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00kg씩 송편 빚느라 정신 읍슈~”
봉암마을 생활개선회원들이 운영하는 ‘참새방앗간’
2011-09-08 최선경 편집국장
‘참새방앗간’이란 푯말이 붙은 작은 공간에 들어서니 십여 분의 아주머니들이 모여 열심히 송편을 빚고 있었다. 소소한 동네 사람들 근황이며 어제 본 드라마 얘기며, 뭐가 그리 즐거운지 연신 얼굴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마치 사춘기 소녀처럼 이유 없이 잘도 웃으셨다.
추석 대목이라 밤샘 작업도 마다 않고 떡을 만들어야 하는 요즘엔 너무 바빠 몸살이 날 틈도 없다고 하신다. 여기저기에서 들어오는 주문 전화에 행복한 비명을 질러야 할 지경이란다.
지난 2005년 농업기술센터의 주선으로 농촌진흥청에 의해 농촌건강장수마을로 지정된 금마면 월암리 봉암마을은 사업 첫해 ‘참새방앗간’을 지어 100% 수작업으로 떡을 만들어 오고 있다. 재료는 모두 마을에서 나는 농작물을 사용한다. 정갈한 맛이 입소문을 타면서 홍성 지역은 물론 서울과 제주도뿐만 아니라 요즘엔 중국에서도 배달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
이번 추석에만 하루에 100kg씩 송편을 만들고 있으며, 1kg(약 40개)의 송편은 현재 8000원에 거래되고 있어 짭짤한 농가소득을 창출한다. 1년 매출액은 초반에는 1000~2000만원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3000만원 이상이란다. 특히 봄에 뜯어 냉동고에 저장해 놨다가 만드는 쑥개떡은 담백하고 고소한 맛 때문에 가장 많이 팔린다. 오로지 전통 방식만을 고집하는 봉암마을 인절미는 요새 떡과는 달리 하루만 지나도 굳어 버린다. 그래서 더욱 인기가 많다고 한다. 왜냐하면 옛날 고향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어머니의 손맛이 느껴지는 떡이기 때문이다.
‘참새방앗간’은 봉암마을 생활개선회 주축으로 운영되고 생활개선회 소속 13명의 부녀회원들이 전통방식으로 쑥개떡, 웰빙가래떡, 송편, 인절미 등을 수작업으로 생산하며 바쁘게 운영하고 있다. 주진자(63) 부녀회장은 “우리 회원들이 다들 화합·단결하는 마음으로 스스로 주인의식을 가지고 같이 힘쓰는 모습이 정말 고맙다”며 감사함을 전했다.
정영숙 전 회장은 “맨 처음 이 사업을 시작할 때 수익이 나지 않아 사람들을 끌어 모으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차츰 자리를 잡아 가면서 회원들끼리 모여서 얘기도 하고 친목 도모도 되니 이웃 간에 정도 쌓고 매우 즐겁게 일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봉암마을의 자랑이라면 물 좋고 산 좋은 것은 물론 부모를 모시고 사는 세대가 많고, 특히 장수마을로 널리 알려져 있다는 점이다.
주진자 회장은 “우리 마을이랑 동작구청이랑 자매결연을 맺어 7년째 1년에 3번 직거래 장터를 연다. 낼 모레에도 서울에 가야하는데 사실 직거래장터는 돈이 되지는 않고 오히려 몸만 고되고 손해를 보는 경우가 있다. 그래도 우리 떡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으니 가야하고 이제는 홍보가 꾸준히 되면서 준비해간 물량이 부족한 경우도 많아 매출이 계속 오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곳 회원들의 바람이 있다면 ‘참새방앗간’ 안에 냉온풍기 없어 여름엔 덥고 겨울엔 물이 얼 정도로 추워 면사무소에 냉온풍기를 마련해 달라고 건의한 상태라며 작은 바람이 꼭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전한다.
우리나라의 농어촌은 인구감소와 고령화 등으로 일자리가 감소되면서 지역 활력 저하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작은 일거리창출로 봉암마을처럼 농가 소득에도 도움이 되고 이웃 간의 정도 돈독히 할 수 있는 이러한 공동체가 형성되어 지역의 자원, 문화, 인력 등을 활용해 농어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