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반 아이들은~컨닝 안 해요 <64>

2015-11-27     한지윤

 

와르르 웃는 소리.
 한 짖궂은 학생이 목청을 돋구며 야한 농담을 터뜨렸다.
 “아무리 살을 섞어가며 사는 부부 사이에도 지켜야될 일이 있단다. 얘야. 보나마나 네가 남편노릇일텐데, 혹시 생리 중인 걔한테 자꾸 하자고 졸라댄 거 아냐아?”
 “씨끄러!”
 보자의 우렁찬 고함소리에 교실안이 뚝 했다. 야하게 지껄여대던 학생은 옴찔 놀라기까지 했다. 보자가 그 몸집으로 달려와 타고 앉아버리면 캑 죽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소리친 보자는 곧장 쿵쾅 소리내며 교실을 달려나갔다. 학생들이 다시 웃어제꼈다. 예의 옴찔 했던 학생은 보자의 모습이 사라지자마자 다시 한 마디 했다.
 “여자란 필요할 때 안해 줘도 신경질나지만, 하기 싫을 때 하자고 보채도 화가 난다는 명언이 있다나아?”
 그 순간.
 “너무 했다.”
 “심하다!”
 “야해! 아예 독무대로 해서 열심히 뛰어 봐!”
 그와 함께 교실 안이 한 동안 와아 까르르 물결쳤다.
 “니들은 모를 꺼야. 그걸 왜 해야 되는지를.”
 “너 자꾸 이상한 말 할래, 해본 것처럼?”
 “그걸 꼭 해 봐야만 아니, 기본적인 상식인데, 옛날 같으면 나나 니들도 벌써 아이한테 젖꼭지 물리고 앉았을테지만 말야, 안그래?”
 순간 일제히,
 “맞아!”하고 합창하듯 소리쳤다.
 “그거 뿐이겠니, 젊음의 새콤달콤하고 짜릿짜릿한 맛도 매일 밤 맛볼 수 있겠지.”
 상당히 개방적이게 걸작인 학생의 그 말과 함께 일제히 우우-하고 야유를 보냈다.
 한편.
 교실을 빠져나온 보자는 무안하고 약오르는 상태였다. 고 계집애가 왜 그 지랄이지 싶어 다시 약올랐지만 참기로 했다. 이해심 넓은 내가 참아야지, 하고 생각을 돌리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수연이 나가면서 글루 와, 했던 장소는 알고 있는 보자였다. 둘이서 자주 들려 이것저것 잡수셔대는 학교에서 약간 떨어진, 비밀이야기 하기 딱 좋은 분식집이었다.
 보자가 도착했을 때.
 먼저 간 수연이 떡볶이를 시켜놓고 오물짝 오물짝 먹고 있었다. 전에 없던 일이다. 누가 먼저 분식집에 도착하든 먼저 음식을 시켜먹지 않았다.
 의리를 지켰다.
 보자는 은근히 겁났다. 비위는 약간 거슬렸지만 수연과 그녀의 사이는 쉽게 끊을 수 없다는 것이 보자의 생각이었다. 이담에 결혼해서 애낳으면 사돈하자고까지 보자 쪽에서 말했던 일이 있었다.
 따지고 보면 수연이처럼 보자를 친절한 마음으로 대해 준 친구도 없었다. 어떤 친구는 보자의 몸집을 노골적으로 비아냥거렸고 심지어 돌려세워 놓고 그녀의 풍성한 식성과 몸매를 비난했던 것이다.
 재빨리 생각한 보자는 성격대로 능청을 떨었다.
 “너 혼자서 먹기니?”
 주위에 다른 손님들이 없었기 때문에 다행으로 생각하며 수연의 맞은편 의자에 엉덩이를 얹으며 슬슬 눈치를 살폈다.
 그때였다.
 “계집애야!”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