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문화회복과 통일
절대음감을 가진 음향전문가들은 나라(민족)마다 만들어내는 오디오의 소리가 다르다고 말한다. 오디오시스템은 악기나 사람의 목소리 등을 기계를 통해서 변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원하는 특정한 부분만을 선택하는 카메라의 앵글처럼 기계장치(오디오)를 이용해서 원래의 소리를 왜곡 시킬 수 있다.
다시 말해 우리나라의 사물놀이를 서양의 클래식전문 공연장에서 공연을 하게 되면 울림공간과 오디오시스템과의 불협화음이 일어나 본래의 소리를 들을 수 없듯이 잔잔하고 감미로운 소리를 좋아하는 민족과, 행진곡과 같은 역동적인 소리를 좋아하는 민족이 가지는 음감이 서로 다르므로 공장에서 생산하는 오디오 소리 역시 다르다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는 개인들에게도 있어서 기타 연주자들은 이미 조율이 되어있는 기타라 할지라도 거의 습관적이라 할 만큼 연주하기 전에 줄을 가다듬어보고 자신의 귀에 맞게 다시 조정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보자. 지난 2002년 월드컵 때 우리국민 모두가 자연스럽게 짝짝~짝~짝-짝의 엇박자 박수를 치면서 즐거워했고, 외국인들은 전 국민이 월드컵을 위해서 특별히 연습한 것이 아니냐며 할 만큼 신기해했다. 우리가 엇박자박수를 즐겁게 쳤던 것처럼 지난 남아공월드컵 때의 그곳 사람들은 뿌~뿌~하는 단순음을 내는 전통악기인 부부젤라를 불어대며 신이 났었다.
축구경기 내내 불어대는 부부젤라 소리는 분명 우리의 귀에는 소음이었다. 그래서 필자는 우리의 입장에서 흥겨운 가락인 엇박자 박수소리나 사물놀이를 듣기 거북해 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소리의 문제가 아니라 문화의 차이로 이해해야 한다고 본다. 이러한 문화의 차이는 크게는 아시아․유럽․아프리카와 같은 지역과 민족으로 나누어지고 작게는 한 집에 사는 세대 간에도 분명히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문화를 '용기문화' '규범문화' '관습문화'로 나눈다. 용기문화는 컴퓨터나 냉장고처럼 생활의 편리성 때문에 거부감 없이 쉽게 받아들인다. 규범문화는 철학적 사유와 이념 등이 작용하고 공동체 구성원들 간에 묵시적동의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개인이 함부로 변화시키기는 어렵다. 예를 들면 결혼을 앞두고 사주단자를 보내는 것처럼 평소에는 보이지 않다가도 통과의례 등의 기준이 되는 유교의례가 여기에 속한다. 그리고 관습문화는 '개업고사'나 '조상제례'와 같이 한국 사람이면 거의가 일상처럼 여기는 문화형태로서 비논리적이고 무조건적이며 세대를 이어가면서도 거의 변하지 않는다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여기에 비추어 보면 '할아버지가 좋아하는 트롯' '아버지가 즐기는 발라드' '손주가 부르는 랩'은 세대와 유행에 따라 쉽게 변하는 용기문화에 속하며, 월드컵의 엇박자박수나 부부젤라는 민족과 지역이 가지는 고유한 기질이 배어있는 것으로서 쉽게 변하지 않는 관습문화에 속한다고 할 수 있겠다. 따라서 엇박자 박수와 사물장단 등은 우리민족의 정서를 떠받치고 있는 토양과 같은 것으로 시간과 공간을 이어오는 정신적(문화)유전인자인 것이다.
그래서 지배를 목적으로 하는 제국주의 정책에는 반드시 점령지의 전통문화를 파괴하는 전략이 숨어있고, '반공을 국시(國是)로~'처럼 독재정권 역시 정권유지를 위해 새로운 이념과 문화를 만들어 낸다.
일본과 미국 역시 종교와 교육을 통해서 우리의 전통문화를 파괴했고, 박정희가 전통문화를 '미신'으로 몰아세웠던 것처럼 이들을 답습한 세력들은 친일․친미부역이라는 치부를 숨기고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지금까지도 전통문화를 말살정책을 유지해나가고 있다. 그리고 단편적 경험이긴 하지만 북측도 예외가 아니어서 TV를 통한 북한영상이나 남북예술단의 문화교류ㆍ이산가족 상봉현장 등을 통해서 문화왜곡의 심각성을 느낄 수 있다.
우리보다 몇 갑절 긴 시간 식민수탈이 자행된 인도와 동남아에도 전통문화가 살아 숨 쉬듯이, 심각하긴 하지만 우리가 겪고 있는 '식민정책과 권력유지를 목적으로 이루어진 문화왜곡'은 앞서 말한 용기문화와 같은 것으로 어떤 기회만 주어지면 금방 회복된다고 본다. 그것은 바로 민족이 지니고 있는 고유한 정서와 감성은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남북통일을 염원하는 것 역시 민족이라는 혈연과 문화 그리고 역사의 동질성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경우에도 파괴되지 않는 관습문화를 회복하고 활발한 교류를 통하여 민족의 가슴속에 꿈틀거리는 신명과 끼를 함께 나누고 발산 하는 것은 남북회담의 정치적 논리나 6자회담과 같은 이익나누기식의 외교로서 도저히 풀 수 없는 통일의 근원적인 합의를 만들어 내는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