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의 메아리
2011-05-20 김민경(풀무고2) 학생명예기자
이렇게 꽃이 피고 잎이 돋아나는 신록의 계절 5월. 우리는 봄의 아름다움을 맘껏 느끼고 산다. 꽃내음 가득한 오늘 왠지 모르게 31년 전 수류탄 냄새가 코를 맴돈다.
이맘때 쯤 나는 꼭 5.18전야제를 갔다. 광주 금남로에서 하는 전야제는 그 당시 상황을 재연해 계엄군이 몰려오고 있다고 소리를 지르고 노래를 불렀다. 부모님과 함께 갔는데 부모님께서는 그때 일을 떠올리시며 말하셨다. “그 땐 매일 휴교령이 내려지고 길거리에 나가면 수류탄냄새가 풀풀 났어”하시며 봄이 없었다고, 대신 혁명의 봄이었다고 하셨다. 꽃 대신 사람들의 피가 배이고, 상쾌한 봄내음은 연기와 기침소리로 묻혀 갔었다고 회상하신다.
사회시간에 어렴풋이 5·18을 시민
혁명, 또는 시민운동이라고 배웠다. 그 날을 잊어버리면 안 된다고 강조해서 말씀하시던 선생님의 목소리가 귓가에 어렴풋이 들려오는 것도 같다. 그리고 얼마 전, 동아리에서 혁명에 대해 공부를 하게 되는 계기가 생겨 5.18이 어떤 날인지 그리고 다른 혁명들이 얼마나 큰일이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배웠다. 공부를 하면서 내가 얼마나 안일했는지 깊이 느꼈다.
5월 그날은 12.12 군사쿠데타 이후 계엄령이 내려지자 사람들은 반발하고 일어났다. 그런 민중들을 정부는 무차별·무자비하게 탄압했다. 많은 사람들은 민주주의를 위해 일어났고 민주주의를 목이 터져라 외쳤다. 아버지를 잃고 자식을 잃은 많은 사람들은 주변인들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겠다는 각오로 다시 일어나 외치고 싸웠다. 사람 사는 세상이 될 때까지,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곳을 만들기 위해 그들은 소리 높여 혁명의 노래를 불렀다. 수많은 사람들은 한 독재자의 늙은 욕심으로 죽어갔고, 상처 입었으며 지금까지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그렇게 우리나라의 혁명에 대해서 공부하고 나니 마음이 뜨거워지고 숙연해졌다.
5·18은 민주주의를 위해 일어난 사람들이 치러냈던 희생을 기념하는 날이다. 모두가 이 땅의 민주주의를 이룩하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들의 숭고한 희생을 한번쯤 생각하고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잊지 않아야 하지만, 그날의 의미가 많이 퇴색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런 상황 속에서 희생자 가족들은 여전히 그 날을 떠올리며 분노하고 희생에 대한 보상을 외치고 있다. 정부는 묵묵부답이지만 말이다.
우리는 왜 이렇게 안일하게 됐을까? 31년 전 그날을 기억하는 사람은 이제 몇 되지 않고, 정치적인 문제라며 고개를 돌린다. 무덤덤해져 이제 그런 일에는 분개하지도 않는다. 걱정된다. 역사 선생님께서는 우리가 점점 역사에 관심을 가지지 않게 되는데 이건 무서운 일이고, 지금 우리들이 과거의 고귀한 희생을 잊어버리면 다음에 그리고 먼 미래에 또다시 같은 일이 반복된다고 걱정스레 말씀하셨다. 그런데 우린 지금 어떤가? 고마운 마음은 이미 잊어버리고 나라가 어디로 흘러가든 모두들 먹고 사느라 바쁘다고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만약 우리가 먹고 살기 힘들다고 정치에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또 다시 많은 사람들이 목이 터져라 외치고 희생해야 될 것이다. 역사적인 오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우리 스스로 정의와 희망을 생각하고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이렇게 아름다운 봄날, 우리 마음속에서 그 날의 외침이 메아리가 되어 울려 퍼져나가 희망의 목소리가 되어 돌아오기를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