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의 힘

[시가 있는 마을]

2010-07-12     권기복(시인, 홍성문인협회 부지부장, 홍주중 교사)

 

아침 햇살 속에 여지없이
아버지는 직장을 향한다.
봉급만으로 살림이 어렵다는
아내의 투정이
머릿속에서 자글자글 끓고 있다.
다른 애들처럼 멋진 차로 등교를 바라는
불만 서린 애들의 등을 떠밀어
버스에 태우고,
그 버스로 10분 거리를
터벅터벅 걸어서 한 시간 간다.
걷는 것이 건강 유지에 최고라면서
주머니 속 굳은 천원을 꼭 쥐어본다.
하루하루를 등뼈가 휘어지게 살아도
녹녹치 않은 생활이 양 어깨에 걸려있다.

-그래도 나날이 쑥쑥 크는 애들이 있잖여.
니들이 내 기둥인겨.
내가 든든한 뿌리가 되어 줄겨.

저 홀로 빙그레 미소 지으며
굽이 기운 구둣발에 아침 햇살이 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