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름 폭염 속, 내기마을에 찾아온 불청객?!
주민들, “냄새, 소음 … 도저히 못 살겠다”
2011-07-21 김혜동 기자
“요즘 같은 삼복더위에 문도 못 열어 놓고 고생도 이런 고생이 없어요”
“한 밤중에도 잠을 잘 수가 있어야지. 수면제 없이는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로 시끄러워요”
홍성읍 내법리 내기마을의 수리바위산(종재산으로도 불린다. 이하 수리바위산)에 둥지를 튼 철새들 때문에 피해를 호소하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높다.
올해 초부터 민가 인근 30m 밖 수리바위산에 백로와 왜가리 등 수백여 마리의 철새가 둥지를 틀면서 악취와 소음 등으로 피해를 겪고 있는 주민들의 불만은 이미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수리바위산에 날아드는 철새는 흔히 백로라 불리는 왜가리·중대백로·해오라기·황로 등 5종이다. 4월 중순까지 찾아와 번식을 하고 9월 초 떠난다. 이미 텃새화한 왜가리들이 먼저 찾아왔고, 겨울철 동남아시아로 떠났던 새들도 5월 말쯤 본격적으로 합류해, 현재까지 수리바위산에 정착한 개체 수는 200여 마리를 훌쩍 뛰어 넘었다.
반경 1km안에 삽교천이 흐르고 있어 먹잇감이 풍부한데다 한적한 시골에 비해 매·뱀 같은 천적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전하기 때문에 백로 집단번식지로 자리 잡은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한국조류보호협회 모영선 홍성군지회장은 “백로, 왜가리, 황로 등의 여름철새들은 지금이 번식기이다. 짝짓기를 위해 새들이 내는 울음소리가 유난히 높기 때문에 시끄럽게 느껴질 것”이라며, 소음의 원인을 설명했다. 모 지회장은 “새들이 내기마을에 둥지를 틀었다는 것은 그만큼 백로가 살만한 환경을 갖춘 ‘청정지역’으로써 내기마을의 브랜드가치도 올라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수리배산 자락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주민 임모(62.여) 씨는 “지붕위로 새 떼들이 쉴 새 없이 날면서 울어대고 무시무시한 양의 똥을 싼다”며, “소음과 악취 때문에 주민고통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라고 털어놨다. 임모 씨는 “여섯 살 된 손자가 최근에 피부병이 생겨 병원을 찾아갔더니, 대뜸 의사가 ‘동물을 키우지 않냐’고 물어 보는게 아니겠냐”며, “동물의 비듬에서 유발하는 피부병에 걸렸다고 하더라. 개한마리 안 먹이는데, 이 모든게 저 새떼들 때문”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임모 씨와 이웃에 살고 있는 강모(여) 씨도 쌓였던 울분을 한꺼번에 토해냈다. 강모 씨는 “이 삼복더위에 문도 못 열어놓는다면 믿겠냐. 지독한 냄새 때문인지 얼마 전부터 어지럼증이 심해져서 진료를 받았는데, 원인은 없다더라”며, “새들이 날아다니며 떨어지는 깃털과 비듬, 똥 때문에 빨래도 밖에 못 널고, 앞마당에 채소심어 먹을 생각도 못 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철새무리로 인한 피해를 견디다 못해 군청 환경과에 민원을 넣은 것이 수차례에 이른다.
하지만 행정기관도 난감 하긴 마찬가지이다. 현행 야생동식물 보호법에는 보호조류인 해오라기 등의 서식지를 훼손할 경우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1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군청 담당자는 “철새들을 인위적으로 쫓아내는 것은 불가능할뿐더러 주민피해가 있다고 철새를 함부로 쫓아낼 수는 없다”며, “고라니, 멧돼지, 까치 등의 유해동물 등도 피해가 심할 경우에 한해 소수를 전제로 포획허가를 받아야 포획이 가능하다는 규정이 있다”고 설명했다. 군청 담당자는 “하물며 백로과의 철새들은 보호종으로, 전국적으로 백로와 왜가리 등의 집단서식지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하는 곳이 10군데 이른다”며, “그렇지 않아도 민원이 접수되어 환경부에 문의했었지만, 거의 무조건적으로 보호를 해야 한다는 답변만 받았다”며 난처함을 표했다.
한편 광주광역시에도 내법리 내기마을과 유사한 사례가 발생한 적이 있어 주목된다. 광주광역시 북구청에도 최근 몇 년 동안 도심 주거지 인근에 둥지를 튼 1500여 마리의 철새들 때문에 발생한 민원이 봇물을 이뤘었다. 내기마을의 피해사례와 마찬가지로 철새무리가 만들어내는 소음과 악취가 원인이었다.
때문에 광주광역시 북구청은 환경단체와 조류전문가, 주민들을 초청해 철새와 주민의 공존방안에 대한 주민설명회를 지속적으로 개최했다. 물론 철새와 주민의 공존모색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북구청은 광주의 환경단체와 주민대표, 광주시 관계자들과 지속적으로 철새를 관찰해 주민과 백로의 공생방안을 논의했다. 북구청 환경과 담당자는 “피해를 두고 볼 수만은 없어 희망근로 인력 2명을 상주시켜 아파트와 주택을 매일 청소케 했고, 냄새를 줄이기 위해 동물과 사람에게는 무해한 탈취제를 매주 운암산에 뿌리는 방역활동을 했다”고 말했다.
북구청 담당자에 따르면 광주 운암산의 백로들은 현재 서식지를 뒷산으로 옮겨갔다. 남아있는 개체 수는 200여 마리가 채 되지 않는다. 담당자는 “현재 철새무리와 관련한 민원은 단 한건도 없다”며, “철새의 보호와 주민의 생활편의가 상충되는 복잡한 사안이지만, 해당기관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주민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해야 함이 옳다”고 말했다.
한편 내기마을 주민들은 개체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소음과 냄새, 먼지 등 피해가 심각해 철새무리와의 공존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내기마을 최종창(52) 총무는 “새도 좋지만 우선은 사람이 살고 봐야 할 것 아니냐”며, “그럼 주민들은 무조건 손 놓고 참기만 하란 말이냐”며 해당 기관의 적극적인 대처를 촉구했다.
내법리 내기마을에 번식지를 형성한 왜가리, 백로, 황로 등은 모두 여름철새로 9월이 지나야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이동을 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한여름 폭염 속 내기마을 주민들의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해당 기관의 즉각적인 대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