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사회통합

2010-11-26     범상 스님(오서산 정암사)

인류사에서 과거․현재․미래를 관통하고 있는 핵심은 무엇인가? 그것은 탐(貪)․진(瞋)․치(癡)라고 불리는 인간의 욕심(慾心)이다. 따라서 세상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사고뿐만 아니라 범부중생들의 일체행위는 욕심이라는 한 가지 마음을 원인으로 해서 수 만 가지의 현상으로 나타나는 것에 불과하다. 마치 '남이 하면 불륜이요 자신이하면 로맨스'라고 하는 것처럼 이러한 욕심은 자신이 알고 있는(마음․지식)것들을 절대기준으로 삼고 객관의 대상을 판단하여 그것이 진실 된 사실이라고 집착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위와 같은 입장에서 본다면 체계화된 이론이나 학설에 근거한 주의(主義) 즉, 이즘(ism)은 어느 한 곳을 기준으로 해서 사회전체를 재단하려 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자본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우리사회의 구성원과 사회질서와 모든 제도들이 자본을 잣대로 하여 움직여지고 판단되어 짐으로 물질에 오염되어 있고 할 수 있겠다.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봉은사 땅밟기'사건은 '자신의 신념체계를 절대화하는 주의(ism)의 문제점'이 어떤 것인가를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겠다.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사탄 운운하며 봉은사에 난입하여" 우상숭배를 하는 봉은사가 무너지라"고 기도한 '봉은사 땅밟기' 동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되면서 사회적 지탄을 받게 되자 해당 학생들과 목사님이 직접 봉은사를 찾아가서 사과를 했다. 하지만 나중에 교회로 돌아간 목사님은 여전히 '땅밟기' 했던 학생들을 나무랄 생각이 조금도 없다라고 했다.󰡓(뉴데일리 10.11.02)는 기사에서 보듯이 이러한 현상은 진리를 추구하는 종교를 하나의 이즘(ism)으로 착각하여 편협 된 창(窓)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어느 사회이든 간에 갈등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갈등을 사회적 욕구[needs, 慾求]의 다양성으로 받아들이고 변화와 발전을 모색하는 요구로 수용 할 때 건강한 선진사회라고 말한다. 이러한 사회에서는 갈등은 매우 긍정적으로 작용하며 대화와 타협 즉, 화합의 기폭제로서 사회를 발전의 원동력이 된다. 그러나 사회와 다수의 대중들에게 '지역감정' '좌․우파대립' 등과 같이 관념적 프레임을 만들고 주입시켜 민주주의의 의결방식인 다수결원칙을 악용하고, 그릇된 주의주장으로 정신적․물질적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ism에 빠지게 되면 과거 이데올로기에서 경험했듯이 사회의 모든 갈등은 폭력과 투쟁으로 이어져 불행의 근원이 된다.

위와 같은 문제들을 개인과 사회라는 측면에서 이해해 본다면 각 개인과 집단들의 다양한 요구들은 극히 주관적인 욕구로부터 출발하므로 보편성과 객관성이 결여 될 수 있다. 이러한 천차만별의 다양한 욕구를 사회와 국가는 사회통합이라는 측면에서 서로 간에 소통의 기회를 주선하여 계층 간 집단 간의 벽을 허물고 이해와 화합을 이끌어 내어 공동의 이익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현재 정부가 공정사회를 구현하겠다면 서도 여전히 부자일변도의 정책기조를 유지하며, 화합과 소통을 말하면서 비살상무기인 사회질서유지를 명목으로 음향대포를 사용하려하고, 반공논리를 펴면서도 군미필 내각을 꾸리는 것은 참으로 모순되어 보이지만 패권주의 지배논리(ism)에 빠져있는 집단에 있어서는 매우 정당하고 당연한 일이 되어 버린다.

앞서 말했듯이 모든 사회에서 갈등이 나타나는 것은 개인과 집단이익을 우선하는 탐욕이 작용하기 때문이며, 그 원인은 자신의 기준(오염된 마음)에 빠져 "권력은 십년을 가지 못하고 꽃은 열흘을 붉지 못하다.(權不十年 花無十一紅)"는 말처럼 "모든 것은 변화 한다는" 당연한 이치를 수용하지 못해서이다. 그렇다면 변화는 무엇을 근거로 일어날까? 변화는 인과응보 즉, 원인과 결과의 연속이다. 여기에 대해서 붓다는 지금 현재는 "과거의 결과이자 미래의 원인"이 되므로 현재의 행위를 바르게 관찰하면 과거와 미래를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우주의 법칙인 연기(緣起)를 원인으로 해서 일어나는 인과(因果)를 거스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것은 마치 부적 한 장으로 "지은 죄를 사라지게해서 그에 대한 대가를 면하게 할 수 있다."고 하는 허무맹랑한 주장과 다를 바가 없다.

따라서 정치와 행정을 비롯한 통치행위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부터 지금 누리고 있는 기득건과 권력이 영원하다는 환상에서 깨어나서 일체의 모든 행위에는 반드시 결과가 따른다는 인과에 대한 확신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확신이 있을 때 탐욕으로부터 해방 될 것이며, 세상의 기준은 권력도 아니요, 자본도 아니요, 오직 자신의 행위가 과거 현재 미래를 이어가는 원인이자 결과임을 깨달아 권력과 자본이 영원 할 것이라는 착각으로부터 오는 불행에서 멀어질 것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