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인들의 작은 희망이 되고 싶습니다”
충청남도농어촌발전상 받은 홍동면 이환의 씨
2011-11-03 김혜동 기자
이환의 씨는 1997년에 홍성군으로 전입한 이래 홍동면 금평리에서 농부이반교육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임대농으로 시작해 1만1447㎡를 경작하면서 영농에 전념, 조수입 1600만원을 올려 귀농 첫해부터 수지의 균형을 이뤄 귀농후배들의 모범이 되고 있다. 그간 정농회 홍성지회 총무, 풀무생협 감사, 홍동농협 대의원, 홍동천가꾸기 사무국장, 전국귀농운동본부 이사, 농촌경제연구원 현장리포터로 생산자의 한계를 뛰어 넘어 농업, 농촌의 지킴이로서 꾸준히 활동해왔고, 전국의 민간·행정기관의 귀농교육기관에 출강하는 등 자신의 경험을 자양분 삼아 전국 지자체의 귀농·귀촌 매뉴얼 수립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국화축제장 체험부스에서 만난 이 씨는 수수한 개량한복차림으로 방문객 인솔에 열심이었다. 고목나무의 껍질 속에서 ‘그랜드캐년’을 발견할 수 있다고 천진스레 말하는 천상 농부의 모습이었던 이 씨를 만나 그간의 활동과 향후 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이환의 씨는 광천읍 죽전리가 고향이다. 11살 때 광천에서 서울로 이사를 간 후, 33살까지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고 직장생활을 하다 다시 고향 홍성으로 돌아왔다. 현재 농장의 이름처럼 ‘바람직한 농사는 악마도 무찌를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홍동에 터를 잡았다.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자 전국 방방곳곳을 돌아다녔다. 물색 좋은 터를 알아보던 중 자녀들의 또래들이 많고, 그 아이들의 젊은 부모들이 많아 공감대 형성을 기대하고 홍동을 선택했다고 한다. 이 씨의 부인 오미정(45)는 현재 혜전대학교 사회복지계열에서 늦깍이 공부에 전념중이고, 첫째 딸인 아리수(19) 양은 천안의 여고에 진학, 둘째 딸은 미지(17) 양은 아빠의 일을 잇고자 풀무고등학교에 진학했다.
홍동에 터를 잡은지 약 14년, 톨스토이의 소설 ‘바보이반’에서 농장의 이름을 따왔다는 이 씨는 민중들과 함께 성실하게 일해 소박하고 평화로운 공동체를 만든 농부 이반의 이야기를 몸소 실현하고 있었다. 97년 9월에 홍동면에 귀농한 이후 지금까지 약 14년간 유기농으로 다양한 농사를 짓다보니 점차 규모가 커져 6800평을 돌봐야 했지만 차차 규모를 줄여가고 있는 과정이라고 한다. 현재는 5000평의 농지에 다품종소량생산의 방식으로 여러 가지 작물과 동물들을 키우고 있다.
이 씨는 현재 귀농·귀촌을 생각하는 많은 도시민들을 위한 길라잡이 역할을 하고 있다. 농협귀농대학, 안성·창녕교육원, 농협중앙회 귀농학교, 각 시·군 농업기술센터 등지에서 성공적인 귀농과 귀촌을 위한 강연을 해왔으며, 귀농관련 세미나에서 종종 발제자로 나서고 있다. 아울러 농촌진흥청 현장명예연구관이자 홍성군귀농지원연구회 운영위원이며, 충남농업기술원의 귀농정책, 귀농매뉴얼·커리큘럼 등의 수립에 자문을 맡아 다방면으로 귀농노하우를 전수해 오고 있다. 이 씨는 “귀농 첫 해에 고생을 꽤 많이 했다. 익음때가 다른 세 종류의 모가 섞여 모내기 때 큰 실수를 했었고, 중간 물떼기도 건너뛰어서 논이 매우 질었었다”며, “이런 시행착오를 귀농후배들이 겪지 않길 바라는 귀농선배로써의 마음이 크다”는 소감을 전했다.
한편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이환의 씨는 마을에 연로하신 어르신들의 양수기, 보일러, 전자제품 등을 수리해주고 마을의 공동작업이나 애경사시에도 적극 참여해 일꾼으로 인정받아왔다”고 전했다. 마을의 원주민들과의 동화는 귀농을 원하는 이들에게 귀농선배들이 누누이 강조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귀농정책의 수립과 집행의 최전방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 씨는 장차 ‘영농초보자를 위한 현장밀착형 매뉴얼’, ‘귀촌자를 위한 귀촌매뉴얼’과 같은 책을 저술하고, 시골농가의 영농비법과 노하우를 취재·발굴해 소개하는 작업을 할 계획이다.
이 씨는 “홍성군내 귀농·귀촌 정책은 이제 막 첫발을 떼었다”며, “해당 공무원들의 열의가 남다르고, 홍성귀농지원연구회의 활동이 점차 구체화되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홍성군으로 귀농·귀촌을 결심한 사람들을 위한 안내자역할 이외에도, 홍성군 전역의 빈집과 농지에 대한 총체적인 조사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씨는 “이러한 조사는 민간차원에서 진행하기에 쉽지 않다. 홍성군이 기초조사를 수행하고 홍성군귀농지원연구회가 후배귀농인의 멘토역할을 해야 할 것”이며, “조만간 홍성군귀농귀촌종합지원센터가 현실화되면, 원스톱서비스로 귀농지망자들에 대한 지원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