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재해인가, 인재인가?
2011-08-11 황지수(홍주고 2) 학생명예기자
광화문 광장은 작년과 올해 2년 연속으로 물에 잠겨 논란을 불러왔고, 부촌인 우면산 주변 택지의 피해 또한 큰 관심을 끌었다. 무려 16명의 사망자를 낸 우면산 산사태는 이미 작년 여름 태풍으로 피해를 입은 전적이 있어 재난으로부터 안전한 지역이 아니었는데 그를 무시하고 생태공원 조성 등의 개발을 무리하게 지속했다.
그렇다면 이번 물난리를 과연 단순히 기상이변에 의한 재해라고 볼 수 있는 것일까?
뉴타운이나 디자인서울 같은 개발 위주의 정책이 추진되면서 서울은 콘크리트로 도배되다시피 했는데도 배수 시설의 확충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때문에 물이 땅 밑으로 스며들지 못하고 물이 흘러나갈 길이 없으니 내리는 비는 도로 위를 그대로 휩쓸고 다닐 수밖에 없는 것이다.
홍수, 지진, 화산폭발… 자연재해는 인간의 힘으로 막을 수 없는 재앙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자연재해와 인공재해를 더 이상 명확한 기준선이 사라져버렸다. 문명의 발달에 따라 자연재해를 막을 수 있는 기술도 늘었지만, 산업화의 명분으로 마구 배출해낸 온실가스와 그로 인한 이상기후, 자연을 고려하지 않고 이루어지는 개발, 이런 인간의 욕심에서 비롯된 것들이 자연재해의 파급력을 더욱 키우고 또 ‘재해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욕심에서 비롯된 재해를 더 이상 자연재해라고 부른다는 건 기막힌 역설이 아닐까.
영화나 소설을 보면 우리가 이때껏 실제로 경험해보지 못했던 엄청난 재앙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우리는 손에 땀을 쥐고 그 화려한 CG로 무너져 내리는 도시를 보며 짜릿함을 느끼지만 우리가 계속 ‘인재’를 자연재해일 뿐이라고 우기며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대처한다면 그 짜릿함은 어느새 영화가 아닌 현실로 다가와 그동안 이루어 왔던 모든 것을 삼킬 것이다.
이번 물난리로 인해 우리는 ‘재난이 일어났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라는 고민 또한 함께 얻었다. 우리 생각을, 생활을 바꾸지 않는 한, 재난은 예방할 수도, 더 큰 재난을 피할 수도 없다는 것을 모두가 깨달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