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금배추가 오늘은 애물단지로

밭떼기 업자 연락 두절, 밭째로 갈아엎어…농민들 울상

2011-05-13     최선경 편집국장


이달 들어 배추가격이 폭락을 보이며 지난해보다 70%이상 값이 떨어져 농민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홍동면 문당리 정 씨는 “처음엔 포기당 2000원씩 계약을 했으나 배추값의 하락으로 어느날부터 업자와 연락이 안 되고 있다. 겨우 포기당 350원씩 다른 업자와 계약을 한 상태다. 주변에서는 배추를 팔 수 없어 밭째로 갈아엎는 사태까지 이르렀다”며 하소연했다.

은하면 대판리 안 씨는 “농협에 계약재배를 한 농민들에게 무슨 보상 조치가 있는지 알아봤지만 어떤 대책도 듣지 못했다. 3만포기를 심었는데 하루 품값이 4만원에 식대 및 간식비를 합치면 1인당 5만원이 넘는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배추값이 떨어졌다. 배추 3포기를 한 망에 넣는 작업에만 500원이 든다. 그러니 이 많은 배추를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이다. 울며 겨자먹기로 패기처분하려는 마음을 먹었다”며 긴 한숨을 쉬었다.

10년 만에 봄배추를 심었다는 농민 이 씨는 “지난 해 가을 배추 대란으로 농가마다 배추 재배면적을 10~20% 늘렸다. 나도 혹시나 하는 맘으로 배추를 심었는데 예년보다 밭떼기 가격이 올라 높은 수입을 기대했지만 계약금의 2배나 되는 위약금을 물고도 거래를 파기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배추는 작황이나 수급상황에 따라 가격이 급변하는 주식이나 로또랑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마침 결성면에서 만난 김 씨 부부는 하우스에 심은 배추를 전량 따서 버리는 중이었다.
“갈아엎으면 다음 작물을 할 수가 없어 힘이 들어도 따서 버리고 있다. 원래 포기당 1400원에 계약금을 조금 받고 계약재배했지만 업자가 가져가지 않아 계약은 파기됐다. 노지에 심은 배추는 폐기처분을 하려고 며칠 전 농협에 신청을 했다. 300평당 450원을 쳐 준다고 하는데 3600평을 심었으니 평년 같으면 2500~3000만원의 수입을 올렸겠지만 폐기처분하면 400~500만원의 보상을 받을 것이다. 그나마 신청자가 많아 해당될지도 걱정이다”며 속상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장날 (5월 11일) 농협에서는 배추 1망(3포기)을 1800원에 판매했다. 지난 달 상순만 하더라도 7800원 하던 배추가격이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급락을 한 것이다.



배추가격 급락의 가장 큰 이유는 하우스 재배 봄배추 생산량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하우스 봄배추 생산량은 4월에 25만 3000톤으로 평년보다 70% 증가했고 4월 출하량도 지난해보다 45%이상 증가했다. 이달 들어 겨울배추 출하량이 증가하고 하우스 봄배추도 출하지역이 확대되면서 공급 과잉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가을 배추가격이 폭등하면서 배추김치 수입량이 증가한 것도 요인으로 지목됐다.

광천농협 이철진 조합장은 “지난 가을 배추값이 좋아서 농민들이 너도나도 배추를 많이 심었다. 월동배추도 저장되어 있는 곳이 많고 주로 품질이 낮은 중국산 배추를 민간에서 수입하면서 가격이 더 떨어진 측면도 있다. 정부에서 수급조절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안타깝지만 농협 자체적으로도 생산량 수급조절기구가 없음을 밝혔다.

하루빨리 정부의 배추값 안정 대책이 나와 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