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반 아이들은~컨닝 안 해요 <37>
"학생, 어디까지 가지?"
친절한 미소와 멋진 승용차에 여고생의 호기심이 대뜸 동한다.
"어디 어딘데요?"
"마침 잘됐군. 우리도 거기까지 가는 길이니 태워다 주지."
여고생은 잠시 망설인다.
"어때서 그래, 오빠 같고 삼촌 같은 사람인데?"
"정말 태워다 주시겠어요?"
그것으로 운명의 여신은 그 여고생에게 등을 돌리고 만다. 승용차에는 운전수와 또 한 남자가 뒷자리에 탔고 여고생은 조수석에 무릎을 모으고 앉아있다.
"학생 공부 잘하게 생겼군. 이름이 뭐지?"
운전수는 혹은 뒷자리의 사내가 슬슬 작전을 개시한다.
"미란이에요, 이미란."
"이름도 얼굴처럼 예쁘군."
"어머……"
제1막이 그렇게 진행되는 가운데 몇 막쯤에선가 갑작스러운 사태가 발생하게 된다.
"아참, 잊은 일이 있어서 잠깐 돌아가야겠는데 괜찮겠지?"
"좋아요."
날이면 날마다 콩나물시루 같은 버스에서 휩쓸리던 여고생이다. 동물근성 뿐인 사내라도 곁에 붙어 있으면 신경이 곤두선다. 분명히 고의적으로 팔을 이용해 젖가슴을 짓누르거나 나아가서는 더욱 지독한 순간을 당하기도 일쑤다.
뒷쪽 어디서 아무래도 심상치 않은 무엇이 계속 문지르며 치받쳐 밀고 들어오는 느낌에 돌아보면 어김없이 징그러운 사내의 얼굴이 기다렸다는 듯이 싱긋 웃거나 얌체처럼 아예 모르는 척 한다.
언젠가 어떤 여학생은 만원지하철 안에서 해괴 망칙한 일을 당하기도 했다. 손발은 고사하고 살갗조차 움직여 볼 수 없는 상태고 보면 몸의 자세를 도저히 바꾸지 못한다. 어떤 문제가 발생해도 그냥 당할 수밖에 없다.
그때 여학생이 느낀 것은 등 뒤에 밀착된 사내가 어느 순간 갑자기 뜨거운 입김을 몇 차례 내뿜는 것이었고, 뒤쪽 어디를 계속 문지르며 찔러오던 무엇이 거기에 맞추듯 몇 차례 경직되는 감각이었다.
난생 처음 당하는 일이기 때문에 그게 뭔지 몰랐다. 몹시 기분이 불쾌했을 뿐이다. 그런데 학교에 온 다음 어떤 사실을 친구로부터 듣는 순간 소스라치게 놀랐다. 세상의 모든 사내가 발정한 동물로 느껴지는 것을 억제할 수 없었다.
그 여학생 친구는 같은 짓을 당하고 나중에 보니 청바지 뒷부분에 이상한 액체 같은 게 묻어 있더라는 것이었으며, 그게 무엇인지 알게 되자 기절할 듯이 놀랐던 것이다.
어쨌든, 그런 버스나 지하철에서 시달리는 일에 비하면 승용차를 얻어탄게 행운이라고 생각한 여고생이 열 명에 여덟 명 정도는 행운이 악운으로 금방 뒤바뀌고 마는 게 불행한 현실세계의 한 단면이다. (앞에서 설명한 만원버스나 지하철에서 실제로 그런 경험을 했던 여학생들이 상당수 있을 것이지만, 그렇다고 세상의 모든 남자가 다 그런 것은 절대로 아니다.) 승용차가 돌연 으슥한 외곽지대로 빠졌을 때는 이미 늦는다.
"어디로 가는 거예요?"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