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구의 실험' 대전에서 통할까?

녹록치 않은 현실, 지역구 문제 넘어야 할 산

2010-12-17     김선미(디트뉴스 편집위원)

 "오랜만입니다. 많이 바쁘시죠?" "아, 네" "선거가 2년 남았나요?" "무슨 2년에요? 연말 지나면 본격적인 선거전이지요." 얼마 전 모임에서 만난 한 정치인 부인과 오간 대화다.

선거의 계절이 돌아오긴 돌아 온 모양이다. 하기야 대한민국이 단 한시라도 선거로부터 자유로운 때가 있었으랴마는 2012년 총선을 앞두고 벌써부터 이 사람 저 사람, 여러 사람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이 중에서도 지역 정가에서 단연 관심을 모으는 이는 전직 도지사와 시장 출신의 거취다.

드디어 한 사람은 본인이 나서서 출마를 공식화 했다. 한 사람은 주변에서 거취를 둘러싸고 설왕설래 할 뿐 당사자는 입을 다물고 있다. 한 사람은 총선 출마에 대해 긍정적인 여론이 우세하다. 반면 또 한 사람은 여론이 엇갈린다. 이완구 전 충남지사와 박성효 전 대전시장 이야기다. 이들의 행보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아직은 이르지만 광역단체장을 역임한데다 앞으로의 정치 행보를 고려할 때 그 자체만으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배경과 처한 입장은 전혀 달라 보인다. 현재로서는 직접 다음 총선 출마를 기정사실화한 이 전 지사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퇴 1년, 몸 풀며 거칠 것 없는 행보 보여
세종시 원안 추진과 관련 책임을 지고 지사직을 사퇴했던 이완구 전 충남지사는 사퇴 1년이 지난 최근 다음 행보를 위한 몸풀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지역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다음 총선에 출마의지를 다지고 있다.
거칠 것이 없어 보인다. 심지어는 선거구마저 충남을 뛰어넘어 대전까지 그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여차하면 텃밭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전 지사는 상대적으로 몸집이 가벼울 밖에 없다. 우선 다음 지방선거에 대한 부담이 없다는 점이다. 하기야 코 앞 일도 예측 불가능할 정도로 변화무쌍한 것이 한국 정치의 특징인데 앞으로 4년 후를 말한다는 것이 난망하고 위험한 예측이긴 하다.

하지만 이 전 지사가 다시 충남 도지사에 도전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원에 출마해 당선이 돼도 중도에 사퇴하는 일은 없을 거라는 이야기다. 왜냐하면 스스로 사퇴한 자리를 충분한 명분이 없는 한 다시 돌아가는 일은 만만치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이 전 지사로서는 많은 이들이 예측하듯 일단 여의도에 재입성해 다음 대선 때 정권 창출에 일정 역할을 한 뒤 차차기 대선을 노리는 것이 가장 원하는 그림일지 모르겠다. 그 사이 장관이나 국무총리를 역임해 전국적인 정치인으로 부각될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을 테고 말이다. 물론 소설 같은 이야기다.

여차하면 지역구도 갈아 탈 수 있다지만...
그러나 현재로서는 이런 그림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관문이 녹록치 않아 보인다. 우선 오는 2012년 상황도 만만치 않다. 우선 충남 지역구 사정을 보면 홍성. 예산은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가 현역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일부에서 이 대표의 불출마설도 나오고 있으나 사실무근이라는 것. 그렇다면 이 지사로서는 당내 공천 경쟁도 경쟁이지만 이 대표를 넘어서는 것도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닐 것이다.

또 하나 대전으로 지역구를 옮길 경우를 가정해 볼 수 있다. 하지만 대전은 이 지사에게는 생소한 지역이다. 충남에서 대전으로 정치 무대를 옮긴 경우는 심대평 의원의 예가 있기는 하지만 심의원의 경우 당시 국민중심당 대표로서 충청권 대표주자라는 암묵적 합의가 있었다. 이 전 지사도 대전에서 출마하려면 이러한 필요충분조건을 갖춰야 하지 않을까 싶다. 좀 더 노골적으로 말해 충청권 대표 정치인으로서의 자리매김 말이다. 그것은 앞으로 이 전 지사가 풀어가야 할 거대한 산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