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아, 부탁해!

[우리 동네 숨은 비경] 광제계곡 '쉰질바위'

2011-08-04     김혜동 기자

 


<우리 동네 숨은 비경> 광제계곡 '쉰질바위'

본격적인 더위가 시작됐다. 대서와 중복을 넘어섰다. 지난 주말 해운대에는 20만에 달하는 인파가 몰리며 본격적인 여름휴가가 돌아왔음을 실감케했다. 이와 함께 서해안의 해변에서는 각종 축제가 시작돼 서해를 찾는 관광객들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홍성군도 바닷가 못지않은 시원함과 청량감을 자랑하는 숨어있는 명소들이 즐비하다. 지난주 소개한 광제계곡에 이어 이번에는 '쉰질바위'를 소개한다.

쉰질바위까지 다다르려면 구비 구비 이어지는 광제계곡을 약 1시간 30분 여분 올라가야 한다. 찌는 듯한 무더위에 시간 반의 산행은 결코 녹록치는 않다. 그러나 '이열치열'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산을 오를수록 땀이 비 오듯 흐르고 호흡은 가빠지지만 그에 반해 마음은 한결 가벼워진다.

 

 

 

 



호우가 한차례 지나간 이후여서 콸콸 흐르는 계곡물 소리가 우렁차다. 끊어질듯 이어지며 구비구비 꺽어진 계곡이 일품이다. 풍성한 잎으로 태양 볕을 가려주는 녹음 아래 시원스레 흐르는 계곡을 바라보며 걷노라면 산행길이 고된 것만도 아니다.

 

 

 

 

 

 



누군가 시킨 것도 아닌데 너도나도 계곡으로 들어가 탁족을 한다. 얼음골에서 흘러나오는 물이어서 인지 계곡물이 한겨울 얼음을 깨고 퍼 올린 물처럼 차갑기 그지없다. 과장을 조금 보태자면 30초 이상 발을 담그고 있자면 감각이 없어질 정도이다.(그 차가움이 궁금하다면 이번 주말 당장 떠나보자!)

 

 

 

 

 

 



계곡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멀찌감치 쉰질바위가 보인다. 바위를 바라보며 산 능선을 따라 걷다보면 어느새 바위 가까이 다다르게 된다.

쉰질바위의 이름이 쉰질인 이유는 바위의 둘레가 50길정도 된다하여 충청도 사투리가 섞인 󰡐쉰질󰡑이 됐다. 완만하고 푸근한 느낌의 산이지만 쉰질바위의 위용은 여느 명소의 바위에 비해 초라함이 없었다. 가까이에서는 한 눈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크기가 크고 깍아 지른 듯한 바위의 위용에 놀라게 된다.
사실 대부분의 산행객들은 오서산 등반 시 쉰질바위를 염두해 둘 정도로 쉰질바위는 산행객들 사이에서는 이미 명소로 이름이 나 있다. 정암사, 오서정, 억새밭, 쉰질바위, 주능선 등의 순서로 산길이 이미 만들어져 있고, 시간도 2시간여면 충분해 산행초보들에게 적합한 코스라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담주차장이나 담산리 주차장을 통해 올라가지만 한여름에는 계곡을 따라 오르는 코스를 추천한다.

 

 

 

 

 

 




쉰질바위에는 재미있는 사연이 어려 있다. 아주 오래전 쉰질바위에서 이무기와 지네가 서로 용이 되기 위해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싸움에서 이긴 자가 바위 위로 올라가 용으로 승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네가 용이 되어 승천하면 가뭄이 들고, 이무기가 용으로 승천하면 비가 내리는 운명이었다. 안타깝게도 지네가 싸움에서 이기고 말았다. 하늘에서 이를 지켜보던 도사가 지네의 승천을 막기 위해 벼락을 내려 지네가 죽고, 그 벼락을 맞은 쉰질바위에서 일부 떨어져 나간 바위가 산 중턱에 아직까지 자리 잡고 있다. 마을 사람들 사이에서만 전해오는 재미있는 설화다.

바위주변으로는 나무데크로 잘 짜여진 등산로가 있어 바위가까이 접근하기도 쉽다. 자녀들과 함께 산을 오르며 쉰질바위에 얽힌 설화를 이야기해주는 것도 좋은 교육이 될 것이다.
바위에서 내려다보이는 오서산의 안개어린 풍광이 한 없이 여유롭게 느껴진다. 무더운 여름, 선풍기와 에어컨 바람도 좋지만 산 정상에 부는 시원한 산들바람을 즐기는 피서를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