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본 지구 반대편 아프리카
2011-10-27 강 지 연
강 지 연
홍성군 청소년지원센터 ‘아미소소’동아리
경희대학교 생체의공학과 1학년
아프리카로 봉사활동을 떠나기로 결정하기 전, 수능 본 후 대학 원서를 어디에 접수할지 고민한 것만큼이나 많은 생각을 했다. 먼저 내가 잃을 것과 얻을 것에 대해 적어보았다. 봉사활동을 다녀오면 난 다른 사람이 갖지 못한 경험을 갖게 된다. 그리고 열정을 가지고 봉사활동을 하는 멋진 사람들을 알게 될 것이다. 좁은 세상에서 벗어나 세계로 떠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고 닫힌 생각에서 열린 생각으로, 좀 더 다양한 삶에 대해 이해하는 머리를 가질 것이다. 봉사활동을 다녀왔다는 자부심도 클 것이고 흐지부지 보내기 쉬운 여름방학에 무언가 했다는 뿌듯함도 있을 것이다. 얻는 것이 많았다. 그러나 그만큼 잃는 것도 너무 많았다. 난 일단 방학동안 내 발전을 위한 공부를 하나도 할 수가 없게 된다. 또 하고 있던 과외도 그만 두어야하고 등록금과 거의 맞먹는 돈을 써야한다. 해외에 나가 있는 기간과 2학기 수강신청 기간이 겹쳐 내가 원하는 데로 시간표도 짤 수 없고 친구들과 세운 내 스무 살 여름방학 계획들은 물거품이 된다.
그래도 일단 가기로 마음먹은 것이니 다녀올 준비를 했다. 내가 무엇을 하고 돌아와야 하는 것인지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 것인지 꼼꼼히 체크하고 여행길에 올랐다. 처음엔 여행을 가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비행기타는 것도 좋고 새로운 곳에 가는 것도 좋고 그냥 무작정 떠나는 것도 좋았다.
그러나 아프리카는 여기서 아주 멀었다. 하루 만에 갈 수 있는 거리가 아니라 그 재밌던 비행기와 맛있는 기내식도 질리고 자는 것조차 힘들었다. 그렇게 힘들게 도착한 아프리카는 덥고 습했다. 그래도 새로운 곳에 왔다는 신비로움으로 잘 이겨나갔다.
우리 봉사단이 잠을 자는 숙소는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테마라는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맨바닥에 돗자리를 깔고 수건 같은 이불을 덮었다. 모기가 어찌나 많은지 모기장을 치고 자는 것은 필수 중에 필수였다. 화장실은 매우 더러운 편이었는데 하루는 화장실을 가려고 급하게 문을 열었는데 쥐 한마리가 그 구멍에서 울다 나에게 달려와 너무 놀라 뛰쳐나온 적도 있었다. 여쭤보니 아프리카는 화장실이 거의 없다고 했다. 대부분 그냥 길가에 볼일을 보고 그런 것을 민망해하거나 더럽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것이 문화적 차이인지 아니면 이 사람들이 못살아 이런 것에 신경 쓸 여력이 없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춤과 노래를 정말 좋아한다. 박수하나도 그냥 하지 않고 엇박자를 내든지 박자를 잘게 쪼개 서로 다른 박수를 하나의 소리로 모아 쳤다. 어느 날은 현지인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게 된 계기가 있었는데 얼마나 신이 나고 흥이 넘치는지 모르는 노래인데도 너무 즐거웠다. 내가 보기엔 더럽고 지저분하고 못 먹고 못 살아 저렇게 노래가 나올까하는 데도 사소한 것 하나에도 재밌어하고 즐거워하는 사람들을 보며 우리가 축복 받은 건지 저 사람들이 축복받은 건지 그건 우리가 따질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지인들은 항상 나눔의 정이 컸다. 우리가 준 도움은 음식을 만들고 나누어주는 것뿐이었는데 우리보다 가진 것도 적으면서 뭐라도 하나 주려 하는 모습이 너무 예뻐 보였다. 자기 집 마당에서 자라는 나무에서 따온 오렌지나 망고, 파인애플, 바나나는 맛도 맛이지만 나누어준 손맛에 감동이었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은 너무 편안했다. 떠날 때 그렇게 피곤하고 힘들던 여행이 계속 되었으면 하고 바라기까지 했다. 그리고 대한민국 우리 집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곳이었다. 밥도 맛있고 물도 콸콸 쏟아지는 천국. 내가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이 지구 반대편에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게 믿겨지지 않았다. 어떤 사람이 더 행복한지는 앞에서 말한 것처럼 우리가 판단할 기준은 아니지만 주어진 상황에 만족하며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웃으며 살아야겠다. 사소한 기쁨에 크게 웃는 나의 흑인 친구들처럼.
내가 본 지구 반대편 아프리카 가나는 새로운 문명과 문화가 부재한 에덴 동산으로 표현 할 수 있다. 나는 이 여름방학의 추억을 결과적으로 출발할 때 생각했던 얻는 것과 잃는 것을 가감해 보았듯이 내 생에 너무 많은 것을 가르쳐 준 소중한 시간들이었다고 말 할 수 있다. 내 삶에 한 페이지로 간직하며 지금부터는 새로운 마음으로 대학생활에 전념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