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목빙고’이전 논란
아파트 주민, 홍주성 내로 이전 요구 민원제기
문화재청,성격 맞지 않아 옮기기 어렵다 난색
2015-04-10 장윤수 기자
지난 2005년 4월 19일, 석빙고보다 1세기 앞선 17세기에 얼음을 저장한 목빙고(木氷庫)가 국내 처음으로 홍성에서 발굴됐다. 현재의 세광아파트 102동 신축부지에서 발굴된 목빙고는 가로 5.5m, 세로 23.86m, 깊이 1.5m 규모로 현존하는 18세기 경 개축된 경상도의 석빙고(石氷庫) 외에 전국에서 처음으로 발굴된 것이다.
목빙고는 △천장에 사용된 돌이 전혀 발견되지 않은 점 △벽이 돌로 만든 천장의 무게를 견딜 만큼 견고하지 못하다는 점 △벽 중하단부에 6개의 기둥구멍이 3m 간격으로 뚫려있어 천장 관련 시설이 있었다는 점 등으로 미뤄 천장을 돌이 아닌 목재로 축조했음이 확실시되고 있다. 당시 이호형 발굴조사부장은 “경주 등에서 발견된 석빙고의 비문을 보면 ‘석빙고로 개축했다’는 구절이 있다”며 “목빙고가 석빙고 이전 단계로 추정되는 점과 유적의 여러 가지 특징에 따라 오관리 유적은 17세기 경 축조된 목빙고가 맞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충청매장문화재연구원은 동학군과 관련된 1894년 일본공사관 기록에서 현재 위치에 ‘빙고치(氷庫峠)’가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목빙고는 얼음 녹은 물이 밖으로 흘러나가도록 입구에서 내부로 들어갈수록 경사져 있고, 흙을 구워 기와처럼 만든 관을 바닥에 묻어 배수시설을 갖췄다. 이와 함께 유적지 바닥에서 유기물 포함층이 발견된 점으로 미뤄 얼음저장 시 효율을 높이려고 빙고 바닥에 짚이나 갈대, 왕겨 등을 깔았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목빙고 유적은 발굴당시 아파트 신축부지 내에 위치해 건설업체와 입주민의 반발로 갈등이 일었고, 문화재위원회는 현장 조사를 벌인 후 아파트 신축부지 옆 유휴부지에 이전 복원키로 최종 결정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당시 문화재위원회는 유적을 현장 보존할 경우 아파트 단지 가운데 위치해 관리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대단위개발사업에도 차질이 우려돼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지난 2013년 아파트 입주민들은 현재 목빙고로 인해 △아파트 진입로가 우회하는 점 △저층 입주민들의 조망권 침해 등을 이유로 이전 문제를 제기했다. 오랜 기간 갈등 끝에 군은 최근 문화재청에 홍주성 내 이전 허가를 요청했으나, 문화재청은 홍주성과 목빙고의 문화재 성격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어 불허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입주민들은 여전히 목빙고의 이전을 바라고 있어 갈등은 쉽게 잠잠해지지 않을 전망이다. 아파트 상가 관계자는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기 위해서라도 이전이 되면 바람직할 것”이라면서도 “입주민들은 이전을 요구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 돼 답답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국내 유일한 문화재로써의 가치를 지닌 목빙고를 바라보는 다양한 시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