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출 줄 모르는 산지 소 값 하락, 밑바닥은 어디?
비육우 암소 평균 380만원선 … 전년대비 27% 하락
2011-06-30 김혜동 기자
사료값 19% 증가 … 유류비, 전기료 등 생산비도 올라
산지 소 값이 바닥을 모르고 내려가고 있다.
갈산면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김모 씨(46)는 최근 소 값이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현실에 대해 “6개월된 송아지를 구입해 24개월간 사육하다보면 사료값만 최소 350만원 이상이 드는데 이렇게 키워봐야 소값은 400만원 정도에 불과하니 키울수록 적자만 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사료, 건초, 유류비, 전기료 등의 모든 생산비가 오른 반면 소 값은 폭락해 농장운영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이는 비단 김 씨 뿐만이 아니다.
홍성축산업협동조합이 제시한 6월 21일자 광천시장 소 매매가를 살펴보면 500kg기준, 암소는 평균 304만4000원, 수소는 261만5500만원 정도이다(1kg기준 암소 :6088원, 수소 :5231원). 이 같은 수치는 2010년 6월 21자 홍성시장 매매가인 암소 평균가 439만8000원(1kg당 8796원)에 비해 약 25% 가량 하락한 가격이다.
아울러 홍성군청이 제시한 비육우 산지 소 값(농협중앙회 전국평균)에 따르면 작년 6월 기준 527만7000원이었던 암소값이 올 6월에는 평균 385만1000원에 거래되어 전년대비 27%의 가격하락률을 보이고 있다. 이는 비육우 출하가격이 호조세를 보였던 2005년 650만원보다는 무려 41%나 급락한 수치다.
한편 산지 소 값과 매매 값은 바닥을 모르고 곤두박질치고 있는 것과는 반대로 사료 값은 전년 6월(25kg 1포당 9825원)대비 올 6월 현재 19% 인상된 1포당 1만1750원을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최근 지속되는 소 값 하락과 사료비 및 생산비의 인상으로 사육농가들이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 같은 급격한 소값 상승의 원인에 대해 축산관련 전문가들은 구제역으로 인한 소비자들의 소비심리위축과 전국적으로 사육두수가 과포화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홍성군청 축산유통 담당자에 따르면 보통 전국적으로 290만두를 적정두수라고 판단할 때, 사육두수가 그 이상이면 가격하락, 이하면 가격상승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00년에는 159만두, 2005년도에는 181만8000두, 2010년도에는 292만2000두를 기록해 2010년도에 이미 전국 적정두수를 초과했다. 그러나 2010년에 국가적으로 추진된 한우이력제와 원산지표시제의 대대적인 홍보로 한우소비가 촉진됐기에 가격하락이 일시적으로 지연됐으며, 구제역 이후 한우에 대한 소비심리가 극도로 위축됐기에 산지와 소비자간 수급의 불균형이 발생했다는 추측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6월 현재 한육우 사육두수는 지난해 대비 4.9%가 늘어나 303만 마리를 기록할 전망이다.
한편 국내 산지 소 값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반면, 국내로 수입되는 수입소는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소비자들의 주머니를 저울질 하고 있다. 군청 축산과 관계자에 따르면 2008년도 수입소 총량은 23만2000톤에서 2009년 24만5000톤, 2010년 29만2000톤으로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고, 더욱이 농림수산부는 지난 19일 광우병으로 한동안 수입이 금지되었던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을 내년 초 재개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가격경쟁력이 있는 미국과 호주산 쇠고기들의 수입이 늘면서 한우의 설자리가 점점 없어지고, 많이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한우 1등급 등심 500g의 소매가격은 지난달 30일 기준 3만395원이지만 호주산은 2만900원으로 여전히 30%이상 차이가 났다.
산지 소 값 만큼 소비자 가격도 떨어져야
지난 2일, 부산 금정구에 사는 이모(55) 씨가 자신 소유의 축사 기둥에 목을 매 숨졌다는 비보가 뉴스를 통해 알려지며 전국 축산농민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씨는 많은 비용을 들여 사료를 사서 소를 키웠으나, 소값이 크게 떨어지자 이에 비관을 하고 자살을 한 것으로 판명됐다.
이같이 한 축산농민을 죽음으로 내몬 멈출 줄 모르고 떨어지는 소 값은 아이러니하게도 오로지 산지가격에만 국한되어, 실제 정육점이나 식당에서 한우를 접하는 소비자들에게 여전히 한우는 예전처럼 ‘귀한 고기’로 인식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군청 축산과 축산유통 담당자는 “설명하기 애매한 부분이긴 하지만 소비자들이 찾는 부위가 일부 부위에 한정되었기 때문”이라며, “소비자들은 대부분 소의 등심, 특수부위 등 일부 부위만을 선호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수요에 맞추어 산지 단가를 조절하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전국적인 소 값 하락에 대비해 홍성군은 지난 27일자로 산지 소값 동향을 발표하고, 산지 소값을 안정화하는 ‘한우가격 안정화대책(명칭 미정)’을 수립해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군청 축산과 축산유통 담당자에 따르면 △2011년도 하반기에 미등록우, 저계량우(저능력우)대상 초음파 촬영을 통해 도태권고를 실시할 예정이며 △소비촉진을 위해 9월로 예정된 전국한우의 날에 맞추어 1~2만여명이 운집예정인 ‘한우소비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아울러 △홍성군내 초·중·고교 급식에 사용되는 돼지고기를 소고기로 대체할 것을 권유하고 △7·8월 휴가 성수기에 맞추어 축협 등 홍성군내 한우 유통업계에 ‘반값할인’등의 특가행사 등을 유도해 본격적인 ‘소값 잡기’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