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정에도 희망의 빛은 비춰지려나”

뇌병변장애 아들, 파킨슨 병 아버지, 간병하는 어머니
모진 세상, 생활고 시달려… 치료는 엄두도 못 내

2016-01-21     이은주 기자

매서운 한파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19일, 신문사로 다급하게 걸려 온 한통의 전화. 그의 첫 마디는 살려달란다. 어딘지 모르게 어눌한 말투로 도와달라는 말만 연신 되풀이하는 그의 말에 다급한 마음으로 한걸음에 달려간 곳은 구항면에 위치한 서민임대아파트. 방안에 들어서자 뼈만 앙상한 채 침대에 누워있던 진환(35)씨가 밝은 얼굴로 반긴다. 좁디 좁은 방 한켠에서는 어눌한 말투로 전화를 한 전복수(64)씨가 애써 몸을 일으켜 인사를 한다.

대체 이 가족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진환 씨의 어머니 엄인자(65)씨는 기자를 보자마자 눈시울부터 붉힌다. 사는게 힘들다고. 이 세 가족의 불행은 진환 씨가 태어나고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시작됐다. 돌 즈음에 소아마비와 뇌병변 장애로 인해 30평생을 침대에 누워 지내야만 했던 진환 씨. 아들의 치료비를 어떻게든 마련해 보겠다고 막노동판을 전전하다 공사현장에서 낙상해 뇌와 다리를 다쳐 장애를 갖게 된 아버지 전 씨. 가족을 돌보고 생활비를 벌기위해 밤 낮으로 동분서주 해야만 했던 어머니 엄 씨. 이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막막함과  애달픈 마음에 가슴이 답답해진다.

진환 씨가 태어나던 해, 가난한 형편에 돌도 지나지 않은 아이를 방안에 홀로 남겨둔 채 생활비를 벌어야 했던 어머니 엄 씨는 “먹고 살기 힘들어 아이 혼자 방안에 눕혀 놓은 채 일터로 갔다가 잠시 시간을 내서 우유먹이고 또다시 홀로 둔 채 나가야만 했다”며 “부모의 따뜻한 품 한번 못 느낀 채 홀로 있다 경기를 일으켜 뇌병변 장애로 이어지게 된 아들에게 평생 죄스런 마음 뿐”이라고 고개를 숙인다. 더더욱 기가 막힐 일은 지금까지 진환 씨는 변변한 병원치료 한번 못 받아봤다. 당장 병원비는 커녕 먹고 살 끼니조차 없던 이 가족에게 치료는 엄두도 못 낼 상황이었던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아들 약값이라도 벌어야겠다며 막노동판을 전전긍긍하던 아버지 전 씨가 공사현장에서 사고로 뇌와 다리를 다쳤지만 사업자가 보상도 해주지 않은 채 도피해 치료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병원을 나와야 했다. 이후 전 씨는 합병증으로 당뇨병과 파킨슨 병에 치매까지, 사물을 판단하기 어려운 지금의 상황에 이르게 됐다. 삼십 평생을 이들을 돌보던 어머니 엄 씨 조차 이제는 삶을 내려놓고 싶을 만큼 심신이 지쳐있다. 살아가야할 앞날이 막막한 상황에 수급자로 지정돼 군에서 지원받는 100여만원이 이들에게는 유일한 생명의 끈이다. 그러다 보니 아파트 임대료에서부터 생활비와 진환 씨의 약값과 기저귀값 등 기본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비용, 수시로 고통을 호소하는 아버지의 약값과 병원비 등을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어머니 엄 씨는 점점 몸이 야위어가고 아픈 곳은 늘어나지만 마음 편히 병원에서 영양제 한번 맞을 수 가 없다. 둘만 남겨놓고 병원에 누워 있으려니 불안한 마음이 들고 잠시라도 기운을 되찾아 줄 영양제 주사조차 이들 가정의 경제상황으로는 꿈조차 꿀 수 없다. 단 하루, 아니 단 한 시간이라도 마음 편히 살아보는 것이 소원이라는 어머니 엄 씨는 “하루하루 힘든 세상살이에 살아갈 힘을 점점 잃고 있다”며 “한 순간이라도 세 가족이 마음 편히 치료받고 행복하게 살아가고 싶다”는 작은 바람이다.

온 가족이 모여 한 해를 설계하는 설 명절이 2주 앞으로 다가왔다. 지금 껏 한번도 명절다운 명절을 보낸 적이 없다는 이 가정을 보며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라는 말이 낯설게 만 느껴진다. 2016년 새해, 이 가정에 단 한줄기 희망의 빛이라도 비춰지길 간절히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