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사람의 시계 바늘

2018-02-01     한학수 칼럼위원

 성공적인 인생은 지루할 틈이 없다. 삶 속에서 매사 유연하게 대처할 테니 말이다. 인생이 짧다고 느껴져 허무해질 때도 오히려 휴식으로 극복한다. 현명한 삶의 태도이다. 장자는 “사람이 하늘과 땅 사이에 사는 것은 마치 흰말이 달려가는 것을 문틈으로 보는 것처럼 순식간이다”라고 말했다. 그러고 보면 타인의 시간을 빼앗는 것은 돈이나 자유를 빼앗는 것과 다름이 없을 테고 스스로 시간을 허비하는 것 또한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행위가 아니겠는가?

공자는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바라보며 “시간의 흐름은 이 강물과 같아서 밤이나 낮이나 멈추지 않는다”라고 세월 유수를 말했다. 셰익스피어도 “시간은 소리 없이 지나간다. 우리가 많은 일을 할 수 있도록 잠시 멈추어주지 않는다”라고 설파했다. 볼테르 또한 “시간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시간은 이 세상에 보잘것없는 것들을 모두 사라지게 할 수 있으며, 또 모든 위대한 것을 탄생시키기도 한다”라고 갈파했다. 위대한 사상가들의 ‘시간’에 대한 정의가 삶에 커다란 깨우침을 준다.

고려의 충신 야은(冶隱) 길제는 그의 시조 ‘회고가’에서 “산천(山川)은 의구(依舊)하되 인걸(人傑)은 간 데 없다”라고 자연의 불변성과 인간의 가변성을 대조했다. 이렇듯 자연은 별다른 변화가 없는데 사람의 모습은 매해 다르다. 사람마다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이용하는 방법이 다르니, 실제 인생의 길이도 다를 수밖에 없다. 시간을 아끼면 유한한 인생을 더욱더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셈이다.

사람들은 보통 하루에 5만 가지 이상을 생각한다고 하는데 인생은 끊임없는 선택과 판단의 연속인 셈이다. 인간이 살아가는 의미와 가치를 결정하는 일이기도 하다. 요즘  지식 정보화사회는 더욱더 분유(紛揉)하다. 정보화 사회의 그늘이다. 한갓 미물에 불과한 암탉도 알을 품을 때는 오직 알과 태어날 병아리에만 집중한다. 복잡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현대인이 배울 점이다. 매사 해야 할 일을 하는데 자꾸 시간이 부족하고 쫓긴다면 시간 활용 패턴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쫓겨 가다가 경치 보랴!’라는 속담도 우리의 삶에 일침을 가한다.

수많은 시간의 파편을 정돈하고 잡념을 없애서 시간을 생성해야 한다. 아울러 집중력과 밀도를 높여 시간의 효율성을 기해야 한다. 인생에서 삶의 속도에 충실하다는 것은 자신의 삶을 올곧게 사는 일일 테고, 목표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간혹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면서 마음은 다른 곳에 두거나, 한꺼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동시다발로 많은 일을 하다 보면 비중 있는 일에 집중하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 일이 줄 수 있는 즐거움을 놓칠 뿐 아니라 효율성도 떨어진다. 다수의 죽음을 지켜본 한 호스피스의 말을 빌리면, 사람이 죽어가면서 후회하는 말은 “참았어야 했다, 베풀었어야 했다, 재밌게 살았어야 했다”라고 한다. 아주 사소한 바람이다.

인생을 주마간산(走馬看山)하다 돌아가기에는 너무 허망하다는 것을 주지시킨다.
우리의 미래는 지금 내가 무엇에 대해 사유하고, 무엇을 실천하고 있느냐에 따라 운명이 천차만별로 바뀐다. ‘오늘 내가 헛되이 보낸 하루는 어제 죽은 이가 그토록 살고 싶어 했던 내일이다’라는 시구(詩句)도 있지 않던가. 연예인 인기같이 열광하다 시드는 삶보다 한결같은 삶이 더욱 아름답다.

비가 쪼록쪼록 내릴 때 우산을 받쳐주는 것도 좋지만 비를 함께 맞으며 시적시적 걷는 것도 정겹다. 온갖 교육에서 ‘나처럼 해봐 보다 나와 함께 해보자!’라는 말이 더 동기부여가 되고 효과적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교황 바오로 6세는 ‘우리 삶의 모든 순간이 첫 순간이고 마지막 순간이며 유일한 순간’이라고 했다. 불교에서도 ‘1초 전(前)이 전생(前生)’이라고 한다. 1초라는 시간이 현생(現生)을 넘을 만큼 인생에서 중요하다는 의미일 테다. 인간의 가치를 고양하는 어떤 역할에서도 속도는 절대적이지 않다. 오히려 느린 가운데 인간 행복의 본질적인 가치가 구현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행복한 사람은 시계를 보지 않는다.

한학수<청운대 방송영상학과 교수·칼럼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