 한 목숨 바치기로 한 내가 그거 하나 해결하지 못한대서야 말씀이나 되겠냐?"
"그래. 지구가 변해서 금성이 돼도 넌 내 친구야. 바다가 육지로 변해도 변치 말자. 알았지?"
"두 말 하면 잔소리지, 세 말 하면 단편소설이구."
그쯤에서 신중은 완전히 긴장을 풀어도 상관없다고 판단했다. 그와 함께 간사한 마음처럼 앞으로의 일의 진행에 대한 궁금증이 체면을 무시하며 고개들었다.
"호동아."
신중은 그 말을 묻기 위해 정색을 했다.
"앞으로 어떡할 계획이니?"
"신경 끊어."
"왜?"
"이미 생각해 뒀거든."
"과연 넌 천재야. 벌써 방법을 생각해 뒀단 말이지?'
"남은 것은 D데이를 언제로 잡느냐 뿐이야."
"그래? 그게 뭐지, D데이라는 거 말야."
"나도 몰라."
"뭐라고?"
"지난 주말 문화방송의 주말의 명환지 뭔지에서 그러더라."
"누가?"
"크린트 이스트 베스투우든가, 하여튼 그런 비슷한 이름가진 배우가 그렇게 말했어. 하긴 영어였다면 알아듣지도 못했겠지만……"
호동은 가끔씩 하는 버릇대로 뒷통수를 한 번 쓰윽 긁적였다.
"하여튼 좋아. D데이가 뭔지 모르지만 뜻은 짐작할 수 있어."
"역시 너구나. 대뜸 뜻을 알아차리는 걸 보니까."
"그 날을 언제로 잡을 거니?"
신중은 그 때까지 D데이의 정확한 뜻을 몰랐다. 호동보다는 나은 편인데도 그랬다. 마음속으로(D-day)일 것이다 라고만 생각했다.
그 문제에 대해 호동은 전혀 무감각 했지만 신중은 그렇지 않았다. 그날 집에 도착하는 즉시 사전을 펼쳐들고 확인했다. 그게 바로 공격 개시일, 혹은 일반적으로 계획개시 예정일 또는 목원일 등 의 뜻임을 머리에 새겨둔 것이다.
신중과 같은 학생이 있는 한 영어가 한국 땅에 들어와 몹쓸 전염병에 걸릴 일은 없는 터였다.
그렇지 않을 경우를 생각해 보면 소름이 오싹해진다.
만일 영어에도 사람처럼 에이즈가 있다고 치자. 그렇다면 그것은 분명히 한국 땅에 있는 것이다. 미국 땅 몇 달만 밟아도 벌써 혀를 굴리는 골 때리는 족속들이 가고 나면 눈에 들어오는 현실이니까.
즉 영어의 에이즈는 한국 땅에서 걸려 영원히 매장되고 말지도 모르는 일인 것이다.
호동은 그런 점에 대해 천재적인 두뇌와 더불어 헤라클레스도 못 따를 용기의 소유자였다.
원한의 38선이 허리를 잘라놓고 있지만 않다면 대뜸 북녘으로 달려가 모란봉인가 어디에 있다는 초호화 별장으로 김 씨 성을 가진 수뇌를 찾아가 담판을 지을 수도 있는 아이였다.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