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삶의 질 외면? 기초 생활 보장 요구 ‘봇물’

오관구역·내기마을 주민들 불편과 고통 … 현장답사에서 대두

2011-09-29     최선경 편집국장

제자리걸음 걷는 오관구역 주거환경개선사업
LH공사의 사업 포기로 인해 홍성읍 오관리 일원의 주거환경개선사업이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이로 인한 주민의 불편은 기본적인 주거생활을 침해하는 것으로 나타나 시급한 재추진이 요구된다.
총 사업비 65억 6800만원 중 이미 LH공사 기반시설 설치비로 42억원 가량이 투입됐으며 내년에 나머지 사업비도 지급될 예정이어서 주민들의 분노는 더욱 커졌다.

오관구역 주민들은 원래 계획대로 LH공사가 사업을 추진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하지만 홍성군에서는 무작정 LH공사의 사업 추진만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다른 대기업과 사업 추진을 논의할 것을 제안했었다. 따라서 지난 6월 군에서 한 대기업과의 사업설명회를 개최했으나 실체도 없는 유령회사를 소개했다며 주민들의 항의가 거셌다.

오관리 주민 김 씨는 “군에서 연결해준 사업체의 본부장과 회장 등 임직원 몇이 참석해 사업 설명을 하면서 구체적인 사업 계획보다는 모 정치인과 밀접한 관계라는 등, 주요 정보를 입수할 수 있다는 등 엉뚱한 이야기만 늘어놓았다”며 “나중에 알아보니 전화 받는 여직원조차 없는 부실한 회사였다”고 주장했다.




오관리 10구 박노찬 이장은 “지난 여름 긴 장마로 담장이 붕괴되고 가옥이 파손되는 등 피해상황이 발생됐었지만 주택 보수는 엄두도 못 내고 있는 실정”이라며 “불행 중 다행으로 인명피해가 없어서 군에서는 이렇게 이 구역을 방치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강하게 항의했다.

지난 27일 오관구역을 현장 답사한 의원들은 구석구석 골목을 돌며 손수레 하나조차 들어갈 수 없는 좁은 골목,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이 금이 간 담장, 녹슬고 낡은 건물 등을 점검하고 주민들의 기본적인 생활권을 빠른 시일 내에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을 함께 했다.

이두원 의원은 “홍성군이 중간에 자꾸 입장을 바꾸니까 LH공사가 슬그머니 발을 빼는 것 아니냐”며 “전국적으로 20개의 주거환경개선사업 중 12개 사업은 시행 확정이 되어 2014년까지 완공 또는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대전을 제외한 충남 지역 유일한 곳인 홍성은 제외됐다. 군이 LH공사에 촉구결의안이라도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석범 의원은 “군에서는 다른 방안인 현지개량방식으로 주민들에게 조합을 형성해 추진하라고 하지만 주거환경개선사업은 조합 설립으로 성공하기 어렵다. 다른 사업장의 예를 봤을 때 조합이 비리의 온상으로 전락할 수 있으므로 오관구역은 주거환경개선사업으로 가는 게 옳다”며 사태의 심각성을 인정해 의회에서 다시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홍성군은 언제까지 LH공사만 탓하면서 오관구역 주거환경개선사업을 이대로 두고 볼 것인지 지켜볼 문제며 주민들의 건강과 안정된 삶을 위해 빠른 시일내에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서해선 관통으로 이주문제 본격화된 내기마을
의원들의 현장 답사 소식을 듣고 마을회관에 모인 내기마을 주민들은 어떤 대책도 내놓지 못하고 매일 같은 얘기만 반복하는 홍성군의 행정에 대해 강하게 질타했다.
내기마을은 이미 장항선이 마을 수호신이나 다름없었던 수리바위를 훼손한 채로 마을 중앙을 가로지른 상태인데, 홍성에서 송산 간 89.2km 서해선 복선 전철 사업으로 또 다시 장항선을 중심으로 양 옆으로 서해선 상·하행선이 갈라져 내기마을을 관통하게 돼 애를 태우고 있다. 특히 내기마을 56가구 중 마을 입구에 위치한 17가구는 수용이 불가피하게 됐다.

그 동안 내기마을은 수년간 하수종말처리장으로 인한 심각한 환경오염과 악취 문제에 시달려 왔으며 올 봄에는 천연기념물에 속하는 철새들이 마을 뒷산에 둥지를 틀면서 새떼로 인한 새똥, 소음, 악취, 피부병 등으로 주민들의 불편이 가중됐었다.

거기에다 이번에 서해안 복선전철의 선로가 마을을 관통해 양분한다는 계획이 수립되면서 본격적인 주민들의 집단 이주 문제가 제기됐다.

내기마을 신언식 청년회장은 “군수와의 면담에서 집단이주대책을 세워주겠다는 언지를 받았었는데 이제 와서 전면 부인하고 수용되는 17가구만 이주가 가능하다고 하니 주민들은 홍성군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이상근 의원은 “마을의 환경적 파괴 문제가 크다. 내기마을의 문제는 시설공단을 비롯해 환경수도과, 문화관광과, 건설교통과 등 3개 과가 모여 합리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이번 현장답사에서는 건설교통과 주관으로 주민들과 의원들이 만남을 가졌지만 내기마을 문제는 어느 한 부서의 문제가 아니라는 의견에 주민들은 동조했다.
또한 의원들은 앞으로 수용이 되는 곳과 되지 않는 곳 주민들과의 불화가 예상되므로 내부 토론을 거쳐 정리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홍성군의 입장은 서해선 전철 실시설계 결과에 의한 편입물건 확정 후 편입가구 이주대책을 협의할 것이며, 이주가구 확정 후 대상자 의견 청취 및 이주대책 방안을 수립하고 국가의 정책사업인 전원마을 조성 및 살기좋은 마을만들기 등과 연계 추진하겠다는 원론적인 계획을 내놓고 있어 주민과의 합일점을 찾는데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홍성군, 주민들 요구 사항에 귀 기울여야
한편 내기마을이 고향인 출향인 김 씨는 며칠 전 홍성군 홈페이지에 내기마을이 사라질 것에 대한 안타까운 자신의 심정을 강하게 토로한 글을 올렸는데 어느 날 홍성군 홈페이지 담당자라며 강제 삭제하겠다는 연락을 받은 후 결국 글이 삭제됐다고 제보했다. 주민들의 다양한 의견들이 자유롭게 논의되는 공간에서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는 점이 놀랍다는 게 내기마을 주민들의 반응이다.

다양한 개발 사업도 좋고 홍성군을 알리는 문화 홍보 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홍성군은, 오랫동안 터를 잡고 살아 온 원주민들의 행복지수, 삶의 질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능동적으로 접근해야 할 때다.
주거환경이 불편해도 벽돌하나 쌓지 못하는 오관지구 주민들, 소방도로조차 확보되지 못한 열악한 환경에서 만약 대형화재라도 일어난다면 얼마나 큰 재앙으로 다가올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또한 공공시설로 인해 마을 전체가 피해를 입고도 묵묵히 고통과 불편 속에 살아가는 내기마을 주민들, 어떻게 해서든 주민들의 민원을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과 성의를 보여 자신의 삶의 터전에서 불편 없이 살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홍성군은 좀 더 친절한 자세로, 주민들의 삶을 개선하고 주민들의 요구사항에 적극적으로 귀 기울이려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