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누구 맥을 이을 것이 아니라 최윤희 무용단을 만들어 달라”

2008-06-18     전용식 기자

한성준 춤 전수관 및 한성준 춤 학교
한성준류·김숙자류·뜨거운 감자

홍성군립무용단 최윤희 안무자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래서 16일 홍성군청 문화관광과를 항의 방문했다. 지난 4월 홍성군의회 제163회 임시회에서 홍성군립무용단의 창단 목적을 ‘한국 무용의 대가인 한성준 선생의 업적을 계승 발전시키고(중략)’로 수정하고 기타 부분은 원안대로 가결했기 때문이다.
최 안무자는 지난 13일 가곡초 군립무용단 연습장에서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이건 최윤희를 무시하는 것이다. 부시대통령상과 전주대사습 최연소 최우수상을 받은 사람의 명예를 짓밟는 것이다”며 분개하면서 “한성준 춤을 계승하는 것은 군립무용단의 존재가치가 없어지는 일이다. 군립무용단이 연습실도 없이 내 사비를 들여 만든 전수관에서 임시방편으로 연습실로 이용되고 있는데, 이러한 현실은 외면하고 몇몇 사람의 말만 듣고 이럴 수가 있는가”라고 흥분해 말했다.
이어 “홍성군립무용단은 홍성의 특성과 성격에 맞는 전통무용을 창작하고 발굴하여 전국예술단의 실력을 넘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만날 살풀이나 승무 등을 추면 있으나 마나한 춤. 무용단이 된다”고 강조했다.
기자가 한성준 춤 전수관과 한성준 춤 학교 관련 문제를 질문하자 “본시 한성준 그분은 주 무대가 일본이었고 그분은 홍성의 춤을 춘 것이 아니라 조선의 춤을 췄다”며 “그분의 춤은 직계제자인 강선영씨가 지금 경기도 안성에서 한성준 전수관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한 뒤 이어 “그곳에서 이미 한성준 춤을 직계제자가 계승 발전시키고 있는데 이제 와서 홍성에서 전수관을 건립하고 계승한다는 것을 전국에 웃음거리가 될 뿐이다”고 최 안무자는 일침을 놓았다.
이어 “결성농요는 결성에서 자생된 것이기 때문에 지방문화재가 된 것이다. 한성준 춤은 그분의 직계제자들인 보존회에서 계승발전 등의 노력을 해서 문화재가 된 것이다”며 “공주의 박동진 판소리 전수관 역시 직계제자들이 계승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최윤희 안무자는 “앞으로 군립무용단은 활동비를 더 많이 지급하는 등의 문호개방을 해서 홍성을 알리는 대표적인 문화상품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차라리 누구 맥을 이을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최윤희 무용단을 만들어 달라”고 말했다.

