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반 아이들은~컨닝 안 해요 <43>
세상을 살아가는 과정을 통해 그토록 멋진 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사실은 어머니 뱃 속에서조차 깨닫지 못했던 터였다.
넷이서 이야기 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짝이 지어졌다. 신중은 수연과, 호동은 어울리는 보자와 각각 인연의 끈을 연결시켜 나가게 된 것이다.
그러나 신중과 호동이 각별히 조심해야 될 두 가지 조건이 있었다.
첫째, S교의 학생임이 드러나지 않도록 한다.
둘째, 두 녀석이 이제 겨우 중학생이라는 사실을 커버하기 위한 필사의 노력을 경주한다. (이들은 수연과 보자가 이미 그 문제에 대해 1백 가운데 70이상의 확률로 짐작하고 있음을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하여튼 두 가지의 유의사항이 신중과 호동에게 불가분의 그림자되어 바짝 붙어 화장실까지 따라다니는 형편인 것이 사실이다.
톡 까놓고 비교, 관찰하자면 문제가 있을 수 없다. 정신적이든 신체적이든 두 녀석 모두 수연과 보자에 대해 뒤떨어질 성분이 하나도 없었다. 다만 공식적인 라벨이 중학생이라는 것 뿐이다.
호동은 물론이려니와 신중이의 고추를 본다고 해도 그렇다. 비정상적인 발육인 게 진실되게 아니면서 이미 고등학생 수준에 분명히 도달해 있었다. 사내 짜식들한테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을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해서는 남녀의 구별없이 모든 청소년들이 생각해 주기 바란다.)
그러나 여자들이란 태초적부터 몸도 마음도 요모하고 섬세하게 창조되어 있다. 외형적이며 공식적인 자신들의 위치 때문에 신중과 호동이 고민하는 이유가 바로 여자의 그 섬세미묘함에 있는 것이다.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또 있다.
맨처음 보았을 때
심장이 뚝 멈추는 듯 했고
두 번 만나고 보니
그대 없는 세상은
달 없는 그믐밤이요
앙꼬없는 찐빵이요
고무줄 없는 팬티요
호크없는 브래지어올시다……
이 정도가 되고 보니 심각해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날도 학교에 평소보다 일찍 등교한 두 악동 아닌 악동이 조용한 곳에서 만났다.
"호동아."
"왜?"
"얘기 좀 하자."
"왜 또 소란이냐?"
"내일이 일요일이잖니."
"그래서?"
"그래서가 아냐. 난 솔직이 걱정 때문에 잠도 못잤어."
"대체 뭐가?"
호동의 성격으로는 신중의 소심함을 얼른 이해하지 못했다.
"넌 태평해서 좋겠다."
"대체 뭐가 또 그 난리냐?"
"걔들이 우리가 중학생이라는 걸 알게 되면……"
호동이 계속되려는 신중의 말을 가로막았다.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