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죽었으면’ 몸도 마음도 꽁꽁

당뇨로 쓰러진 아들과 함께 사는 이윤정 할머니
월 10여만 원 수당 전부… 겨울 한파 ‘속수무책’

2016-01-28     장윤수 기자

몰아치는 눈보라가 온 세상을 하얗게 뒤덮었다. 지난 주말부터 며칠간 계속된 눈으로 도로는 마비됐고, 비닐하우스가 무너지거나 수도계량기가 동파하는 등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이 혹독한 추위 앞에서 가장 기본적인 생의 문제를 고민하는 이들이 있다. 바로 우리 주변의 불우이웃과 독거노인들이다. “어제도 연탄이 꺼져서 한참동안 벌벌 떨며 불을 붙이는데, 한탄밖에 안 나와유. 차라리 빨리 죽었으면 하는 마음뿐이지.” 홍성읍에 거주하는 이윤정(82·가명) 할머니 집은 아직까지도 연탄보일러를 때고 있다.<사진> 벌써 30여년이 넘는 세월을 함께해 온 낡은 집이지만 부엌 수도가 얼어붙은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이처럼 갑작스레 찾아온 혹한의 겨울을 할머니는 하루 연탄 세 장으로 근근이 살아내고 있다. “저쪽 방엔 아들이 누워 있슈. 당뇨병에 걸려 쓰러져서 팔, 다리도 못 움직이고 가만히 누워만 있쥬. 그 방은 보일러가 깔려 있는데, 작년 초가을에 딸이 와서 기름 한 번 넣어준 게 전부고, 기름 떨어질까 봐 지금은 전기장판 하나 깔아놓고 아들만 누워 지내고 있슈.”

양복점에서 일을 하는 등 손재주가 좋았다는 아들 김기혁(59·가명) 씨는 당뇨로 쓰러진 뒤부터 할머니의 유난히 아픈 손가락이 됐다. 할머니는 아픈 아들을 위해 콩나물이나 두부라도 사다 음식을 해주고 싶지만, 매월 들어오는 노인수당 10여 만 원이 전부인 상황에선 그나마도 사치다. 읍사무소나 노인복지관에서 제공하는 식료품, 생필품이나 보조수당도 이 할머니는 자녀들이 있다는 이유로 현재 수급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아들 둘, 딸 둘을 뒀는디 하나는 저렇게 누워있고, 나머지도 다덜 사느라 바빠서 어매까지는 못 챙기쥬. 그래두 저번에 딸내미가 갖다 준 김치 한 통으로 아들허고 밥 먹고 살구 있슈. 들어오는 돈은 없으면서, 전기세다 수도세다 내야될 건 많고. 사는 게 고달퍼서 맨날 죽었으면 하는 생각 뿐유.” 얼마 전 할머니가 다니는 교회에서는 연탄 200장을 제공했는데, 할머니는 하루 세 장씩 때고 나면 나머지 겨울은 어떻게 보낼지가 막막한 상황이다. 특히 최근 며칠간 쌓인 눈은 할머니를 더욱 힘들게 했다. “골다공증 때문에 다리도 아프고 허리도 아파유. 무릎도 다 띵띵 붓고. 일어서기도 쉽지 않은디 눈 치워줄 사람이 어딨슈. 없으니까 다니는 길목이라도 대충 치우느라고 고생해서 아주 죽을 뻔 했슈.”
매서운 겨울 한파에 할머니의 몸도 마음도 꽁꽁 얼어가고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