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여고, “여름철에도 문을 열 수 없어…”
주변 축사의 악취로 학습권 침해, 군의 철저한 관리감독 요구
2011-06-23 최선경 편집국장
홍성여고(교장 이용암)는 “주변 축사로 인한 악취로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당하고 있다”는 민원을 홍성군에 제기했으나 시정이 되지 않아 학생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어 군 차원에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학교 주변 축사로 인한 악취 문제는 해마다 제기되어 학교 측에서 공식적으로 군에 수차례 민원을 제기하는 등 여러 번 불편을 호소하고 시정을 요구했으나, 군이나 축산농가가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 있어 학생들은 물론 인근 주민들이 생활하는데 막대한 지장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학교 측은 “축산 농가에서는 아직도 비가 오면 가축의 분뇨를 무단 방류시켜 인근에 수질 오염은 물론 주변 토질까지 엉망으로 만들기 일쑤며 특히 날씨가 흐린 날은 냄새가 더욱 심하여 고3학생들이 주로 생활하는 별관은 여름에도 문을 열어 놓을 수조차 없을 정도”라며 “군에서 축산농가의 철저한 위생 단속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근 주민 박 씨는 “이사 온지 14년 동안 수도 없이 항의하고 시정을 요구했으나 별다른 대책이 없었다. 여름이면 파리, 모기가 들끓고 가장 심각한 것은 물이 오염됐다는 점이다. 당연히 직접 물을 마실 수도 없고 세수대야에 물을 받아 놓고 한 시간 정도 지나면 물이 미끈거리고 어디선지 벌레가 생긴다”며 불편을 호소했다.
이에 대해 군의 담당자는 “축산농가라 냄새가 완전히 나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며 악취를 줄이기 위해 미생물 사용을 더욱 높이라고 개선 권고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돼지를 170두 사육하고 있다는 홍성여고 주변 축산농가 조양축산을 방문했을 때 농장은 분뇨정화처리나 주변 환경관리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농장 관리인은 주인이 현재 몸이 아파서 축사를 폐사하려고 군에 일정액을 제시한 상태인 걸로 안다는 말도 남겼다.
한편 조양축산 대표 김 씨는 기자에게 전화로 “몸이 아파 제대로 관리를 하지 못했으나 앞으로 더 철저하게 분뇨처리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만을 밝혔다.
악취오염도 기준이란 게 있을 것이며 기준을 넘었을 때 그에 대한 제재를 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되어 있을 것이다. 만약 악취오염이 기준치를 초과한 상황이라면 그에 걸맞는 처리 방안이 있을 것이나, 단지 기준치에 미달된다는 이유로 ‘개선 권고’ 밖에 할 수 없다면 그것도 문제다.
담당 공무원은 “아무리 냄새가 심하게 나서 오염측정을 해도 거의 기준치 미달인 경우가 허다하다”며 “축산농가가 이전하지 않는 이상 악취 문제는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없다. 만약 단속을 해서 위반 사항에 걸린다면, 그에 상응하는 처벌조항에 맞게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홍성여고는 자체적으로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가축분뇨냄새가 아주 심하다(63%) △가축분뇨냄새에 대한 ‘나’의 대처는 창문을 닫고 공부한다(53%), 그냥 견딘다(39%) △냄새가 가장 심한 시각은 19~23시(60%) △가축분뇨냄새로 인한 불편 중 학습지장(54%), 메스꺼움(49%), 집중력 저하(47%), 식욕 감소(36%) △가축분뇨냄새에 대한 조치 반드시 필요(58%), 필요(30%)로 나왔다. 이 결과로 알 수 있듯이 가축분뇨로 인해 학생들은 건강상으로도 매우 심각한 상태에 방치되어 있으며 학생 고유의 학습권이 현저히 침해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홍성여고 자모회는 지난 22일 오전 홍성군에 500여명의 학생들 서명이 담긴 진정서를 제출하고 조속한 시일 내에 악취 문제를 해결하여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장해 줄 것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자모회 측 관계자는 “축산 농가의 악취 문제가 하루아침에 말끔히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면, 농가와 주민간의 ‘이해도’를 높이기 위한 군의 역할이 아주 중요할 것”이며, “농가도 살고 학생들도 불편함이 없게 살 수 있도록 군에서 관리감독을 철저히 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이에 군 담당자는 “행정지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행정부를 불신하는 마음이 팽배하다면 학교와 군이 함께 공개적으로 악취를 채취하여 과학적으로 분석을 의뢰하자”고 건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