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자유선진당과 정치연대 고려 ?

안상수, 11일 간담회서 밝혀…'DJP 연대' 맞서는 '새 모델'

2010-11-12     김갑수 기자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 2012년 정권 재창출을 위한 전략적인 차원에서 자유선진당과의 연대를 고려중이라는 발언을 해 충청지역 정가에 상당한 파문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안 대표는 11일 여의도에서 진행된 오찬 간담회에서 "충청권은 민주당에게만 우호적인 분위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조속한 시일 내에 충청 몫 지명직 최고위원도 인선할 계획"이라며 "자유선진당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계속 유지하고, 정치연대도 고려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안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충청권에서는 차기 대선과 관련 제2의 'DJP연대(김대중-김종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권 재창출을 위한 한나라당의 대 충청권 전략은 뭐냐?"는 <디트뉴스24>의 질문에 대한 답변 과정에서 나왔다. 안 대표는 지방선거 직후인 지난 6월 23일 한 라디오에 출연, "대한민국 정치가 보수와 진보의 큰 줄기로 나가는 것이 좋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장기적으로는 보수대연합이 이뤄져야 된다고 본다"며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가 꺼낸 보수대연합에 대해 사실상 찬성 의사를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처럼 '정치연대'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는 결국 과거 DJP연대에 맞서는, 정권 재창출을 위한 새로운 모델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만 안 대표는 "합당하겠다는 뜻이냐?"는 다른 기자의 질문에 "그것은 이른 얘기"라며 "우선은 정치연대를 고려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자리에 배석했던 안형환 대변인은 간담회 직후 "자유선진당과 총선, 대선에서 공조할 수 있다는 의미로 봐도 되냐?"는 질문에 "물론이다"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정작 한나라당 충청권 인사들 사이에서는 "다소 생뚱맞은 발언"이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당장 총선에서 자유선진당과 공조할 경우 공천 등 심각한 문제가 대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충청권의 한나라당 유력 인사는 이날 <디트뉴스24>와의 통화에서 "굳이 자유선진당과 공조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 보수대연합에 대해서도 회의적"이라며 "DJP연대라는 말이 나오니까 그냥 한 얘기 아닌지 싶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한나라당 관계자도 "지역과는 전혀 조율된 게 아닌 것으로 안다"면서 "안 대표의 발언에 대한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민주당, 제2의 DJP연대 얼마든지 검토 가능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정치권의 대 충청권 공략이 본격화 되고 있는 가운데, 'DJP 연대'의 복원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이 민주당 인사의 입에서 나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민주당 한 핵심인사는 지난 1일 여의도에서 기자와 만나 "민주당만으로는 정권탈환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전제한 뒤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가 DJP연대를 성사시켰을 당시에는 개인적으로 '야합'이라는 생각을 했었으나, 이제는 충분히 이해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내가 만약 (민주당) 대통령 후보라면 (내각의) 60%를 (상대 정당에) 줘도 연대를 하는 편이 낫다는 생각이다. 얼마든지 검토 가능한 일"이라며 "DJP 연대는 비록 의원내각제 등에 대한 이견으로 깨졌지만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끌어 냈고, 대한민국 정치발전의 중요한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는 높이 평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또 "민주당에서 자유선진당으로 가든, 아니면 그 반대이든 '배신자'라는 공격을 거의 하지 않는다. 실제로 충청권에는 그런 의원들이 적지 않다"면서 "과거 (민주당과 자민련이) 결혼한 역사가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귀띔했다. 듣기에 따라서는 차기 대선 승리를 위해서라도 호남 정당인 민주당과 충청도 정당인 자유선진당이 얼마든지 연대를 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물론 정치 일정을 놓고 볼 때 총선 다음에 대선이 예정돼 있다는 점에서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말이다. 이 관계자 역시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전제를 달아, 민주당 내에 이 같은 분위기가 무르익은 것은 아님을 분명히 했다.

그는 또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지지율이 충청권에서 압도적으로 나오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세종시 원안 찬성 등 여러 가지 원인 때문'으로 분석한 뒤 '박근혜 신드롬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차기 대선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대목에서 그는 '차기 대선이 손학규 vs 박근혜의 구도로 간다면 손 대표에게 매우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며 "경기도에 표를 가지고 있는 김문수 지사가 나서는 것보다는 방송 토론회 등을 경험하지 못했고, 영남 중심의 지지율을 가지고 있는 박 전 대표가 대선 주자로 나서는 것은 우리로선 매우 반길 만한 일"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