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노른자 같은 인생 최고의 시간을 바쳤죠”

농업인 위해 40년 외길 걷다 퇴임하는 홍성군농업기술센터 강영희 전 소장

2011-06-23     최선경 편집국장

홍성군농업기술센터 강영희 전 소장<사진>은 아직도 타래머리에 흰 고무신 신고 생활지도사로 첫 출근하던 그 때가 눈에 선하다고 말한다. 그날 이후 40년간 그녀는 오롯이 홍성의 농촌진흥사업 발전을 위해 헌신해 왔다. 이제 40년 화려한 역사를 뒤로 하고 퇴임을 맞게 된 홍성 농업발전의 산 증인 강영희 전 소장을 만났다.

강영희 전 소장은 1971년 홍성군농업기술센터에 발령받은 후 40년째 봉직하면서 전국에서 손꼽히는 기록을 여럿 세운 여장부다. 강 소장은 홍성군농업기술센터 사상 첫 여성 소장으로 군 농업기술을 총괄 지휘했으며 또한 전국 153개 농업기술센터 중 달성군농업기술센터에 이어 전국에서 두번째로 여성 소장이 됐었다. 1998년 농촌진흥청 산하 시·군 농업기술센터 최초 사회지도과장에 부임할 때도 우리나라 시·군 센터 가운데 제1호 여성과장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강 소장은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면서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시간인 20대부터 60대까지 계란 노른자 같은 시간을 농업인과 농촌을 위해 정열적으로 혼을 바쳤다고 회상한다. 그녀는 한 마디 속된 표현으로 정말 ‘깔나게’ 일했다는 자부심을 갖는다고 말한다.


미래를 대비한 농업 인력 육성
가장 애착을 많이 갖고 있는 사업이 무엇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홍성을 대한민국 최고의 농업중심지로 키우기 위해 다양한 시책 사업을 실시해 봤으며 거의 모든 사업이 성공적으로 완수됐다는 주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농촌에서 살아가는 여성 농업인에 대한 의식 개선과 소득사업 창출 등 홍성군생활개선회 회원들과의 끈끈한 관계를 가장 중요하다고 덧붙인다.

“제가 가장 역점으로 조직하고 키운 홍성군생활개선회는 회원이 3200명이나 돼 숫자로나 활동 내용으로 보나 우리나라 시·군 단위 최대 여성조직이다. 홍성군생활개선회는 규모만 큰 것이 아니며 내실도 전국 최고라고 자부한다. 140개 마을단위 생활개선회가 조직돼 있고, 지금까지 확보한 기금만 1억 8천만 원이 넘는다. 곧 준공되는 건두부 공장은 홍성군생활개선회의 의욕적인 자체사업이다. 앞으로도 홍성군생활개선회는 자생적 능력을 갖추고 더욱 발전해 나갈 것으로 믿는다. 어떤 일이든 된다는 신념을 갖고 노력하면 결국 이루어진다. 여성들은 불리한 점도 많지만 장점도 많다. 이제 농촌여성들이 농촌경제를 이끌어간다는 자신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나설 때다. 그들은 언제나 나의 든든한 지원군이자 동지였고 앞으로도 유대 관계를 계속 갖고 싶다”

그 중에서 기억에 남는 사연을 소개해 달라고 했더니 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가는 듯 표정이 복잡하다.
“많은 일이 있었다. 한 20~30년 전으로 기억된다. 생활개선회 실적 발표일에 폭설로 교통이 마비됐는데도 수십 리 눈길을 마다않고 과제발표물들을 머리에 이고 등에 지고 모여 주었던 회원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며, 1994년 서울 5대 백화점에 ‘홍주골 외갓집 떡’이란 브랜드로 입점해 많은 수익을 올렸던 때도 생각난다”며 잠시 눈가가 촉촉이 젖는다.


홍성을 한국농업 중심지로 도약
홍성군은 대표적인 농업군이다. 홍성군에서 농업기술센터의 역할은 농업인의 소득과 복지, 삶의 질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래서 강 소장은 농업인의 행복이 나의 행복이란 신념으로 농업기술센터가 누구를 위해 무엇을 하는 기관인지 되새겨 보며 농업인 고객의 만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소장이 되고자 노력했다며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21세기는 여성들의 역할이 중요해졌으며 홍성의 농촌여성들에 대한 자랑스러운 마음을 표현했다.

“홍성의 농촌여성들은 모든 활동에 적극적이다. 대부분 읍면별, 마을별 생활개선회에 가입하면서 다양한 과제활동과 교육에 참여한다. ‘꽃두레’와 같은 농산물 직거래 법인을 만들어 농가소득을 올리기도 하고, 건두부 공장 운영, 농산물 가공, 출장뷔페 등을 통해 농촌여성 소득증대 사업에 적극적인 활동을 보이고 있다. 한마디로 홍성의 농촌여성들은 이 지역의 활력을 일으키는 중요하고 자랑스런 존재다. 앞으로도 여성들이 농업에 있어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 믿는다”며 여성 농업인데 대한 관심과 기대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끝으로 전국 농촌여성들과 홍성군 농업인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을 물었더니 담담하게 자신의 소신을 밝힌다.

“40년간 앞만 바라보고 달려왔다. 일욕심도 많고 승부욕도 강해 전국 어떤 대회를 나가든지 거의 모든 상을 휩쓸 정도였다. 홍성이 발전하려면 기득권을 가진 정치인이나 유지들이 편협한 생각으로부터 벗어나야 할 것이다. 지난해 받은 대통령 표창을 비롯해 50여 개의 상과 감사패, 공로패가 있는데 역설적이게도 홍성군으로부터는 표창장 하나, 훈장 하나 받지 못하고 물러난다. 비록 정부에서 주는 훈장은 받지 못했지만 나를 믿고 따라와 준 농업인 여러분들로부터 열심히 했다는 칭찬과 격려가 가득한 마음의 훈장을 받고 떠난다. 앞으로 일선에서 물러나지만 주변의 소외계층을 위해 참봉사를 하면서 살고 싶다. 그들을 위해 단지 얼마 되지 않는 지원을 하는 것보다 장기적인 안정을 찾기 위한 수익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이웃과 더불어 지금보다 더욱 알차고 보람된 여생을 보낼 계획이다”

여전히 자신만만하고 당당한 강영희 전 소장은 더욱 열심히, 더욱 쉼 없이, 더욱 정성들여 또 다른 ‘일’에 매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