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양심과 가르침을 실천하며 삽니다!

한봉윤 신한은행 청경반장

2018-01-24     김옥선 기자

퇴근길이었다. 집으로 가기 전 부모님이 계시는 금마면 본가에 들렸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퇴근 후 늘 본가에 들려 부모님의 안부를 확인하고 내포신도시 우리 집으로 돌아가고는 한다.
지난 11월 14일이었다. 저녁 6시 산수리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오른쪽 농수로에 트럭이 한 대 뒤집어져 있었다. 그냥 지나쳤다. 채 100m도 가지 못해 되돌아왔다. 마음에 걸렸고 내 양심이 흔들렸다.

트럭 가까이 차를 주차시키고 트럭으로 다가갔다. 6시가 넘었으니 날이 어두웠다. 휴대전화 보조등을 켜고 가까이 갔다. 어르신 세 분이 있었다. 의식은 있는 듯 보였다. 트럭 문을 여니 술 냄새가 났다. 일단 트럭 문을 열고 한 분씩 꺼내드렸다.
두 번째 어르신이 나오면서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길을 건너다가 지나가는 차의 백미러에 얼굴을 부딪혔다. 아직 술이 덜 깬 것도 있지만 아마도 빨리 이 상황을 모면하고 싶었으리라. 그 순간 이건 혼자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119에 전화를 하고 8분 뒤 구급대가 도착, 잠시 후 경찰도 도착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내가 금마의용소방대원의 자격으로 행한 것이다. 의용소방대 활동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11년이다. 각 면의 의용소방대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일단 지리적 역할이 가장 크다. 소방차가 출동을 해도 내비게이션만으로는 현장을 찾는데 한계가 있다. 그럴 때 의용소방대가 발 빠르게 정보를 제공해준다.
이 일이 알려지면서 지난 17일 의용소방대 합동 이·취임식에서 군의장상을 받았다. 상을 받기 위해 행한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상을 받으니 기분은 좋다.

참, 내 소개가 늦었다. 나는 한봉윤, 34살이고 신한은행 홍성지점 청경반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올해로 6년째 일하고 있는 이곳은 특별히 스트레스를 받거나 힘든 일은 없다. 은행에 오시는 손님들이 업무를 마치고 돌아갈 때 ‘고맙습니다’라는 한 마디에 모든 피곤함이 씻긴다.
다른 사람을 돕는 일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우리 집은 천주교 집안이다. 물론 종교적인 것을 떠나 어릴 때부터 가르침과 내 양심에 따라 행동한다. 그러고 나면 반드시 좋은 일이 생긴다. 무언가 편법을 써서 안 좋은 일을 하면 반드시 나쁜 일이 생기고 만다. 일종의 나의 징크스 같은 신념이다.

이런 일이 있었다. 부모님이 하시는 가스배달을 종종 도와드리는데 한 할머니네 집에 배달을 갔다. 할머니네는 종종 가스가 남아 있는데도 가스불이 안 켜지고는 한다. 그 날도 그랬다. 가스가 남아 있었는데 기분 좋게 갈아드리고 왔으면 되는데 그날따라 그러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배달 차량의 리프트 배터리가 과열되어 수리비로 80만 원이 들어갔다. 다른 사람에게는 별 일 아니라고 생각되겠지만 나에게는 자꾸 신경이 쓰이는 일이다. 그러니 내 징크스 같은 신념은 더 굳건해진다.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 중 홍진경이 이런 말을 했다.
“처음부터 이 일이 좋았던 것은 아니다. 얼떨결에 연예인이라는 직업을 하게 되었고 하다 보니 이 일이 재미있어졌다. 어쩌면 내가 몰랐던 꿈을 알게 해 준 것이다.”
나도 그렇다. 의용소방대를 하면서 나도 내가 몰랐던 꿈을 알게 되었다. 남을 돕는 의미 있는 일을 직업으로 가져보는 것, 그것이 지금 현재 내가 꾸는 꿈이다. 꿈은 주위에서 만들어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