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곳에 가면 …

2011-10-20     김향동(주부·홍성읍)

주말이면 찾아가는 산중 오두막집이 있다.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오지 중에 오지이다. 가끔은 밤하늘 별빛이 그립고, 둥근 달이 보고 싶으면 밤에 찾아가 하루저녁을 머물기도 한다.
아궁이에 장작불을 지펴놓고 따끈따끈 달아오른 방바닥에 누워 초롱초롱 빛나는 별빛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동안 쌓였던 마음의 무거운 짐들이 한순간에 사라지곤 한다.

전날 축제 구경을 하느라 두 시간 정도 밖에 잠을 못 잤다. 찌뿌드드한 몸을 일으켜 필요한 물건들을 챙겼다. 승용차에 몸을 싣고 오두막집을 향해 달렸다. 험한 산길을 달리는 덜컹덜컹 차 소리에 노루 한 쌍이 화들짝 놀라 달아난다.

아늑하고 소박한 오두막집에 도착했다. 차 문을 열자 싱그러운 공기가 먼저 우리를 반긴다. 덩달아 산새들도 지저귀며 인사한다. 어느새 입을 크게 벌리고 공기를 들여 마시고 있다.

아, 좋다! 라는 말과 함께… 준비해온 것들을 들고 가파른 언덕길을 조심조심 내려가다 나뭇잎에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쪘다. 엉덩이가 몹시 아팠지만 금새 잊고 이곳을 찾아올 수 있음에 행복했다.

언덕길을 내려오면 집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일구어 놓은 텃밭이 있다. 몇 가지 채소를 기르고 주변을 정리하노라면 힘이 든다. 하지만 점점 여물어 가는 들깨, 김장하려고 심어 놓은 배추, 무, 파들이 열심히 양분을 빨아들여 쑥쑥 자라고 있기에 행복하다. 게다가 긴 장마에 몸살을 앓던 고추도 잎과 열매로 우리 밥상을 풍성하게 해주고 있으니 더할 나위 없이 뿌듯하다.

이곳에 찾아오면서 도시의 소음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느꼈다. 이런 저런 일들로 마음이 답답하고 정신이 혼란스러웠는데, 살짝 물든 나뭇잎과 졸졸졸 흐르는 계곡물 소리에 말끔히 지워졌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흥얼흥얼 노래를 불렀다. 이 기분으로 일주일을 보낼 것이다. 지친 심신을 치유할 수 있는 산중 오두막집이 있어 우린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