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영재들이 사라진다?

열악한 환경 탓에 우수선수들 외부로 빠져나가
초․중․고 연계될 수 있는 적극적 지원과 관심 필요

2009-12-04     이은주 기자

관내 초․중교에서 육성하는 체육인재들이 상급학교 진학과 부족한 지원으로 고충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이제는 학교체육이 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홍성여자중학교 운동장에 마련된 양궁부 합숙훈련장에서 초등학교 이하얀(6학년) 양이 중학교 언니들과 함께 연습에 열중이다. 초등학생인 이 양이 중학교에서 훈련 하고 있는 이유는 학교체육 연계교육시스템으로 군내 양궁부 학생들이 함께 모여 훈련에 임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훈련 중인 양궁부 학생선수들은 모두 7명으로 2명은 홍성여고에 진학 할 예정이고 이 양은 내년에 홍성여중에 진학할 예정이다. 


홍성여중 양궁부 학생들은 지난 한국중․고 양궁연맹 회장기 전국 남녀 양궁대회에서 단체 2위와 충남학생체육대회에서 홍예진 학생 5관왕, 최재원 학생 개인종합 2위, 강송희 학생 개인종합 3위를 차지하는 우수한 성적을 거둔 바 있다. 이 같은 성적으로 홍성여자중학교는 양궁 종합 1위를 차지하는 등 전국최고 수준의 기량을 선보이고 있다. 

이는 체계화된 연계교육으로 선수들의 끊임없는 노력과 평소 체육영재 육성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 임도순 교장의 세심한 배려 덕으로 풀이된다. 기자가 학교를 방문했을 때 양궁부 훈련장 한 켠은 공사가 한창이었다. 기존의 양궁 거리 규정이 30m와 50m 두 종목에서 40m와 60m 종목이 추가돼 규정에 맞추기 위해 학교 자체예산 300만원을 들여 공사를 진행하게 된 것이다. 

임 교장은 "학계야영장에 양궁부 선수들을 위한 훈련장이 있지만 선수들이 이동하며 낭비하는 시간으로 인한 연습부족으로 실력향상에 차질을 빚을 까 우려돼 공사를 진행하게 됐다"고 전했다. 또한, 선수들이 동계훈련 시 추위를 막아주기 위해 훈련장 주변에 바람막이와 여학생 선수들을 배려한 화장실을 설치해 선수들은 임 교장의 배려에 보답하듯 매번 대회에 출전해 우수한 성적을 올리고 있다. 홍승운 양궁부 감독 겸 체육교사는 "우리 양궁부원들의 우수한 성과는 간식부터 장비지원, 대회출전비 일체를 부족한 학교예산에도 불구하고 지원해줘 선수들이 불편 없이 훈련에만 열중할 수 있어 얻어낸 결과"라고 전했다. 하지만 임 교장의 적극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한정된 학교예산으로는 체육부 지원에 한계가 있다. 하루 600발 이상의 화살을 쏘는 양궁부 선수들은 대회 한번 나갈 때 필요한 화살이 최소 10발임을 감안할 때 화살 한 개의 가격이 1만7000원으로 부족한 지원으로는 소요되는 화살을 감당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양궁․정구 외 연계교육 어려워

관내 초중고 연계교육이 체계적으로 이뤄진 체육종목은 총 9개 종목 중 양궁과 정구, 그리고 올해 신설된 태권도부가 전부이다. 정구의 경우 홍성초, 홍성중, 홍성고로 연계되어 있고 양궁의 경우 홍주초, 홍성여중, 홍성여고로 연계되어 체육영재들이 상급학교로의 진학에 대한 어려움 없이 훈련에만 매진 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이와 반면 나머지 육상, 수영, 씨름, 유도 종목의 경우 연계성 없는 학교체육 육성교육시스템과 부족한 지원으로 선수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훈련에 임하며 관내 상급학교로의 진학이 어려워 충남체육고등학교나 공주, 태안, 서천 등 외지로 유출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1회 아시아청소년대회에서 창던지기 부문 금메달을 획득한 이선혜(홍성여중․3학년) 학생의 경우 관내 고등부가 없어 선택의 여지없이 모든 종목의 체육부가 있는 충남체고로 진학해야 한다. 

