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지하철에 개찰구가 없는 이유
‘독일 지하철, 개찰구·검표원이 없는 까닭’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본 적 있다. 개찰구는 표를 내는 곳이다. 표를 내는 곳이나 그 표를 검사하는 검표원이 없다는 기사다. 언뜻 이해가 가질 않았다. 그 내용을 보면 이렇다. “독일의 지하철에는 한국과 달리 개찰구가 눈에 띄지 않았다. 독일 승객들은 바로 승강장으로 내려가 지하철을 탔다. 지하철 안으로 들어가자 승객들이 열차 한쪽에 있는 판매기에서 목적지까지의 운임을 계산해 스스로 티켓을 끊었다. 지하철역을 나올 때까지 개찰구나 검표원은 찾아볼 수 없었다. 검사하지 않아도 자율적으로 요금을 내는 모습이었다.”
독일의 시민교육에 대해 취재한 기자는 개찰구가 없으면 지하철을 무임승차하는 사람이 많지 않느냐고 시민교육담당자에게 물었다. 담당자는 웃으며 답한다. “내가 낸 지하철 요금이 정부로 들어간 뒤 결국 나와 내 가족을 위해 쓰입니다. 지하철이 국가의 것이 아니라 우리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누가 요금을 내지 않을까요.” 지하철이 자신의 것이라는 생각은 어떻게 독일사람들의 머리 속에 각인된 것일까? 독일의 시민교육담당자의 대답은 명확하면서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독일정부는 나치와 같은 비극이 재발하지 않으려면 깨어 있는 시민을 양성해야 한다고 보고 시민교육을 강화해 왔다는 것이다. 시민교육에서 시민의 조건은 주인의식을 갖는 것이라고 한다.
혜민스님도 어디를 가든 손님이 아닌 주인이 되라고 했다. 절이나 성당, 교회를 갔을 때, 내가 손님이라고 생각하면 할 일이 하나도 없지만 내가 주인이라고 생각하면 휴지라도 줍게 된다고….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독일이 나치의 비극이 있었다면 우리는 동족상잔의 비극이 있었다. 올해 60주년을 맞는 현충일의 슬로건은 ‘국가와 국민을 위한 희생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이다. 물론 잊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기억하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그러한 비극이 재발하지 않으려면 내가 이 나라의 손님이 아니라 주인이라는 의식이 필요하다. 호국영령의 희생과 헌신에 대한 우리들의 보답은 대한민국의 진정한 주인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