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2010-10-15     천난경 (시인. 홍성문인협회 회원 )

시간을 뒷주머니 쯤
넣고 세월만 쪼아대다
불현듯 꺼내보니

찬 기운을 품은 가을이
호탕하게 웃으면서
바라봅니다.

눈을 감고 멀리서 오는
가을 풀 향을 은은히
가슴으로 부어봅니다.

씨앗을 모두 뱉어내고
껍질만이 살랑 거렸는지,
벌써 마른 향기입니다.

내일을 위해
토해 낸 고통스러움을
경의롭게 품어봅니다.

가을은,
가을은 끝으로 가는
서러운 길목이 아니라,

생명을 품은 여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