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천 철도개량사업 노선 또‘원점’으로
전문가·주민 토론회 개최… 1안과 2안 이견 재확인
1안 측, 여론조사 실시 촉구… 김 군수 “검토할 것”
장항선 개량 2단계 광천 철도건설사업을 둘러싼 논쟁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한국철도시설공단(이하 공단)과 기본설계노선(이하 1안)지지 주민 간 갈등이 더욱 깊어지는 모양새다.
홍성군은 지난 17일 광천문예회관에서 ‘장항선 개량 2단계(신성~주포) 철도건설사업 광천구간 전문가·주민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공단 추천 토론자와 지역민 추천 토론자, 좌장 등 13명의 토론자와 지역민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토론회에 앞서 광천읍사무소 앞 인도에서는 실시설계노선(이하 2안)을 지지하는 주민들의 ‘실시설계노선안(제2안) 확정 선포식’이 열렸으나 토론회는 예정대로 진행됐다. 2안지지 주민 측이 토론회에 참석하지 않으며 주민 간 물리적 충돌은 없었으나, 1안지지 주민과 공단 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이번 철도사업의 핵심 쟁점인 석면의 위험성에 있어서도 공단 측 환경 전문가와 1안 측 환경 전문가가 견해차를 보였다. 공단 측 전문가로 노선 석면 검사를 직접 진행한 전남대학교 노열 교수는 “석면 조사 결과 1안과 2안 모두 석면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노선 결정보다 비산방지대책 마련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2안 추진의 가능성을 열어둔 반면, 한양대학교 박화미 교수는 “석면은 굉장한 위험물질이며 직접적 피해가 아니더라도 간접적 피해 사례도 보고되고 있는 만큼 손을 대지 않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며 2안 추진 철회의 당위성을 피력했다.
이밖에도 공단 측 토론자와 1안 측 토론자 간 주장과 공방, 비난이 이어지고 예상 시간을 넘기면서 토론회가 파행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으나, 예상 시간을 한 시간가량 넘긴 오후 5시 30분까지 토론회는 계속 이어졌다. 공단 측과 1안지지 측 모두 그간 준비한 자료 등을 바탕으로 의견을 피력하는 등 소기의 성과를 거뒀으나, 이전 설명회나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이견만을 재확인한 자리였다는 평가다. 이번 토론회는 1안과 2안을 각각 찬성하고 지지하는 인사와 지역민들이 각자의 의견을 개진하고 이를 바탕으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마련됐다. 철도건설사업 광천구간은 지난 2012년 공단 측이 공개한 1안이 2안으로 변경되면서 주민간 갈등이 촉발됐다. 이후 수년 간 주민 여론이 나눠지는 등 갈등의 골이 깊어져 왔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주민설명회나 토론회가 수차례 진행됐으나 일부는 파행되는 등 파장을 겪어 왔다.
오후 2시에 진행된 토론회에 앞서 광천읍사무소 앞 인도에서는 2안을 지지하는 한상봉 씨를 비롯해 광천읍과 구항면의 2안지지 주민 30여 명의 ‘장항선 2단계 철도개량사업 철도노선, 광천역사 실시설계노선안(제2안) 확정 선포식’이 열렸다.
한 씨와 주민들은 “철도노선, 광천역사 실시설계노선안 확정을 선포한다”며 “국토부와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제2안으로 즉시 착공하라”고 주장했다. 이어 “자생력 없는 광천은 홍성과 연계발전이 대안이고, 이를 위해 철도노선은 2안이 적합하다”며 “광천과 구항 발전 생각 않는 홍성군 공무원은 반성하고, 홍성군은 자생력 없는 광천을 이대로 방치할 것인지 밝혀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광천철도 개량사업 주민토론회
광천 발전돼야 VS 주민건강 우선
2안지지 주민들의 선포식에도 불구, 예정대로 2시에 진행된 토론회에서는 먼저 공단 측과 1안지지 주민 측의 설명회가 진행됐다. 공단 측은 사업개요와 추진 경위, 노선별 장·단점 비교와 정거장 위치별 장·단점 비교 등의 설명을 통해 2안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공단에 따르면, 2안의 노선은 열차운행, 농지점유 및 지역단절 최소화, 사전재해예방, 경제성 등을 비교할 때 합리적이고, 정류장 또한 여객접근성, 재해의 안전성, 장래 개발가능성, 환승교통체계 등을 검토해 결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공단 측은 국가지정 석면환경센터 총 7개 기관 중 5개 전문기관이 참여한 정밀 실태조사를 시행한 결과 안정성이 확보됐고, 주요 조사과정에서 주민이 직접 참여해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해 석면에 있어서도 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공단 설명에 이어 전남대학교 노열 교수는 철도건설 자연발생석면 실태조사 및 관리방안 수립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노 교수는 1안과 2안 구간별 세부적인 시료 채취 과정부터 분석 결과를 설명하며 결과적으로 1안과 2안 모두 석면이 발생하고 그 차이가 크지 않아 2안 추진에도 무리가 없다는 결과가 도출됐으며, 어느 안으로 추진되든 석면 비산방지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노 교수의 설명에 이어 홍성군의회 황현동 의원의 1안지지 주민 측 설명이 이어졌다.
