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중학생 자매의 고통

철이삼촌의 쉼터이야기<2>

2016-01-07     이철이 <사회복지법인 청로회 대표>

오늘도 아침 일찍 일어나 쉼터 식구들을 위해 평일과 같이 아침밥을 짓고 있는데 까치가 요란스럽게 운다. 혼잣말로 ‘오늘 우리 쉼터에 좋은 일이 생기겠구나’하고 기분 좋은 마음으로 6명의 쉼터 식구들 아침식사를 준비했다. 아이들은 아직까지 세상모르고 잠을 자고 있다. 나는 늦잠 자고 있는 아이들을 깨웠다. 깨우고 난 후에 서로 웃는 얼굴로 떠들썩하게 아침밥을 먹었다. 아이들은 방학기간이기 때문에 쉼터에서 TV를 보고 나는 봉사활동을 나갔다.

먼저 홍성읍사무소 사회복지과를 찾아 김천식 씨 이야기를 사회복지사님과 차 한 잔 마시면서 나누고 청소년수련관 2층에 있는 ‘성 피해 여성 상담소’를 찾아갔다. 모처럼 상담실에 갔더니 간사님께서 무척 반기신다. 간사님과 이런저런 이야기 중 한 통의 전화와 함께 아주머니 두 분과 여중생 두 명이 상담실의 문을 연다. 학생들을 보는 순간 성피해 학생 같았다. 잠시 마음을 가다듬고 간사님과 같이 “어떻게 오셨습니까?”하고 여쭤보니 큰 아이는 13세 때부터 아빠에게 성폭력을 당해왔다고 한다.

이 가족은 아빠, 엄마, 오빠, 여동생 등 총 다섯 식구라고 하는데 아빠의 잦은 구타에 엄마가 가출한 후 현재까지 성폭력에 시달려 왔다. 성폭력에 폭행까지 상습적으로 시달린 아이들의 모습은 말이 아니었다. 4학년 때 시작된 성폭행이 지금까지 이뤄지고 있다니 믿기지가 않는다. 지난해에도 이번일과 비슷한 사건을 접한 적이 있었다. 봉사자 입장에서 이런 이해할 수 없는 일을 접할 때마다 모두가 술이 원인이다.

내가 보기엔 이런 사건에 관계된 아빠들은 모두가 처음에는 술에 취해 잠자리를 같이 했다고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상습적으로 딸들과 잠자리를 같이 하고 싶으면 고의적으로 술을 마시곤 하는 것 같다. 술 마시지 않고는 딸들과 잠자리를 같이 할 수 없으니 말이다. 또 한 가지는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가고 상상이 안 되는 일인데도 법이 너무 약하다. 법이 더 강해져야 하는데 이런 봉사활동을 하면서 또 한 번 마음이 아프다.
<2004년 2월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