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 딸들아! 힘내라, 딸들아!

982일 동안 흘린 너희들의 뜨거운 눈물을 안다… 수능대박

2011-11-03     김한정수 교사(홍성여고)

딸들아! 수능이 어느새 1주일 남았구나.
중학교 시절까지 나름대로 ‘날리던’ 너희들이 홍성여고에 입학한 이후, 전국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치열한’ 내신 경쟁 속에서, 한 번도 받아 보지 못한 등수나 등급을 받으면서 조금씩 조금씩 무너져 가다가, 3학년이 되어서는 수능으로 내신의 불리함을 보완해 보겠다고 지난 2월 24일에 3학년 교실로 넘어 와서 생활한 지, 오늘로 어언 253일이 되었구나. 게다가 오늘은 11월 3일 학생의 날인데, 축하를 받아야 할 날이건만, 오늘 역시 너희들은 안쓰럽게도 EBS교재에 얼굴을 묻고 1주일 후에 만날 수능과의 ‘맞짱’을 준비하고 있구나.

돌이켜 보면 나 빛샘은 너희들을 참으로 모질게도 대했구나. 아침에 늦었다고 혼내고, 교실에서 떠든다고 혼내고, 심지어 아파서 야간자습을 못하고 집에 가겠다는 너희들까지도 약하다고 혼냈으니, 나 빛샘은 정말 모진 사람이구나. 수능을 치러내기에는 너희들이 너무도 나약해 보였기에, 너희들의 정신을 강하게 하기 위해 강압적 방식을 고집해 왔으니, 너희들에게 할 수 있는 말은 그저 ‘미안하다!’ 뿐이로구나.

천일야화(千日夜話 ; 천 일 동안의 야간자습 이야기)! 생각해 본다. 2009년 3월 2일 입학 이후 오늘까지 982일 동안의 야간 자습을 통해 너희들이 얻은 것은 무엇이고, 동시에 잃은 것은 무엇일까? 1년 365일 동안 오직 공부만을 외치고, 수능만을 강조하던 내가 너희들에게 할 수 있었던 말은 그저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였단다.

하지만 어찌 공부를 즐길 수만 있을까? 그리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면서도, 따뜻한 집을 마다하고 가축 분뇨 냄새나는 학교에서 땀과 눈물을 흘리고 있던 너희들을 보듬어 안아 주지 못하고, 수능을 잘 치르기 위해서는 조금 더 강인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만 강조하던 나는 참으로 모진 사람이었구나!

하지만, 우리 딸들아! 빛샘은 한 번 더 모진 말을 해야겠단다. 딸들아, 강해지거라! 그리고 큰 소리로 외쳐 보거라! “이 놈의 수능아, 냉큼 다가와라! 그동안 내가 갈고 닦은 실력을 마음껏 뽐내 주리라”라고. 두렵다거나 떨린다는 앳된 마음은 저 멀리 집어 치우고, ‘숫타니파타’라는 불교 경전에 나오는 구절처럼 어떤 소리에도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어떤 그물에도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아무리 검은 흙탕물에도 더럽혀지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거라!

우리가 1주일 후에 맞이할 수능 시험은 우리가 힘들게 넘어야 할 산(山)이 아니라, 우리를 미래의 꿈으로 이끌어 주는 배(船)란다. 이제 우리는 그 배를 타고, 세상이라는 바다로 힘차게 나아가는 거란다. 그리고 우리 멋지게 ‘인생(人生)’이라는 바다를 일주해 보자꾸나.

우리 모두 수능 잘 치르고, 수능 다음날인 천 년에 한 번 온다는 밀레니엄 빼빼로 데이(11년 11월 11일)를 즐겁게 맞이하자. 그리고 수능 시험이 끝나고 난 후, 친구들과 손잡고 멋진 세상 구경 여행을 떠나자꾸나!
다시 한 번 수능을 준비해 온 우리 딸들에게 그동안 모질게 대해서 가슴이 저리도록 미안하다!
힘내자! 그리고 수능 잘 치르거라! 사랑한다, 딸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