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의 ‘이승만 특집방송’을 보고
최철수의 삶·사회·소통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민주란 왕이 아니라 백성이 나라의 주인이란 말이고 공화국이란 한 사람이 나라를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대중(public)에 의하여 통치되는 나라라는 말이다. 대중이 어떻게 통치하는가? 여기에서 선거제도가 생긴 것이다. 그러므로 민주공화국이란 공명한 선거에 의하여 나라가 세워지고 정부가 구성되어야만 될 수 있는 국가를 의미한다.
이런 원론적 의미로 본다면 이승만의 남한 단독정부는 민주국가가 아니라 이승만에 의한 반공 독재정권이었다. 백성의 뜻에 따라 세워진 정부가 아니고 이승만의 뜻에 따라 미국의 힘에 의하여 세워진 이승만의 독재정부였다. 38°선을 미, 소 양군의 진주구역으로 획정한 미국조차도 한반도를 남북으로 분단시키려하지는 않았으며 모스코 삼상회의에서의 신탁통치나 미소 공동위원회의 합의를 통하여 통일된 민주정부를 수립하려는 것이 해방 후 미국의 한반도 정책이었다. 지금까지 알려졌던 것과는 달리 남북의 분단은 미국의 뜻이 아니라 이승만의 고집에 의하여 우리 스스로가 자초한 일이었다. 이승만의 사설 정보조직의 여론조사에서조차도 남한주민의 20%만이 단독정부수립을 찬성하였다는 것이 최근에 밝혀진 사실이다. 단정수립을 찬성한 20%는 반민족세력인 친일파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결국 이승만의 끊임없는 모략과 훼방에 골치를 썩던 미국은 이승만을 정계에서 퇴출시키고 중립적인 지도자를 선택하려 하던 중 그리스 내전을 계기로 미소관계가 냉각되면서 이승만의 단독정부노선을 마다하지 않게 된 것이었다.
해방 후 2년간은 우리나라가 분단된 각각의 독재정권이 아니라 통일된 하나의 민주국가를 세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는데 이 소중한 기회를 우리 국민은 이승만의 방해에 의하여 놓치게 되었고 이승만은 반공을 구호로 한 친일파의 나라를 세워서 나라가 동강이 나게 함으로써 곧이어 벌어진 우리 역사상 미증유의 동족상잔의 비극과 전 국민과 전 국토의 파멸적 재앙을 당하게 된 원인을 조성한 것이었다. 이것이 이승만의 업적이라 한다면 이것은 진실이지만 민주주의 국가를 세웠다는 것은 거짓이다. 20%의 지지를 받은 정부가 어떻게 민주정부인가? 단정수립을 반대하는 양심적인 무수한 국민을 무참하게 살육하는 공포분위기 속에 세워진 나라가 어떻게 나라라고 할 수 있을 것인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사람의 목숨이다. 남북이 분단되고 동포가 좌우로 분열됨으로써 수백만의 무고한 생명이 떼죽음을 당하게 되었던 것이 아닌가! 이는 남북의 분단에 그 원인이 있으며 그 책임의 맨 앞자리에 이승만이 있었던 것이다.
이승만은 어떠한 사람이었던가? 영어에 천재였고 선동과 모략의 천재였다. 또 출세에 대한 그의 집념은 유별났다. 조선왕조말엽에 13세 때부터 시작하여 과거제도가 폐지될 때까지 매번 과거를 보았다는 전력은 이것을 말해준다. 과거의 근간이 되었던 성리학은 사람의 심성(心性)에 관한 학문이다. 지혜롭고 선량한 사람을 선발하는 것이 과거의 주된 목적이었던 점에서 생각해 본다면 이승만의 계속된 낙방이 꼭 제도의 부패만은 아니었던 듯하다.
제일 먼저 민주주의의 미국을 알게 된 그는 반대로 민주주의의 요체인 정직과 관용의 정신은 저버리고 거짓과 아집, 독선과 모략으로 일관하였다. 신학문과 미국의 민주주의를 자신의 출세를 위한 수단으로 이용한 것이다. 그의 행적에서는 동포에 대한 사랑에서 우러나온 진실된 행동을 볼 수는 없었다. 그의 미국망명 독립운동이라는 것은 비참한 생활을 하는 하와이 이주노동자들의 피땀으로 이루어진 성금으로 신변이 안전한 땅에서 평탄한 생활을 한 것이며 그가 가는 곳마다 돈으로 인한 분쟁과 동포간의 분열이 일어났으며 미 국무성으로 부터도 철저한 불신을 받았고 그로 인하여 한국인은 싸움만 일삼는 자치능력이 없는 민족이라는 나쁜 인상을 미국에 심어주었다. 그가 능사로 하였다는 외교를 통한 독립운동이라는 것도 단 한 가지도 성과를 낸 것이 없고 동포의 돈만 축낸 것이었으며 국내에 알려진 이승만의 명성은 그의 능란한 언변과 수단에 의하여 잘못 알려진 허명이었다.