심흥재 육상부 감독은 "초등부시절부터 5년간 선혜를 맡아오며 선수로서의 재능과 단점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안다. 단점을 교정해주며 중점적인 훈련과 함께 체육인재로 육성해왔지만 관내 고등부가 없는 관계로 타 지역으로 보내게 돼 지속적인 연계지도를 할 수 없어 안타깝다"며 "선혜가 타 지역으로 가게 되면 그곳에서 새로운 지도부와 함께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러다보면 1년이라는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수영부의 경우, 지역의 학생수영이 시작 된지 4년 정도 되었다. 하지만 선수들의 실력은 전국체전에서 우수한 성과를 올리고 있는 아산시 학생들과 성적차가 얼마 되지 않아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열악한 체육시설과 선수수급의 어려움, 연계성 없는 학교교육으로 인해 체육인재양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역에 학생수영장이 있지만 길이가 25m로 국제 규격에 맞지 않아 선수들은 아산으로 전지훈련을 다니는 이른바 '운동 원정'을 가는 고충을 겪고 있는 것이다. 

수영부 김영미 감독 겸 체육교사는 "현재 관내 초․중등 수영부 인원은 24명으로 평일에는 학생수영장에서 훈련을 하고, 주말과 휴일을 이용해 아산으로 전지훈련을 다니고 있다. 이동으로 인한 연습시간부족과 겨울의 경우 폭설 등 여러 가지 여건 등으로 훈련에 차질을 빚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지난 해 건설계획이던 종합스포츠타운에 기대를 걸었지만 그마저 무산돼 학생선수들은 특별한 대책마련이 없는 한 운동원정을 다녀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학생선수 수급의 어려움 또한, 체육인재 육성에 커다란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 교사는 "초등부 학생들을 지도해 도 대회 등에서 메달을 획득하는 등의 실력을 쌓게 되면 고학년에 올라와 학부모들은 학업에 전념시키기 위해 건강상 등의 이유로 아이들을 중도하차 시킨다. 수영의 경우 다른 운동과 다르게 일상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는 운동이라는 점과 전문적인 지도아래 무료로 배울 수 있어 초등시절 여유 있는 시간을 이용해 일단 시키고 보는 것 같다"며 학부모들의 인식전환이 우선시 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입시위주의 교육에 치중하다보니 자녀의 체육영재로서의 자질이 인정되더라도 장래성이 없는 체육특기생으로의 진로는 포기한다는 것이 학부모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라고 한다. 

이에 별다른 대책을 내놓을 수 없는 상황에 체육부 감독 및 코치들은 설득조차 할 수 없는 형편이다. 이러한 상황과 더불어 부족한 지원으로 선수들은 각 학교급식 중 남은 음식을 재조리해 훈련 중 저녁식사를 하는 등 열악한 상황에서 훈련에 임하고 있는 실정이다. 

심흥재 감독은 "체육부를 창단한 학교에 사실상 지원이 전혀 안되고 있는 상태로 부족한 학교예산으로 충당하다보니 선수들이 기량을 맘껏 펼칠 수가 없다. 홍성여중이나 홍성중의 경우처럼 엘리트체육을 집중적으로 양성하고 있는 학교에 대해서는 지자체나 교육청의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예산지원․고등부 창단 필요

이러한 학교체육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체육영재를 육성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지원과 연계 체육교육을 위한 지역 고등학교들의 협조가 절실히 필요하다. 

체육인재양성을 위해 지자체의 예산지원액 5500만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해 교육청은 자체예산 6700만원을 추가지원하고 있지만 한 경기당 130~150여명이 출전하는 상황에서 출전비를 지급하고 나면 식대조차 제대로 지급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교육청 학교체육담당 박종학 사무원은 "소년체전, 학생체전 등 각종 대회에 출전할 때마다 선수들의 대회출전비와 동계강화훈련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한 지원액으로 학생들은 간신히 굶지 않는 정도"라며 "군에 추가지원을 요청하고 있지만 재정적인 어려움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평생체육 김선완 장학사는 "고등부의 창단은 각 학교별로 교육비의 많은 양이 운동부에 투입되다보니 쉽게 창단하기 어려운 문제"라며 "이러한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현재 관내 운동부 선수들은 도내 15개 시군 중 4위를 차지하는 놀라운 성과를 보이고 있다. 충분한 재정적인 지원이 이뤄져 선수들이 기량을 맘껏 펼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