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나를 행복하게 만듭니다
[독자기고]
옛날 어느 시골장터에 박 씨 성을 가진 나이 지긋한 노인이 푸줏간을 운영하고 있었다. 마침 젊은 양반 두 사람이 고기를 사러 왔다. 한 양반이 거드름을 피우면서 "어이 백정! 고기 한 근 주게"하니 백정이 "네 그러지요"하면서 솜씨 좋게 고기 한 근을 베어 주었다. 이번에는 다른 양반이 고기를 살 차례가 되었고, 생각하기를 아무리 천한 백정 일을 한다 할지라도 나이가 지긋한 노인에게 함부로 말하기가 민망해서 "어이 박 서방! 나도 고기 한 근 주시게"라고 했다. 이번에도 백정은 "네 그러지요"하면서 고기를 베어내었다. 그런데 같은 한 근 이라고 베어낸 고기지만 두 번째 고기가 처음보다 배가량 많아 보였다.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먼저 양반이 얼굴을 붉히며 "야! 이놈아 같은 한 근인데 어찌해서 이 양반 것이 내 것보다 배가 많으냐?, 사람을 차별하는 거냐?"하고 소리치며 따졌다. 노인이 대답하기를 "예, 손님 고기는 백정이 자른 것이고, 이 어르신 고기는 박 서방이 자른 것이기 때문에 다른 것입니다"라고 했다. 그 말을 들은 양반은 아무 말도 못하고 돌아섰다고 한다.
말은 생각에서부터 나오는 것으로 그 사람의 인품과 지식의 정도까지도 엿볼 수 있다. 그래서 언제나 신중하고 사려가 깊어야 하며 되도록이면 습관적인 언행을 줄이고 절제되고 세련된 언어습관을 길러야 한다. 이러한 언어습관을 불교에서는 다음과 같이 구업(口業)을 단속하는 수행으로 삼고 있다. 바람직하지 못한 말은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에서 생겨나는 것으로 크게 네 가지로 나눈다. 첫째, 거짓말이라고 하는 망어(妄語), 둘째, 아첨하고 남을 속이는 말이 화사하고 비단결 같다하여 기어(綺語), 셋째, 남을 이간질 시켜 서로 다투게 만드는 양설(兩舌) 넷째, 악담 또는 추한 말로서 남을 분노케 하고 저주하는 악구(惡口) 등이다.
말로써 남에게 손해를 끼치면 그것은 도둑질인 투도에 해당되고, 무고한 말이 생명을 죽이는 원인이 되면 살생계를 범하는 것과 같으며, 사람들로부터 공경 받기위해서 <나는 깨달았다>거나 <나는 부처나 보살의 후신이다> 등은 대망어(大妄語)라 하여 교단에서 영원히 추방된다.
그러나 깨달음의 지혜를 증득하지 않은 이상 무지(無知)와 무명(無明)에서 오는 망어는 불가피하다. 그렇다고 해서 이번에는 아예 말을 하지 않고 살 순 없다. 앞서 말했듯이 말은 생각으로부터 나오는 것으로 항상 마음가짐을 바르게 하고, 생각 없이 불쑥 튀어나오는 습관성 언어를 통제한다면 언제나 진실하고 사랑스런 말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우리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주는 사랑스런 말을 하려면 먼저, 나의 행복은 함께하는 사람들과 주변(환경)에서부터 온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예를 들면 부부간에 갈등이 있다하여 가정을 포기하면 그 순간 가족이 가져다주는 행복도 함께 사라지는 것처럼 행복은 현실을 떠나서 존재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원리에서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라는 <정구업진언>은 무한한 공능(功能)을 가진다.
'수리'는 길상존(吉祥尊)이라는 뜻이며 '마하'는 '크다'라는 의미로서 '마하수리'는 '대길상존'이 된다. '수수리'의 '수'는 '지극하다'는 뜻이므로 수수리는 '말로 표현 될 수 없는 대길상존'으로 해설 할 수 있다. 여기에 '구경(究竟)', '원만(圓滿)'등을 뜻하는 '사바하'를 붙이게 되면 <정구업진언>은 '길상존이시여, 길상존이시여, 대길상존이시여,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대길상존이시여, 당신을 통해서 나의 모든 행복이 성취되어 지이다'라는 의미이라 할 수 있겠다. 이때의 당신을 소극적이고 신앙적 차원에서는 부처[佛]를 지칭하지만 적극적인 수행에서는 나와 함께하는 모든 사람과 주변이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길을 가다가 어떤 사람에게 <×새끼>라고 욕을 하면, 멀쩡했던 사람이 당장 개로 변하여 달려 들것이다. 그러나 상대를 길상존으로 생각한다면 남에게 <×새끼>와 같은 나쁜 말도 하지 않을 것이며, 설령 욕을 들었다 하더라도 결코 분노를 일으켜 대응하고 맞서는 일을 없을 것이다.
이처럼 행복은 어떤 존재가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 나와 인연하는 모든 사람들과 주변들이 나에게 복과 행운을 가져다주는 <길상존>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실천하는데서 생겨나며, 이러한 마음을 가질 때 미움도 사라지고 원망도 사라지며 불행과 행복마저 사라진 본래의 세계가 눈앞에 펼쳐 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