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사진을 보며

2011-02-11     권기복 (시인, 홍주중교사)

흑백사진 한 장,
세월의 낙수에 젖어있다.
지워진 여백만큼
기억의 세포들이 꾸물거린다.

나보다도 젊은 아버지와 어머니,
내 자식들보다 어린 나와 누이들,
옹기종기 모여 앉거니 서거니
산이 되었다.

산이었다. 우리는
제 자리를 빠져나가도
언제나 되돌아와 제 자리를 메우는
가난한 산이었다.

온전한 두 눈은 없어도
눈빛 고운 산,
지금은 빛바랜 흑백사진처럼
군데군데 무너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