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때 그 때 달라요~

2015-07-23     이성철(나사렛대 교수·칼럼위원)

아전인수(我田引水) : 내 논에 물을 끌어들인다는 뜻으로, 자기의 이익만을 추구함. 자기에게만 이롭게 하려는 것. 왜 갑자기 아전인수? 요즘 세상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 재미있는 일들이 많다. 왜 이런 걸까. 주변을 돌아보면 너도나도 ‘아전인수(我田引水)’만이 살 길인 것처럼 ‘자기합리화’에 전념하고 있다고 느껴지고 있다. 비정상이 정상인 것처럼 굳어지고 있다. 신분이나 지위를 이유삼아 하지 말았으면 하는 행동이나 말 표현을 하는 사람에게 올바른 말로 약간의 충고성 발언을 하면, ‘너와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아. 너는 내 생각을 이해하지 못해’라고 하면서 자신만이 옳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겉으로는 다른 사람들을 위한다며 실상은 위해 주겠다던 그 사람을 뒤에서 해코지하는 사람들. 다른 사람이 하면 불륜이요 내가 하면 로맨스가 되고, 다른 사람이 업무를 좀 꼼꼼히 시간을 들여가며 처리하면 게으른 것이고 내가 그렇게 하면 나는 완벽주의자이기 때문이고. 정말 재미있지 않은가?

우리나라에는 엄연히 최고법인 헌법이 있다. 그리고 그 헌법은 입법기관인 국회에서 결정된다. 그러나 헌법보다 상위법이 우리나라에 또 있다는 것을 아는가? 바로 대통령의 시행령이 그 삼권분립에 반하는 막강한 힘을 가진 상위법이 된다. 국회가 법을 만들면, 행정부는 그 법의 집행에 온 힘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그 법을 뒤집으면 안 된다. 이것이 바로 ‘삼권분립’이라는 헌법의 기본이다. 국회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해 ‘세월호특별법’을 만들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일이 벌어진다. 정부는 시행령으로 특별법이 집행 될 수 없게 한다. 세월호 진상조사 담당 인원 절반 이상을 국민안전처와 해양부 공무원으로 채운다. 이들이 누구인가. 바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조사 대상이지 않은가? 조사대상이 조사를 한다? 과연 제대로 조사가 이루어질 수 있을까? 이것을 개정하자고 올린 법안에 대하여 대통령은 용감하게 거부권을 행사한다. 삼권분립 위배라나 뭐라나.

1998년인가 1999년인가. 박 아무개 의원이라는 분께서 당시 행정부의 시행령을 통제하고자 제일 적극적으로 나섰던 것으로 알고 있다. 아마 지금의 국회법 개정안보다도 더 강력한 내용으로, 그 개정안에 찬성하고 공동발의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의 박 아무개 의원과 지금의 박 대통령은 다른 사람인데 내가 잘못 알고 있는가 보다. 어쨌든 여당은 자신들이 통과시킨 법안을 단지 대통령이 거부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합헌을 뒤집고, 게다가 원내대표까지 쫒아낸다. 입법의 기관이 대통령의 한마디에 한 국가의 가장 기본인 ‘헌법원칙’을 손바닥 뒤집듯 바꾸고 입법권 행사를 포기한다. 삼권분립이 아니라 그저 손바닥 법인가? 정말 재미있다. 이것을 ‘아전인수’라 해야 할까 아니면 그냥 그러려니 해야 할까. 유 아무개 의원의 여론조사 결과가 흥미롭다. 쫓겨나서 당당히 선두로 올라섰다하니, 아직도 개념이 살아있는 국민이 많다고 생각해도 될까?

국가의 가장 기본인 헌법의 대원칙을 일개 정치인의 유불리(有不利)에 따라 그때그때 다르게 적용한다면 과연 일개 힘없는 백성들은 어떤 원칙을 따라야 하는 것일까. 그래서 그런 것일까? 세상에는 그때그때 다른 사람들이 득세(得勢)하고 있고, 정직하게 처음과 끝을 똑같이 사는 사람들은 여전히 삶에 찌들어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청년 일자리 만들기, 증세없는 복지…. 담뱃값으로 돈을 벌었으면 이제는 제대로 써야 되지 않는가? 국민들의 건강을 위하여 담뱃값을 인상하겠다고 말도 안되는 소리로 현혹시키고, 불과 반년도 채 안된 지금 오히려 담뱃값 인상으로 금연인구가 늘기는 커녕 오히려 흡연인구만 증가하고, 세수입은 콧노래 나올 정도로 넘쳐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그 세수입으로 국민들과 약속한 것만이라도 지켜야 되는 것 아닌가? 의원이 되기 전에는 “내가 당선만 된다면 (백성들께서) 원하시는 모든 일을 처리해 드리겠습니다”라고 하더니, 의회에 들어가기만 하면 “내가 언제 그런 말 했지요?”라면서 그때그때 달라지는 사람들을 이제는 제대로 보고 바로 알아야 하지 않을까. 작게는 지방자치의회부터 국회까지 우리나라에도 분명히 존재하고 있는 ‘주민 소환’을 엄정하게 시행하여 그때그때 다른 사람들에 대한 생각과 행동을 바꿔주어야 할 것이다. 그것을 제대로 시행하지 못하는 백성들도 어떤 면에서는 책임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우리 주변에는 여전히 ‘아전인수 격의 해석’, ‘아전인수 식의 일처리’가 횡행하고 있다. 제발 그러지 말기를 바란다. 처음과 끝이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처음과 끝이 일관된 행동, 처음과 끝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그런 일들만 행해주기를 바랄 뿐이다. 백성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아야 정말 행복하고 살기 좋은 나라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