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반 아이들은~컨닝 안 해요 <48>
2015-07-09 한지윤
여중생 정도 뿐인 소녀가 부모 잘못만났거나 팔자 탓에 아버지·할아버지 같은 사내들의 바지를 벗겨 주기까지 한다는 현실에 혐오감과 저주를 느껴야만 지당할 것이다. 사는 놈이 있으니 파는 년이 있다는데 뒤바꾸어 놓아도 마찬가지다. 파는 년이 없으면 사는 놈도 없을 것이 아닌가?
약속한 제과점의 간판은 프랑슨가 파랑샌가였는데 그 부근에 한집 뿐이라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신중이 찾고 보니 프랑스도 파랑새도 아니었다. 무슨 술집이나 레스토랑처럼 파라다이스라는 간판이었다.
그가 도착한 것은 열두 시에서 30분 가깝게 아직 남아 있을 때였다. 마음이 초조하고 급했기 때문에 집 앞에서 중형택시로 곧장 그곳까지 내달은 덕분이다.
어떻게 된 일인가.
신중이 막 택시에서 내려섰을 때였다. 우연히 한 쪽을 바라보던 신중은 의아해서 두 눈이 커졌다. 호동이 먼저 와 있지 않은가. 제과점 건물과 옆 건물 사이의 골목입구에 서서 고개만 빠꼼히 내민채 손짓을 해대고 있는 것이다.
"아니!"
신중은 자신도 모르게 큰소리를 낼 참인데 호동이 급히 손으로 입을 가렸다. 조용히 하라는 뜻이 분명해서 더욱 의아했다.
얼떨떨해진 신중을 향해 호동이 손짓으로 갈퀴질을 해댔다. 빨리 달려오라는 신호였다. 신중은 바지에 오줌 싼 아이처럼 어정쩡하게 그 쪽으로 급히 다가갔다.
"어떻게 된 거야, 넌?"
신중은 호동이 기다리고 있는 골목 입구로 대시해 들어갔다. 처음에는 서먹했지만 어느덧 마음이 조급해졌기 때문이다. 산골목으로 대시해서 사이드 라인을 따라 공간돌파를 과감히 구사, 호동의 대시 사이로 태클할 듯이 들어닥치며 그렇게 물었다.
"그보다 놀랐다."
호동의 첫 마디다.
"왜애?"
"계집애들이란 정말이지 맘을 알 수 없어."
"무슨 공들여 싼 김밥 옆구리 터지는 소리야?"
"기가 막히다."
"계집애가 서서 오즘 누는 거라도 봤니?"
"그게 아니고, 내 말을 좀 들어보란 말야."
"?……"
"저기 말야, 지금 거기 누가 와 있는지 아니?"
호동은 손가락 끝으로 제과점을 가리켰다. 신중은 도깨비에 홀린 기분이었다.
"거기 누가 있는데?"
"걔들."
"개들? 제과점 안에 개가 들어가 밥먹는단 말야?"
신중의 귀에는 걔가 그냥 개로 들렸던 것이다.
"짜식은! 개가 아니고 걔!"
"걔 누구?"
"안되겠다. 그만두자."
곧이어 신중이 알게 된 내용을 대략 간추려 보자.
신중이 보다 호동이가 먼저 그곳에 도착했을 때였다. 신중이 도착하기 5분 쯤 전이라고 했다.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