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추진과 맞물린 도청신도시 건설

경제도시로 수정될 경우 기업유치․인구유입 난항 예상
이완구 지사 "세종시와 도청신도시는 전혀 관계가 없다"

2009-11-23     윤종혁 기자
'세종시 사수' 외침이 들불처럼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세종시 여부에 따라 도청신도시의 위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조심스런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지금까지의 정부 관계자들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정부는 세종시를 기업, 특히 첨단 과학 및 기술 기업들이 중심이 되고 여기에다 교육, 문화예술, 복지 기능을 첨가한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정부는 세종시에 기업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세제 혜택․토지공급 가격 인하 등 각종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세종시와 충남의 역학관계 

정부가 행정중심복합도시를 기업중심복합도시로 수정하려는 움직임이 구체화되면서 충남 곳곳에 건설 예정인 산업단지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정부가 '9부 2처 2청'을 이전하는 대신, 국내․외 기업을 유치한다며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할 경우 충청권으로 이전 계획을 갖고 있는 기업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좋은 조건이 생길 수 있다. 이럴 경우 기업은 기존의 계획을 수정해 세종시로의 이전을 추진할 명분이 생긴다. 

세종시의 위상이 변화될 경우 당장 천안․아산 일원에 약 2132만㎡ 규모로 조성 중인 아산신도시 2단계(탕정지구) 조성사업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산신도시는 2016년까지 약 20만명을 수용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서천에 들어설 장항국가산업단지, 태안 기업도시, 홍성․예산에 들어서는 도청신도시 조성은 난항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 조승래 사무국장은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은 국토 균형발전이라는 중심축에 의해 계획되고 추진되는 국가의 중차대한 과제이다. 충남에서는 행정중심복합도시를 중심으로 도청신도시 조성, 장항국가산업단지 조성, 태안 기업도시 조성, 아산 신도시 조성 사업 등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라며 "행정중심복합도시가 기업도시로 변질될 경우 충남 균형발전을 위한 중심축이 빠지면서 도청신도시 또한 차질이 예상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전망했다.

홍성군의 명운은? 

정부의 의도대로 세종시가 기업중심복합도시로 될 경우 홍성군은 치명적인 어려움에 봉착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우선 도청신도시 조성사업이다. 

도청신도시는 홍성군 홍북면과 예산군 삽교읍 일원 993만8000㎡에 2조1624억원을 들여 2020년까지 인구 10만명(3만8500가구) 규모의 신도시를 만들 계획이다. 충남도는 전체 분양 용지 550여만㎡ 중 청사 수요자가 이미 정해져 있는 용지를 제외한 310여만㎡를 연말이나 내년 상반기에 분양에 나설 계획이다. 

그렇지만 정부가 세종시를 기업중심복합도시로 만들기 위해 전력을 다 할 경우 도청신도시를 만들기 위한 예산확보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고, 도청신도시로의 이전을 계획했던 기업이나 병원, 대학교는 일단 이전 계획을 관망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의견에 대해 이완구 충남도지사는 지난 19일 "세종시와 도청신도시는 전혀 상관이 없다. 도청이전은 계획대로 추진된다"고 못 박으며 "도청을 옮기는 것은 중앙의 권한이 아닌 도지사의 권한이다. 도청이전은 반드시 이뤄진다"고 확신했다. 이 지사는 "물론 많은 사람들이 세종시 여파 때문에 도청신도시 조성에 어려움이 있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도청 이전은 충남의 균형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고, 충남도에서도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는 만큼 불안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며 성공적인 도청 이전을 위해 충남도민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에서는 행정중심복합도시가 기업복합도시로 변질될 경우 충남의 행정축이 옮겨가는 도청신도시 조성도 그렇게 되지 말라는 경우는 없다며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승래 사무국장은 "만약 도청신도시 조성과 관련해 여러 이유를 들어 도청이 옮겨가지 않고 기업유치를 통해 신도시를 만든다고 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세종시에서 보듯 그렇게 되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다"며 세종시 원안추진과 관련해 충남도민이 더욱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갈산에 조성되고 있는 일반산업단지 역시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 갈산 일반산업단지에 일진그룹이 들어오겠다고 충남도와 지난 8월 31일 MOU를 체결했지만 말 그대로 투자협약을 위한 양해각서이다. 만약 더 좋은 조건으로 다른 곳에서 러브콜을 받는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를 다시금 생각해 보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수도권 규제완화와 맞물려 세종시가 기업도시로 갈 경우에 대비해 홍성군은 성공적인 기업유치에 철저를 기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