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생활 매력에 푹 빠져 삽니다"

5년차 귀농인 김동권(66)·황금순(62)부부

2010-05-14     이은주 기자


금마면 인산리 석산마을에 새로운 가족이 둥지를 틀었다. 벌써 이곳에 터를 잡고 산지 5년째 된 김동권(66)·황금순(62)부부이다.

보령이 고향이었던 남편 김동권 씨는 고등학교 시절 서울로 올라가 직장생활을 하며 지내다 고향이 그리워 모든 것을 접고 이 곳 석산마을에 터를 잡고 정착하게 된 것이다.

도시에서 남편의 직업은 엔지니어로 직장생활을 하다 퇴직 후 개인 사업을 했다. 부인은 남편의 사업을 도우며 신앙생활로 봉사에 뜻을 둔 채 독거노인을 돌보며 지내왔다. 계속 그 삶을 꾸려나간다면 자식들과 함께 보통 우리네 인생처럼 어느 정도 편안하고 안전하게 즐길 수 있었을 부부는 시골이 좋아 도시를 떠나기로 결심하고 진정한 농사꾼으로의 삶을 꿈꾸며 시골로 내려왔다. 이들 부부가 금마면에 터를 잡게 된 것은 넉넉한 마을 인심과 농촌의 주변 경관에 반해서이다.

처음 내려올 때는 집터 800평을 구매해 집을 짓고 농사일을 시작하려고 했으나 역시나 농사 짓는 일은 부부가 마음 먹은 것처럼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농사 자체만으로 먹고 사는 것을 해결해야 하는데 초보 농사꾼으로는 너무나 힘들었던 것이다. 해서 이들 부부는 시골에서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꾸준히 생각하면서 그렇게 3년여 정도를 진정한 시골 생활을 해나가는 데 준비하고 적응하는 기간으로 삼고 지냈다. 도시에서 귀농경험이 있던 주변 사람들로부터 귀농생활 3년을 못 버틴다는 말을 듣고 3년만 버텨 보자는 생각으로 지냈다는 이들 부부는 지금은 집 앞으로 보이는 농촌 들녘과 고향의 냄새를 느낄 수 있는 전원생활에 푹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지낸다.

남편 김동권 씨는 "처음 귀농을 한 후 소일거리를 찾지 못해 힘든 나날을 보내야 했다. 힘이 들 때면 전에 살던 안양을 찾아 지인들과 회포도 풀면서 시골과 도시를 오가며 지냈다"며 그 당시를 회상한다. 하지만 결국 이들 부부는 작게나마 논농사 밭농사를 짓고 마을주민들의 농사일을 거들기도 하고 사회복지관을 알게 되면서 남편은 의료원 주차관리원으로 취직을 하게 되고 부인은 사회복지관의 아동 돌보미 봉사활동을 하게 됐다. 이제 더 이상 도시를 찾지 않는 어엿한 지역주민으로 살게 된 것이다.

귀농을 한 후 가장 좋은 점에 대해 묻자 김동권 씨는 "우선 공기가 맑아 너무 좋고 가족의 먹을거리를 내 손으로 직접지어 먹을 수 있어 안심이 된다"며 "마을 주민들도 처음에는 낯선 이방인에 대한 거부감으로 한데 어우러지기가 힘들었지만 지금은 모두들 한 가족처럼 지내고 있다"고 전한다. 현재 남편 김동권 씨는 석산마을 노인회 총무를 맡고 있으며 인흥교회에서 신앙생활과 함께 교회 산악회를 결성해 활발한 활동을 하며 지내고 있다.

결혼한 지 올해로 41주년 되었다는 이들 부부는 매일같이 부모의 안부를 묻는 1남1녀의 자녀가 있다. 지금은 모두 출가해 도시에 살고 있지만 자녀들은 수시로 시골을 찾아 머물다 가곤 한다. 해서 집 앞에 마련된 정자에는 지인들과 마을 주민들이 언제든 편하게 쉬었다 갈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놓았다.

부인 황금순 씨는 "다소 교통편이 불편하고 문화생활을 접하기가 어렵다는 점이 있지만 마당에서 뛰어노는 손자들을 볼 때마다 귀농하길 잘했다. 도시에서 얻지 못하는 무언가를 얻었다는 뿌듯함을 느낀다"며 흐믓해 했다.

귀농생활에 만족한다는 이들 부부는 "좀 더 일찍 건강하고 젊은 시절에 귀농하지 못했다는 것이 아쉽다"고 말한다. 이어 "모든 사람들이 도시에서만 살겠다고 몰려드는데 도시에서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시골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하려고 하면 일거리는 얼마든지 있다"며 앞으로 남은 여생 두 부부는 서로 부족한 것을 챙겨주면서 삶을 즐기면서 살겠다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