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는 축제답게
2010 홍성내포축제 개선과제와 발전방향 ②
‘축제(祝祭)’는 무엇인가란 화두로 우선 말해 본다. ‘페스티벌(festival)’는 축하하여 벌이는 큰 규모의 행사이다. ‘카니발(carnival)’은 사육제(謝肉祭)로 서양식 명절이다. 우리 식으로는 ‘큰 잔치’가 알맞다. 큰 잔치에는 먹고 마시고 놀고 즐기는 것이다. 그래서 먹을거리와 볼거리와 놀고 즐길만한 것이 있어야 한다. 이게 큰 잔치다. 질펀하게 앉아서 놀고, 흥겨워서 일어나 휘청휘청 춤추고, 고래고래 소리도 지르고, 난장도 부리는 게 큰 잔치다. 꼭 점잖게 굴지 않아도 되고 숨 막히는 일상의 고단함에서 벗어나도 좋다. 이게 큰 잔치의 특권이고 매력이다. 여기에 놀 마당이 마련되면 더더욱 좋다.
그런데 과연 홍성에는 먹고 마시고 놀고 즐길 수 있는 큰 잔치 큰 마당이 있는가.
결론적으로 말하면 없다고 본다. 무엇이 없는 지도 모른 채 지역 주민들은 큰 잔치의 한복판에서 고아가 된다. 잃어버린 거다. 큰 잔치에서 다 잃어버린 거다. 그래서 큰 잔치는 형식적으로 돌아가고 자신들의 잔치에 자신들이 빠져버리는 어불성설의 상황이 연출되고 만다.
그렇다면 홍성에서 진짜 큰 잔치는 어떻게 마련될 수 있을까.
우선 먹을거리를 풍부하게 담아보자. 홍성한우, 광천토굴새우젓과 재래맛김, 돼지고기, 친환경 채소류와 과일류를 담뿍 담아 잔치음식을 마련해보자. 그리고 여기를 찾아온 손님에게 대접해보자. 그러면 먹을거리는 넉넉히 준비된 것이 아닌가.
다음으로 볼거리를 만들자. 홍성은 역사적, 문화적 유산들이 풍부하고 넘쳐난다. 한성준춤예술제 및 전국전통춤경연대회를 비롯해 고암미술공모전, 만해문학 전국백일장, 결성농요예술제 및 중고제 판소리 계승 행사, 수룡동 풍어제, 부보상 원 홍주등 육군상무우사 재현 행사, 역재방죽 가시연꽃축제 등 실로 무궁무진한 큰 잔치의 테마들이고 발전시켜야 할 과제이다.
이제 ‘큰 장날 옛 장터’에서 즐길 일만 남았다. 올해 홍성내포축제는 아쉬움 속에 취소되었고 이후 내년을 기약해야 하지만 옛 장터를 제대로 만들고 제대로 펼쳐 보인다면 아쉬움은 자연스럽게 묻히고 말 것이다. 옛 장터에서는 옹기전, 사기전, 철물전, 대장간, 약전, 농방, 생선전, 어물전, 과일전, 채소전, 면주전, 잡곡전, 미전, 푸줏간, 우전, 가축전 등을 둘러보고, 마땅히 마련된 주막과 국밥집에서 든든히 배를 채우고 나서 국밥집 아줌마, 엿장수, 쌀 팔러 소 끌고 온 아저씨, 효자 총각, 술 취한 아저씨, 고추 장수, 쪽쪽 새우젓 맛보는 아줌마, 달걀 장수, 엿치기하는 아이들, 거리의 악사, 멍석 장수, 싸움 구경하는 사람들을 만나보자.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통해 옛 정취에 흠뻑 취해보자.
홍성 재래시장과 상설시장, 명동상가가 함께 연결되고 옛 장터의 훈훈한 인정과 덤이 있다면 잔치는 이미 성공한 것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거기야 광천토굴새우젓과 재래맛김, 남당리 대하가 곁들여진다면 그야말로 별미 중에 별미가 아닌가. 이제 큰 잔치는 나의 잔치를 넘어 우리의 잔치, 더 나아가 대한민국 일등 잔치가 되어야 한다. 아니 일등 큰 잔치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