특히 최 안무자는 “이곳 (가곡초)은 한성준 춤 전수관과 한성준 춤 학교 예정지이다 보니 사실 무용단 전체가 불안해한다”며 “한성준 춤은 보존회 측에 맡기고 이곳 가곡은 주말이면 공연을 할 수 있는 무대시설 등을 갖춘 군립무용단 전용연습장으로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말했다.
사실 새삼스런 문제는 아니다. 지난 4월 홍성군의회 제163회 임시회에서 군의회 의원들과 오인섭 문화관광과장 사이에서 펼쳐진 뜨거운 설전은 군의회 회의록을 보면 확인 할 수 있으므로 자세한 언급은 생략한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홍성군립무용단과 현재 추진 중인 한성준 춤 전수관 및 한성준 춤 학교는 분명 홍성군민의 것이라는 것이다. 어느 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또한 홍성군민이 그렇게 되도록 묵과하지도 않을 것이다.
문제의 쟁점 즉 뜨거운 감자는 이렇다. 홍성군립무용단의 최윤희 안무자에게 현재 추진 중인 한성준 춤 전수관 및 한성준 춤 학교를 맡길 수 없다는 것.
이유는 분명하다. 최윤희씨는 김숙자류의 도살풀이춤의 전수자이기 때문에 한성준류와는 완전 별개라는 주장이다.
회의록을 보면 오인섭 문화관광과장은 “(중략) 이와 같은 업적으로 선생은 1998년도 문화관광부로부터 9월의 문화인물로 선정되었고, 춤의 계보를 형성한 것을 보면 승무라든가 이것은 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 태평무, 살풀이춤은 제97호 국가지정문화재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한성준 선생 무용의 계보를 보면 한성준 밑에 2대로 가면 한영숙 선생, 이분은 손녀가 되겠습니다. 승무를 했고 사망했습니다.
다음에 강선영 선생은 무형문화재 제92호로 태평무를 했고, 2대 살풀이춤으로는 김숙자 선생이 제97호로 되어 있습니다. (중략) 지금 우리 안무를 맡고 있는 최윤희는 김숙자 선생의 사사를 1974년도에 받아서 한성준 춤과의 계보에 전혀 무관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라고 밝혀 군의원들과 마찰을 빚었다.
이에 대해 김헌수 군의원은 “(중략) 정재만씨의 제자로 통하는 그런 사람이 일주일에 한 번씩 오고 있는 이러한 한성준 씨의 맥이 그대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부분들을 전혀 조명을 못 받고 있는 상태에서 그분들이 훈련을 하고 있는 반면에 (중략) 어떤 계파라든가 홍성 사람들의 어떤 자존심이라든가 이런 것들을 전혀 문화관광과에서는 행정으로의 어떤 편애를 두고서 했다라고 할 수밖에 없고, 우리 군민의 한 사람으로서 군민을 보호하는 그런 목소리를 전혀 못 들어주고 있다, 안 들어주고 있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고 말했다.
특히 김원진 군의원은 “2대 살풀이 김숙자씨가 한성준씨한테 사사받았다고 답변했는데 이 근거를 어디에서 하셨는지 그거 답변 주시고, 과장님께서 답변 못하시면 담당이 그 자료, 이 김숙자씨가 알기로는 경기도나 아까 김헌수 위원님이 말씀하신 그런 쪽에 살풀이지 충남이나 이런 쪽의 살풀이는 전혀 아니고, 또 이분은 한성준과 무관한 분입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 일단 명확히 짚고 나가서 우리가 진짜 홍성이 가지고 있는 자원을 아까 임금동 위원님 말씀대로 계승 발전시킬 수 있는 그런 방안으로 군립무용단이 운영되어야지 지금 과장님께서는 김숙자씨가 한성준씨에 대한 사사, 또 했다는 근거 자료를 제출해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오 과장은 “한성준 씨한테 사사받았다는 것이 아니고 한성준씨 2대를 보면 문화재청에 등록된 자료에서 받았고요.(중략) 한성준 춤하고 무관하다는 것은 그건 맞지 않습니다”라고 주장했다.
이날의 여파 탓인지 홍성군의회는 제163회 임시회에서 이병국 군의원의 제안으로 홍성군립무용단의 “제1조(목적) 이 전통무용 육성과 지방문화예술의 창달을 위하여 설치하는 홍성군립무용단의 구성과 운영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를 “제1조(목적) 이 조례는 한국 무용의 대가인 한성준 선생의 업적을 계승 발전시키고 군민의 정서 함양과 지방문화예술의 창달을 위한 전통무용 등의 육성을 위하여 홍성군립무용단의 구성과 운영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로 수정하고 기타 부분은 원안대로 가결했다.
이렇듯 군립무용단의 잡음이 끝이지 않는 상황에서 지난달 이종건 군수는 사석에서 “군립무용단과 한성준 춤 전수관과는 별개로 운영될 것이다”고 밝혀 또 다른 논란을 파생시키고 있다. 군립무용단과 군립합창단이 운영되는 상태에서 별도로 운영된다는 것은 예산낭비라는 지적이기 때문이다.
하여튼 16일 최윤희 안무자의 항의 방문 자리에서 오인섭 과장은 “생가지 확인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가곡초 부지를 매입하게 됐다”며 “이제는 정립해야 한다. 군립무용단 위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소신을 명확히 밝혔다.
이어 “개정된 목적부분도 본격적인 군립무용단의 활동의 틀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시각의 차이일 뿐이다”며 “군립무용단을 군에서 공식적으로 육성하는데 밖에서 떠들어대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갈산가곡분교의 폐교를 매입하여 본격적인 공사를 시작도하기 전부터 삐거덕 거리는 모습은 볼 쌍스러운 풍경이다. 아무튼 군에서는 어떤 식으로라도 하루빨리 결정을 내려야 한다. 갈 길이 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