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은 사랑 돌려드리는 삶을 살고 싶어요”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 양복 부문 은상, 박현분 씨

2011-12-08     최선경 편집국장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 양복 부문에서 은상을 수상한 박현분(52. 홍성읍)씨는 지체장애 3급이다. 지난 2008년 대회에서는 양장으로 은메달을 땄으나 메달을 딴 부문에는 재출전이 불가한 경기방침에 따라 이번엔 양복으로 바꾸어 출전해 메달을 획득해 그 의의가 크다.

“심사평에서 이번 대회 출품작이 전반적으로 기술이 떨어지는 것 같다고 하길래 ‘아, 떨어졌구나’ 했어요. 기대도 안 하고 있다가 수상자를 칠판에 적어놨다고 들어가 보라고 하길래 제일 나중에 들어가 봤더니 맨 위에 제 이름이 없어 실망했는데 밑에 보니까 제 이름이 있더라구요. 먼저 함께 가준 남편에게 고맙다고 했어요. 남편의 격려와 도움이 없었다면 어려웠을 도전이에요”

다섯 살 때 소아마비를 앓아 장애를 갖게 됐고 형편상 학업을 중도에 그만두게 되자 부모님의 권유로 배우게 된 양장 기술은 오늘의 박 씨를 있게 해줬다. 박 씨는 불편한 몸이지만 양장점 밑바닥에서부터 일을 배워 나갔다고 한다. 사실 옷을 만드는 것은 하루 종일 서서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목발에 의지해야 하는 박 씨에게는 무척 버거운 일이었다. 그러나 비장애인보다 못하다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더 열심히 했고 시간을 더 많이 투자하고, 더 많이 노력했다.

“양복이나 양장은 지금은 사양 산업이 되어 버렸고 일자리도 구하지 못해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지체장애인협회 쪽에서 전국장애인기능경기대회 출전을 권하셨어요. 이렇게 두 번이나 메달을 딸 수 있게 돼서 너무 기쁩니다”
대회에 나가기 전 중간에 양장 일을 몇 년 쉰 적도 있고 공백이 있어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주변 지인들이 여러모로 도움을 많이 주었다고 한다.

“제일의상실 한경숙 사장님, 보라매 양복점 이상태 사장님, 제일양복점 김구오 사장님의 조언과 훈련, 배려가 뒷받침 됐어요. 참 고마운 분들입니다”

남편 이종수 씨도 10여 년 전 전국대회 시계부문에서 은메달을 획득했고 그 후 대회 심사위원을 여러 차례 할 정도로 실력파이지만 시계도 사양산업이라 지금은 일거리가 없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슬며시 드러냈다.

슬하에 남매를 두고 있는 박 씨는 누구보다 훌륭한 어머니였다. 큰 딸은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에서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으며, 아들은 현재 의과대학 1학년에 재학 중이다. 장애부모를 둔 아이들이 혹시라도 상처를 받지 않을까 우려도 했지만 타인의 시선을 너무 의식하지 말고 살라고 가르쳤단다. 그 덕분에 어려서부터 위축되지 않고 밝고 건강하게 자라주었다며 자식 이야기를 하는 내내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마음을 나타내는 박 씨의 미소가 환했다.

“우리 가족들이 지인들의 도움을 많이 받고 살아왔으니 너희도 열심히 공부해 나중에 잘 돼서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어야 한다고 가르쳤어요. 비록 가진 것 없고 부족한 점 많지만 나중엔 우리가 받은 것보다 더 많이 돌려주면서 살고 싶어요”

양복 심사의 기준은 맵시이다. 소위 말하는 간지나게 만들어야 상위권에 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회에는 6시간 안에 스판 재질로 된 체크무늬 원단으로 자켓을 만들어 내야 했는데, 특히 체크무늬 원단이라 패턴을 맞추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까다로웠다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이번 대회에서는 완성조차 하지 못한 사람들도 여럿 있었다.

“양복을 30~40년 만든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이번에는 기대도 안 했는데 뜻밖에 좋은 성과가 있어 기뻐요. 다음엔 한복에 도전하라고 하는데 사실 자신은 없어요. 대회 기간 3일 동안 집중을 하다보면 체력이 많이 딸리거든요. 2~3개월 준비기간도 힘들고, 그러나 주위에 60세가 훨씬 넘는 분들도 꾸준히 대회에 나오시는 것을 보면 한편으로는 도전해볼까 고민 중입니다”

한 땀 한 땀 정성껏 바느질을 하며 한 벌의 양복을 완성해 나가듯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욕심내지 않고 하루하루 긍정적으로 살아가는 박 씨의 소박한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애들 졸업해서 본인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으면 좋겠고 우리 부부 그저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주변을 보면 미용일을 하는 사람은 미용 봉사도 하는데 나도 뭔가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 없는지 찾고 있어요. 그래서 여러분들이 주신 사랑, 조금이나마 되돌려드리고 싶어요”

지금은 장애인에 대한 인식도 많이 좋아져 감사하다고 한다. 그리고 이렇게나마 움직일 수 있다는 게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하는 박 씨는 “조그마한 수선 가게를 차려서 사람들 만나 소통도 하고, 저의 재주를 사회에 환원할 수 있었으면 해요. 자신의 꿈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서고 있는 동료 장애인들에게 롤 모델이 된다면 더할나위 없겠죠. 장애인을 위한 능력 개발의 기회가 주어지는 이와 같은 대회가 더 많이 개최되었으면 해요”라며 마지막으로 작은 소망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