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반 아이들은~컨닝 안 해요 <52>

2015-07-20     한지윤
고등학생인데 앳되게 보이는지 모른다는, 정말 중학생일까 하는 갈등이었지만 그 생각을 미뤄놓고 있는 것이다.
드디어 수연이 편에서 먼저 입을 열었다.
“지금 몇 학년이에요?”
신중은 얼떨결에 대답했다.
“2학년이요.”
“그렇군요.”
기묘한 일이다. 묻는 수연과 대답한 신중의 마음이 각각 상반되었다. 수연이 알아들은 것은 고등학교 2학년인 반면 신중의 대답은 중학교 2학년이라는 3년의 연차가 거기에 존재한 것이다.
“나하고 같네요. 나도 고등학교 2학년예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신중은 등에 식은땀이 배어났다. 아차 싶었다. 다행히 수연이 편에서 기막힌 결론을 내려 주었기 때문에 고추가 커지도록 마음을 단단히 먹으며 앞으로는 주의할 결심이었다.
“저기 가는 학생 하고는 오랜 친구예요?”
수연이 또 먼저 물었다.
“호동이요?”
수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때 신중은 두 번째 위기를 슬기롭게 넘겼다. 중학교에 들어와서부터 사귀었으니 2년째라고 대답할 뻔한 순간을,
“고등학교에 들어와서 알게 됐으니까 2년 됐죠.”
하고 둘러메쳤던 것이다.
“두 사람은 아주 다정해 보여요.”
“맞아요. 나한테 유일하게 가까운 친구죠. 우린 언제나 붙어다니는 사인걸요.
신중이도 어느덧 스스럼없이 우린 불알친구죠, 하고 말해서 수연의 얼굴을 새빨갛게 염색시켰을 게 분명했다. (여자란 은근히 요구하면서도 그런 명칭에는 호박씨를 깐다는데 그게 정말인지 한 번 묻고 싶다.)
“그런데 수연씨도 저 친구와 그런 사이인가 보죠?”
“보자요?”
신중은 그 말을 하마터면 잘못 알아들을 뻔했다. 호동이 설령 불알이라는 말을 입에 떠올린다고 수연이 같은 여학생이 그 예쁜 입으로 보응을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네에……”
신중은 얼떨떨하게 대답했다. 그러자 수연이 잠깐 웃더니 재미있는 말을 꺼냈다.
“아주 다정한 친구예요, 쟤하고는. 이름이 하필이면 보자라서 어릴 때에 아이들이 무척 눌렸다나 봐요.”
“그, 그렇겠군요.”
“왠지 몰라요.”
“?……”
“남자의 이름이 보자라고 한다면 하나도 이상할 게 없는데 여자의 이름이 보자라면 어쩐지 좀……”
수연의 얼굴에 살짝 홍조가 나타나는 것을 본 신중은 갑자기 얏호! 소리라도 치고 싶었다. 그녀와 그런 이야기까지 할 수 있다니, 그녀의 입에서 그런 이야기 정도가 나와 주다니 싶은 감격 때문이다. 벌써 그녀와 한 몸 한 마음이 된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
였다.
전체적으로 그랬다.
그토록 황홀한 미모의 환상적이던 수연이 그토록 금새 자연스럽게 이야기할 수 있는 상대가 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만큼 가슴이 빠개질 것만 같았다.


…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