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떼, 악취, 철로 관통 … 해도 해도 너무 한다

홍성읍 내기마을 주민들 “못 살겠다, 이주대책 마련하라!”

2011-08-04     최선경 편집국장


홍성읍 내법리 내기마을 주민들은 요즘 마을 걱정으로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달 28일 열린 89.2㎞의 서해선 복선전철(홍성~송산) 기본설계(안)에 대한 주민 공람 및 설명회에서 서해선 상·하행선이 내기마을을 관통하도록 설계돼 이 마을 56가구 중 16가구가 수용이 불가피하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지 않아도 내기마을은 마을 안 하수종말처리장 건설로 인한 악취, 해충, 지가 하락으로 인한 토지 불매매 등 수 년 간 여러 가지 불편을 겪고 있었으며, 얼마 전부터는 마을 수리바위산에 둥지를 튼 수백여 마리의 철새들 때문에 소음과 악취 등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며 군청 환경과에 민원을 제기해 놓은 상태였다.<본지 7월 21일자 1면보도>

급기야 내기마을 주민들은 새떼와 하수종말처리장의 악취, 거기다가 서해선의 마을 한가운데 관통 등 3중고(三重苦)를 겪게 되는 셈이다.


수백여 마리 보호종 새떼들로 인한 소음, 악취, 피부병

올해 초부터 민가 인근 30m 밖 수리바위산에 백로와 왜가리 등 수백여 마리의 철새가 둥지를 틀면서 악취와 소음, 피부병 등으로 피해를 겪고 있는 주민들의 불만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 또한 철새무리로 인한 피해를 견디다 못해 군청 환경과에 민원을 넣은 것이 수차례에 이른다. 하지만 홍성군도 난감하단 입장만 밝히며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내기마을 주민들은 새떼들의 개체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소음과 냄새, 먼지 등 피해가 심각해 새떼들과의 공존은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내기마을 최종창(52) 총무는 “아무리 보호종이라 하더라도 우선은 사람이 살고 봐야 할 것 아니냐”며, “주민들은 무조건 손 놓고 참기만 하란 말이냐”며 해당 기관의 적극적인 대처를 촉구했었다.

하수종말처리장으로 인한 환경오염으로 건강에 이상 신호

한편 지난해 내기마을 주민들은 홍성군이 하수종말처리장을 건설하면서 농업진흥구역해제 문제 및 생활폐수 외에 어떠한 오물도 처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분뇨 및 쓰레기 침출수까지 처리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분노하며 군의 책임을 물었다.

그에 따라 새로운 택지를 조성하여 마을 주민들을 이주시켜 줄 것과 조례를 만들어서 홍천마을 등 혐오시설이 들어선 다른 마을과 비교해 형평성에 맞게 마을 발전기금을 지원해 줄 것, 마을 소득사업으로 홍성군 하수처리세 및 분뇨처리세의 20%를 매년 정산하여 마을로 지원해 줄 것을 요구하며 홍성군과 지속적으로 면담을 갖고 있던 차였다.

하지만 주민들은 “홍성군이 마을 발전을 위하여 제도적 지원이 가능한 마을기반시설 등의 사업을 발굴·건의하면 건의된 사업에 대하여는 귀 마을과 함께 적극적으로 협의·추진해 나갈 계획”이라는 뻔한 답변만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신언식 내기마을청년회장은 “수십 차례 공문을 보내고 답변을 받았다. 답변 내용은 거의 비슷하다. 군의 입장은 무조건 법적인 근거만 들이대며 무지한 주민들을 설득하려는 안일한 자세만 취하고 있다”며 “조속한 해결을 위해 어떠한 행동도 불사하지 않을 만큼 내기마을 주민들의 심리상태가 불안하고 불만이 높다”고 호소했다.

마을 주민들은 지난달 24일 임시총회를 열어 56가구 중 54가구가 마을 주민들의 기본적인 삶의 질을 위해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다는 결론을 내고, 집회 신고 후 단체 행동을 하자는 결의를 만장일치로 합의했다.

마을 관통하는 서해안 철로, 수용·보상 능사 아니다

임병렬 내기마을 이장은 “현재 내기마을 한 가운데로 장항선이 지나가고 있어 마을이 두 쪽이 난 것도 서러운데 서해안 복선전철 상행선과 하행선이 장항선 양쪽에 갈라져 착공된다니 우리 마을을 갈기갈기 찢어 놓겠다는 것도 아니고 해도 너무 하는 것 아니냐”며 강하게 항의했다.

이에 교통건설과 담당자는 “10가구 이상이 수용이 되면 이주대책을 세워야 한다. 내기마을도 해당하는 16가구에 대해 적절한 보상과 이주대책을 수립할 예정이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내기마을 신언식 청년회장은 “단지 16가구에 대해 이주대책을 세워 달라는 것이 아니다. 수용되는 가구 말고도 고속철이 다니게 되면 소음으로 인해 주변 환경이 더욱 나빠질텐데 나머지 가구들에 대해서도 이주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마을 주민들이 참을 만큼 참았고, 정식으로 군에 진정서를 제출하고 요구사항을 건의했어도 소용이 없다면 이제 남은 방법은 물리적인 힘을 행사하는 길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내기마을 주민들은 홍성군에 최종적으로 내용증명을 보내고 그것마저 군이 묵살한다면 집회신고를 낸 후 도로를 점거해 하수종말처리장에 들어오는 분뇨처리차량 등을 막을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