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문턱서 살아나 명품한우 판매점 되기까지
<인터뷰> 희망을 요리하는 대성정육점ㆍ식당 황순희 대표
2010-10-22 이은성 기자
15년째 대성정육점 운영을 하던 황순희 대표는 어느날 갑자기 어지럼증을 느꼈다. 바닥이며 천장이 마치 지진이 난듯 눈앞으로 계속 다가오는 것이었다. 안되겠다 싶은 황순희 대표는 가까운 병원을 찾아갔다. "큰 병원으로 가보셔야겠습니다"라는 의사의 말은 더욱 걱정스럽게 다가왔다. 가족과 함께 서울의 큰 병원을 찾아가 병원에 들어가자 마자 어지럼증을 참지 못하고 잠들고만 황순희 대표는 "힘든 눈꺼풀을 어렵사리 떠보니 어지러운 기계 줄과 호흡기가 코에 걸려 있더라"며 "TV에서 보던 중환자실에서 눈을 뜨게 된거죠"라며 말했다.
청천병력 같이 다가온 백혈병, 절망의 신장암
의사들이 단체로 회진할 때 황순희 대표는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 두 개의 병을 가지고 있다는 듯한 의사들의 뉘앙스에 황 대표는 이상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친구가 일하는 병원에 입원했던 황 대표는 병명을 말해 주지 않는 친구에게 끈질기게 따지고 물었다. 그리고 청천병력 같은 소리를 듣게 됐다. 평범하게 정육점을 운영하며 세명의 아들을 둔 황 대표는 2004년 4월 12일 백혈병과 신장암을 앓는 언제 죽을지 모르는 환자가 되어 버렸다.
돌아오니 빚뿐, 남의 돈이라 내가 죽을 수가 없어
'백혈병은 문제가 아니었어요'라며 황 대표는 그때 당시 힘들었던 기억을 회상했다. 백혈병은 다행히도 남동생의 골수이식이 가능했던 것. 하지만 신장이 녹는 신장암 등 골수이식 비용과 3년 동안 받은 항암치료등 병원비는 날이 갈 수록 늘어만 갔다. '가게는 망하고, 빚은 늘어나고, 언제 죽을지는 모르고, 무작정 가게로 나갔어요'라며 황대표는 말했다. 5억원의 빚을 지게 된 황 대표는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며 아픈 몸을 이끌고 정육점으로 나갔다.
테이블 4개, 종업원 1명으로 시작
"남의 돈으로 버틴 몸이라 죽을 생각도 못하겠더라"며 가게를 살리기로 결심했다. 황대표는 이악물고 병마를 이기기 위해 긍정적인 생각으로 무장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15년동안 정육점을 운영해온 남편 홍기표씨의 소 고르는 안목으로 고기 맛은 좋았다. 좁은 식당에 하나 둘씩 '좋은 고기, 맛있다!' 라는 소문과 함께 손님들이 들어 차기 시작했다. 황 대표에게는 병을 생각 할 수도 없는 바쁜 생활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명품한우 판매처 인증점으로 인증획득
'6살난 아이의 몸 기능과 똑같데요'라며 황순희 대표는 웃으며 말했다. 혹독한 항암치료로 인해 떨어진 면역력은 황순희 대표이 몸을 여리고 약하게 만들었다. 그로 인해 바쁜식당일이 굉장히 힘들었을 황 대표는 그렇지도 않다고 했다. "전 사람 복이 많은 것 같아요, 6년전 같이 시작한 직원 1명과 함께 지금은 식구가 10명이거든요"라며 직원들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힘든 몸으로 늘어만 가는 손님들을 상대하기에 벅찬 황 대표를 직원들이 세심하게 배려하며 가족같이 일해 온 것이다. 황 대표는 "직원들이 우리 식당의 주인이라며 남편은 밖에 나가 소만 골라오지 일은 직원들이 다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지난 9월달 황 대표의 식당은 전국한우협회로부터 전국에서 19번째, 충남에서 3번째, 홍성군에서 1번째로 명품한우판매점으로 인증 받았다. 황 대표는 "한우선별에 탁월한 남편덕으로 어려운 인증을 쉽게 받은것 같다"며 말했다. 전국한우협회에서 판매점에 대한 1년 6개월치의 거래 소 등급 내역을 확인하고 받을 수 있는 명품한우판매 인증은 남편의 1+등급의 한우만 선별해온 덕에 어렵지 않았다.
홍성한우 쓰기 위해 우시장은 안가
"등급이 최우선, 최고의 한우를 키우는 집 찾아 다녔죠"라며 "우시장은 가지도 않아요, 홍성 한우가 좋을뿐더러 홍성 축산농가와 서로 돕고 살아야죠"라고 황 대표는 말했다.
실제로 대성정육점ㆍ식당은 홍성군 축산농가와 애틋한 관계다. 거세육 값이 한창 떨어져 팔지도 못하고 사료는 한없이 들어가 전국의 축산농가들이 어려웠던 때가 있었다. 홍성군도 예외가 아니었다. 등급 좋은소를 키워주고 공급해준 축산농가들이 쓰러져가는 것을 볼 수 없었던 남편 홍기표씨와 황순희 대표는 홍성군 축산농가의 한우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사료값을 메꿔주기 위해 도움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렇게 사들인 한우만 30마리 가게빚은 또 늘어만 갔다.
하지만 황 대표는 "우리가 좋은 등급의 한우를 쓸 수 있는걸 생각하면 어려운 결정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하루 매출 200만원, 나눔으로 이어져
"아팠을때 받았던 도움의 손길 절대 잊지 못해요"라며 황 대표는 꼭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은 분이 있다고 말했다. 바로 황 대표 친구의 부인인 '김연숙'씨. 혹독한 항암치료로 밥도 못먹고 누워있을때 옆에서 묵묵히 병수발을 들어줬던 평생잊지 못할 은인이라고 말했다.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묵묵히 자신을 가족보다 더 지켜준 그 분을 본받아 황 대표도 봉사활동을 시작하기로 마음 먹었다. 홍성군청로회에서 추천받은 어르신들을 위해 날짜를 잡고 작게나마 식사를 대접해 온 것.
"내가 사는 모습이 누군가에게 용기가 되어 희망을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황 대표.
하루 평균 매출 150~200만원을 올리며 맛 좋기로 소문난 대성정육점ㆍ식당 황순희 대표는 "욕심없이 정직하게 살고 싶다"며 황 대표는 오늘도 가게에 나가 희망을 요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