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찌반 아이들은~컨닝 안 해요 <80>

2016-03-03     한지윤

그는 수연의 팔목을 확 앞으로 끌어당기려 했다. 그때 수연은 여지없이 그의 가슴에 전신으로 난착 안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생각만 해도 몸서리쳐질 일이다. 안기게 되면 그 다음 이야기는 이미 정해져 있다.
한 놈이 아니고 보면 결코 당해낼 수 없다.
놈들은 양쪽에서 수연이를 짓눌러대며 한 놈이 옷을 벗길 테고, 수연은 반항할 수 없고, 그 녀석이 바지만 내리면 끝장이다. 수연의 순결은 만신창이가 되고 말 것이다.
바로 그때.
짠짜라란 짜안!
나팔도 없는 팡파르가 소리 없이 계곡에 울려퍼지며 구원의 십자군이 나타난다. 본국에 있는 부인이 바람피우지 못하도록 정조대를 채워놓고도 교묘한 방법으로 그 아낙들은 볼 재미 다 본다고들 하던데, 전쟁터에 나온 그들이 아니다. 팜파람 팜 척척 발소리 내면서 나타난 것은 체구도 우람한 호동을 선두로 신중과 보자 등이었다.
“수연아!”
먼저 소리친 것은 신중이 아닌 보자였다. 보자는 예외 없이 우람한 두 가슴으로 수연의 앞을 터억 가로막고 나섰다.
“이게 무슨 못된 짓이에요!”
보자는 호박씨 눈이 되며 사내들을 노려보았다.
“이건 또 뭐 찌그러진 냄비야?”
“뭐, 냄비?”
보자가 버럭 소리쳤지만 기죽을 상대는 애당초 아니었다. 더구나 이쪽은 남자가 두 명 뿐인데 그들은 세 명에다 싸움경력이 호화로울 게 분명한 판국이었다. 구원군의 등장과 함께 용기백배한 수연이다. 그녀는 재빨리 사태를 파악하며 묘책을 발표했다.
"얘들아, 사람 같지도 않은 것들과 뭘 따지겠니. 어서 가자!"
호동이는 버티고 섰고 그 곁의 신중이도 뱁새눈이 되어 건달들을 노려보았다. 보자 역시 호박씨 눈을 한 채 눈망울을 뒤룩거렸다. 한바탕 난장판적인 소란이 벌어질 위기감이 팽창되어 나갔다.
원래가 그렇다. 건달, 치한, 불량배, 깡패, 카사노바, 괴한, 쿵후, 중국무술 등이 알고 보면 모두 그렇고 그렇다. 거기서 거기다. 즉 그런 상황에서 점잖게 물러나는 역사가 없다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수연이 혼자일 때는, 미소를 지으며 징그럽게 상냥하던 그들의 표정이 어느덧 변했다. 하나, 둘, 세엣 하더니 일제히 무섭게 일그러졌다.
"야, 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