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반 아이들은~컨닝 안 해요 <42>
2015-05-01 한지윤
보자는 여전히 생각나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잘 봐, 저 중에 곱게 생긴 애 있지?"
"그래서?"
보자는 수연의 말대로 신중이 쪽을 훔쳐보았다.
"바보야."
수연이 결국 털어놓았다.
"멘스중 아니 임신중야. 그래도 모르겠니?"
"어머나!"
보자의 놀라는 소리는 신중과 호동의 귀에까지 들렸다.
"듣고 보니 정말 그렇구나! 세상에 어쩜!……"
놀라서 팔딱 뛰는 보자에 비해 수연은 이미 다른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재밌잖니?"
"재미?"
"그래."
"아니 그럼, 넌 쟤들 말대로 하겠단 거니?"
"어때서?"
"어머어머 얘 좀 봐……"
"손해볼 것도 없잖아."
"너 정말……"
"보아하니 불량한 애들 같아 뵈지는 않아."
"아무리 그렇지만 그래도, 얘!"
"그냥 얻어먹기나 하자."
보자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수연을 바라보았다. 신중과 호동의 사이와 달리 이 쪽은 덩치인 보자가 수연의 리드를 받고 있었다.
"너 그거 정말이니?"
"으응."
"미친 거 아냐?"
"하여튼 넌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어, 알았지? 모든 일은 내가 알아서 할께."
마음 후덕한 보자는 역시 낭만적이고, 여유가 있었다.
"에라, 모르겠다! 내가 이 몸에 요조숙녀 해봤자 어울리지도 않을 텐데, 뭘."
"됐어. 그럼 가자. 그런데 얘, 어디로 갈까?"
"글쎄?"
"우리가 잘 가는 그 집으로 데리고 갈까?"
수연과 보자는 저 쪽에서 호동이 불만스럽게 뒤룩거리는 것도 아랑곳 없이 의논을 끝낼 작정이었다.
보자는 수연의 의견에 반대했다.
"그건 곤란해."
"어째서?"
"소문나면 어쩌니이."
"그럼 어렇게 하자, 우리."
"어떻게?"
이때 보자는 겁도 없이 기묘한 비유를 들었다. 푸 뭐를 할 바예는 홀딱 어떻게 하고 주라던가, 하고 거침없이 말하고 있는 것이다. 즉 양쪽이 서로 모르고 있는 장소를 선택해서 가자는 것이었다.
일단계 작전을 그것으로 멋지게 성공한 신중과 호동이다.
오히려 의외로 순순히 해결되자 의아스러울 정도였지만 기분은 쫙 찢어지게 좋은 것이 사실이다.
신중은 세상에 새롭게 태어난 기분이었다.
아버지의 자유분방한 생활도, 어머니의 까닭 모를 기분전환도, 학교와 선생님들의 열화 같은 성화에 대해서도 초연해진 느낌이었다.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