자본주의는 이익의 추구를 최고의 목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기적이고 탐욕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라면 공산주의나 사회주의는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기득권과 사유재산을 포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동기는 이타적인 선한 인류애의 정신에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공산주의가 밉다고 해서 인류애의 정신까지 말살해서야 되겠는가!
우리가 공산주의를 배격해야 하는 진정한 이유는 공산주의는 한 사람의 독단으로 개명된 인류의 투쟁의 산물인 개인의 자유와 재산을 강제하는 독재를 당연시하기 때문에 인류애는 고사하고 인권을 유린하는 최대의 악을 행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승만의 극단적인 반공이라는 것은 이기심과 탐욕과 아집의 발로라고 볼 수도 있으며 이것은 공산주의에 대한 반대를 사람에 대한 증오의 감정으로 변질시켰으며 더구나 이기적이고 탐욕적인 친일파를 앞세웠음으로 인하여 동포의 분열을 가속화시켰고 이승만은 이들 친일파를 자신의 독재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악용하였던 것이다.
미국의 초대대통령인 워싱턴의 정직하고 도덕적인 품성이나 또는 분쟁을 조정하여 서로를 화합하도록 한 행적과는 정반대의 길을 간 사람이 이승만이다. 우리 국민은 이승만에게 철저히 속아 그 참담한 불행을 겪었는데도 아직까지도 깨닫지 못하고 이러한 애매모호한 해설을 곁들인 방송을 하여 국민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것은 참으로 한심한 일이다.
이승만의 단정수립 즉, 정권의 분단으로 인한 나라와 국토의 분단, 한 가족이 지척에 살면서도 서로 내왕도 못하고 소식조차 알 수 없는 이 처절한 분단의 원인에 대하여는 생각조차도 못하고 묻어버려야 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가?
우리 민족 최고의 소원이 통일이라면 통일을 이루기 위하여는 분단의 원인인 단정수립의 원인과 과정에 대하여 거짓 없이 소상하게 밝히고 알아야 하는 것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의 순서가 아니겠는가?
‘불행에 빠진 사람은 그 불행의 원인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는 섹스피어의 말처럼 우리 국민은 부지불식간에 갑자기 일어난 엄청난 불행에 그 근본원인이 되는 분단에 대하여는 생각할 겨를조차 없었겠지만 그보다는 이 전쟁의 책임은 김일성에게 떠넘기면 그만이었으며 이승만의 단정수립과정에 대한 진실을 밝히고 말한다는 것은 당시에는 멸공의 광풍 속에서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솔직하고 정직하게 말하자. 이승만에 의한 단독정부가 과연 민주 공화국이었던가? 우리 국민의 행복이었던가? 대한민국의 시작은 이승만에서 비롯되었지만 그것은 민주공화국은 아니었다. 민주공화국은 헌법책자 속에나 있는 죽은 말이었고 이승만의 독재를 은폐하는 장식물이었다. 요즈음 등장한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말은 이승만으로 인해서 생긴 말이며 이승만은 실로 난폭한 제왕이었다. 때문에 이승만 정권은 4·19 혁명에 의하여 망하였고 잠시 민주당에 의한 민주정부가 세워졌었지만 이 역시 박정희의 반란으로 헌정이 중단되었고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진 독재정권에 대한 국민의 끈질긴 투쟁을 통하여 김영삼의 문민정부에 와서야 대한민국은 미흡하지만 겨우 민주공화국으로서의 새로운 시작이 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함에도 과거독재의 추종세력이 과거의 독재정권을 부정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근본을 부정하는 것 인양 민주국민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또다시 과거와 같은 민족의 재앙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분단과 독재를 위한 맹목적인 반공이 아니라 공산주의의 논리의 허구성과 실체를 밝히고 분단의 역사를 올바르게 인식하여 극단적이고 감정적인 반북 정서를 억제하고 우선 남한만이라도 이제 시작된 민주주의를 굳건히 지키고 키워나가는 것이 통일을 위한 올바른 방향이 될 것이다.
(2011년 9월 방영된 ‘대한민국을 움직인 사람들 초대대통령 이승만’에 근거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