황 의원은 지난 2012년 갈등이 촉발된 이후 광천읍번영회 주관으로 2013년 4월 10일 주민투표를 실시한 결과 1안 찬성이 68.9%에 달했고, 이를 군과 시설공단에 전달했으나 무시당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단 측이 주장하는 직선화도 사실은 더 곡선화 된 노선이며, 2안 정류장 역시 접근성과 광천 개발을 염두에 두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공단에서 주관한 석면 검사는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고 특히 ‘이창공업소’ 광산은 공단 측이 파악한 석면광산에 포함조차 되지 않았다며 2안으로 진행될 경우 주민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공단과 1안지지 주민 측 설명 이후 진행된 토론은 혜전대학교 김진욱 교수가 좌장을 맡았다.
공단 측 인사로는 제일ENG 박재홍 부사장, 충남연구원 김형철 책임연구원, 전남대학교 노열 교수, 홍성군의회 윤용관 의원, 한국철도시설공단 한상연 부장, 동일기술공사 김용하 상무 등이 참석했다.
1안지지 주민 측에서는 전국석면환경연합회 최학수 회장, 한양대학교 박화미 교수, 홍성군의회 황현동 의원, 장석순 주민대표, 은하면 장척리 중리 박대규 이장, 전국석면피해자와가족협회 정지열 위원장이 참석했다.
홍성군의회 윤용관 의원은 “장항선은 유독 복선화가 되지 못했지만 이번 사업을 통해 본격적인 복선화가 추진될 것으로 예상되고 광천도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며 “광천 철도사업은 국책사업이기 때문에 법에 의해 추진돼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국책사업인 철도노선과 관련해서는 법에 의해 공단이 결정하는 것이 옳고 군은 주민들의 의견을 대변하며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며 “광천 발전을 위해 1안이나 2안으로 갑론을박할 것이 아니라 복선화 사업 자체를 적극 환영하고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철도시설공단 한상연 부장은 “장항선 개량 2단계 사업에서 타 구간은 활발하게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 구간만 첫 삽도 못 뜨는 것을 보면 너무나 안타깝고 답답함을 느낀다”며 “서해안 시대 발전의 호기를 잘 살려 이번 사업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안지지 주민 측 전국석면환경연합회 최학수 회장은 “공단 측 인사들의 발언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지역발전이나 개발을 먼저 생각할 것이 아니라 광천읍민을 비롯한 국민의 안전과 건강이 먼저”라고 주장했다. 이어 “광천에 오면 석면이 있다는 인식이 있는 한 광천 발전은커녕 관광객의 발길은 뜸해질 것”이라며 “이 지역 석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이고 우리뿐만 아니라 후손을 위해서도 석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석면피해자와가족협회 정지열 위원장은 “전국적으로 석면 피해자가 2872명이며 그 중 홍성과 보령에만 환자가 600명이 넘는다”며 “석면 피해자가 평균 하루 한 명 씩 죽어가는 실정인데 석면 환자의 애환을 홍성군 주민이나 관계자들은 생각해 봤는지 묻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생명보다 정류장 위치나 기반 시설이 중요한지 모르겠다”며 “철도 고속화를 논하고 1안과 2안의 옳고 그름을 따질 것이 아니라 차라리 공사를 하지 않는 것이 낫다”고 주장했다.
모두발언 이후에는 종합 토론이 진행됐다. 토론 과정에서 황현동 군의원은 공단 한상연 부장에게 “주민들과 긴밀한 협의를 통해 역사 위치와 노선을 결정했으며 사업비 수 백 억을 절감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며 “석면의 피해로 주민 생명이 위협받는데 주민의 생명보다 사업비 절감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한상연 부장은 “광천 지역 주민 설명회를 7회 정도 시행했는데 2번은 원활히 진행됐고 나머지 5번은 주민들에 의해 무산돼 아쉽게 생각한다”며 “앞으로 공사 과정에서 지역민들과 소통하도록 노력할 것이며 노선결정과 역사 위치 결정에 있어서는 사업비 절감보다 종합적인 부분을 우선적으로 검토했다”고 답변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지역민들의 질문도 이어졌다. 구항면에 거주하는 이장 김춘성 씨는 공단 한상연 부장에게 “석면의 비산거리가 20여 km에 달한다고 알고 있는데 땅굴을 파며 발생하는 석면의 적치 장소가 어디며 어떻게 적치할 것이냐”고 질문했다.
한상연 부장은 “안전한 장소에 적치할 예정이며 장소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면서 “운반 과정에서 천을 씌우고 차량을 천천히 달리게 하는 등 철저히 비산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할 계획”이라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다수의 주민들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말을 하고 있다. 쏟는 과정에서 비산되는 석면은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며 분개했다.
토론회 말미에서 1안지지 측 토론자들은 “이번 토론회는 지난해 6월 25일 군수님을 찾아뵙고 최종적으로 양쪽 의견을 듣고 결정을 내려주십사 하는 요청을 드려 마련된 것”이라며 “오늘 토론 과정을 지켜본 김석환 군수님께 주민 의견 수렴을 위한 여론조사를 실시할 것인지 여부를 묻겠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석환 군수는 “오늘 토론만을 지켜보고 이 자리에서 여론조사 실시 여부를 답변하긴 어렵다”며 “향후 종합적인 검토를 통해 여론조사 실시 여부 등을 결정하겠다”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