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천 ‘그림이 있는 정원’설문조사가 그리 급한가
홍성군은 ‘그림이 있는 정원’의 8경 존치여부를 놓고 지난 15일부터 설문조사에 나섰다. 군은 이번 설문조사를 오는 26일까지 군민과 외지 관광객 등을 대상으로 인터넷 및 서면을 통해 실시한다. 군은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이유에 대해 “‘그림이 있는 정원’은 구필화가의 이야기와 그림이 전국에 알려지면서 유명해져 홍성 8경 가운데 제4경으로 지정됐으나 지난해 4월 경매로 주인이 바뀌고 구필화가가 떠남으로써 그림이 없는 사설수목원이 된 만큼 8경으로 지정, 홍보할 이유가 없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는 내용을 설문조사에 전제해 놓고 있다.
군은 이번 설문조사의 타이틀을 ‘홍성 8경 유지여부 관련 긴급 설문조사’라고 붙이면서 ‘긴급’이라는 단어까지 사용한 것으로 미루어 볼 때 몹시 급한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지난달 26일 군의회에서 존치여부에 대한 논란이 벌어진지 불과 20일 만에 ‘긴급’을 전제로 한 설문조사에 나선 것을 보면 어떤 목적지를 향해 급하게 달려가고 있다는 느낌이 짙은 이유다. 이번 설문조사가 과연 옳은지, 그른지를 따지기보다 ‘꼭 이래야 하나’하는 생각부터 든다는 것이 주민들의 대체적인 여론이다. 물론 정책을 결정하는데 있어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묻고 점검하는 것은 오히려 아름다운 일이다. 그러나 홍성군은 여론조사로 주민들에게 누를 끼친 전례가 있다.
최근 서부면에 경마 장외발매소를 유치하겠다며 주민 여론을 듣기 위해 설명회를 갖다가 한바탕 소동을 불러 일으켰다. 지역 주민들 간에 찬반 양론이 벌어지고 인근 도시에서까지 불만을 나타내는 등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졌다. 한국마사회는 보령에만 장외발매소 설치계획이 있을 뿐 다른 지역엔 현재까지 없다. 그런 가운데 이처럼 소동을 일으킨지 불과 3개월만에 8경 문제로 설문조사에 나섰기에 우려스런 마음이 드는 것이다.
군민들은 군정을 잘 이끌어달라고 지자체장을 뽑았고 자신들의 의견을 대변해달라고 군의원을 뽑았기에 군은 의회와 협의하며 규정에 따라 처리해도 될 일을 사사건건 지역 주민들에게 묻는다면 주민은 피곤해지게 마련이다. 주민들에게 군정 참여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좋지만 주민을 편하게 해주는게 더 좋지 않을까 싶다. 그렇지 않으면 주민들의 머릿속에 “짐승은 올가미를 싫어하고 백성은 벼슬아치를 싫어한다”는 중국 속담이 떠오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