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고, 이전을 위한 발전적 전략
2011-12-22 최명환 공주교대 명예교수
1. 지정학적 맥락
충청남도는 맑은 금강과 풍요로운 서해, 푸른 기상과 깨끗한 환경, 미래를 창조하는 충남인을 추구해 왔다. 도청이 내포로 이전하면서 우리의 상징은 맑은 환경, 푸른 기상, 새로운 공간으로 다가온다. 이는 시대, 역사, 문화의 지향을 함축한다.
그동안 충청남도는 한 세기에 걸쳐 균형 성장을 이룬 대표적인 지방자치단체 행정구역이 되었다. 도청 소재지가 공주에서 대전, 대전에서 내포로 이전하면서 행정, 경제, 인구 이동이 계획적으로 이루어짐으로써 새로운 지방자치단체의 면모를 일신해 왔다. 공주의 교육도시, 대전의 교통·물류 도시, 내포의 문화도시 지향이 이를 잘 말해 준다.
이러한 지정학적 맥락은 홍성고등학교의 미래 위상과 관련이 깊다. 호서 명문의 지역 정서와 내포 이전의 변화 요구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는 홍성과 내포 발전의 핵심 명제이다. 그 논리적 당위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 역사적 맥락
1930년대의 대전은 이름 그대로 허허벌판 ‘한밭’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80년의 역사가 대전을 교통과 물류의 도시로 바꿔 놓았다. 그럼에도 대전은 전통과 문화 명소가 없어서 도청 소재지로서의 위상에 머물렀다. 그래서 대전시민은 명문 대전고등학교를 키웠다. 그런데 대전이 둔산 지역을 개발하면서 충남고등학교가 새로운 교육 공간을 차지함으로써 ‘대고’는 과거지향의 모습으로 전락하였고, ‘충고’는 새로운 명문으로 우뚝 섰다.
70년대 개발 바람을 타고 서울은 강북과 강남으로 나뉘었다. 개발되기 이전의 강남은 영등포구가 고작이어서 이주민이 밀려드는 전형적인 상업도시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개발 바람을 타고 한강 이남은 동서로 갈리어 동쪽은 주거와 교육, 서쪽은 상업과 주거 공간으로 상전벽해를 이루었다. 강북의 역사 공간과 강남의 개발 공간은 상호작용하면서 발전을 거듭했다. 그 핵심이 정부가 주도한 강북 전통문화의 자존심과 민간이 주도한 강남 교육문화의 경쟁력임을 우리는 잘 안다.
지금 충남은 새롭게 태어날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개발과 발전의 바람이 북서풍을 타고 연기와 내포로 불고 있다. 공주의 백제문화, 대전의 개발 역량을 접목할 기회다. 국가 차원의 행정중심복합도시와 지방자치의 구심점인 충남도청이 새로운 모습을 갖추게 되면 충남의 발전 동력은 탄력을 받게 된다. 내포로 이전하는 충남도청의 청사진은 이런 맥락에서 의미가 크다.
3. ‘홍성고’ 이전의 논거
인간은 합리적인 동물이라고 흔히 말한다. 이때의 합리성이란 시간, 공간, 정신에 작용하는 심리적 균형을 의미한다. 지금 홍성 군민은 ‘홍고’ 이전을 앞두고 찬반의 갈림길에 서 있다. ‘홍고’가 이전하면 홍성이 쇠퇴한다는 피해의식의 반응도 없지 않다. ‘홍고’는 내포 도청 소재지로 이전하여 지역 발전의 견인차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강력하다. 이런 보수적 견해와 진보적 시각을 아우를 수 있는 특단의 전략은 무엇인가.
한밭의 명문고 대전고등학교는 새로운 개발지역 둔산으로 이전을 포기했다가 충남고등학교의 도전에 속수무책이다. 그들은 차마 그 찬란했던 전통을 자랑할 수도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대전뿐인가. 서울의 ‘경기·서울’과 ‘중동’ 고등학교는 강남 바람을 타고 이전하여 특수를 톡톡히 누린다. 그러나 강북의 5대 명문이던 ‘경복·용산’과 ‘중앙’은 말할 것 없고, ‘이화여고’도 강북의 전통을 계승하려고 안간힘을 다하지만 대치동 바람에 창과 방패를 잃었다.
홍성 군민은 이 시점에 창과 방패를 들고 내포 이전의 꿈을 이뤄내야 마땅하다. 이것이 역사와 시대의 요구이고 사회 통합의 통 큰 선택임에 틀림이 없다. 홍성은 충절의 고장이면서 창조와 계승의 전통이 확고하다. 이런 자존심이 홍성의 정신이요, 홍주의 얼이다. 우리가 어찌 홍주아문에 매달리고 월산 자락에 연연하겠는가.
4. 홍주 문화 복원
홍성은 받아들이면서 자랐고 양보하면서 커 왔다. 홍주인은 결성을 받아들여 ‘홍성’으로 탈바꿈하였고, 내포에 양보하여 충남의 인재를 키워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새로운 충남도청 소재지 내포는 행정, 교통, 물류, 관광, 교육을 아우르면서 복합문화도시를 지향해야 옳다.
공주의 금강, 대전의 철도와 고속도로가 이들 도시를 견인하였다면 내포 신도시는 철도, 고속도로, 해상 교통까지 아우를 수 있는 천혜의 여건을 갖추게 된다. 따라서 서울, 인천, 내포 공간을 엮는 새도시 설계와 중국과의 바닷길을 무역과 관광의 두 날개로 띄워야 한다. 여기에 강남·둔산과 같은 교육 문화 공간을 조성해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영남의 불교와 유교의 유적, 호남의 문학과 회화의 전통은 우리나라가 자랑하는 문예의 전통이다. 그런데 어디에도 불교, 유교, 천주교를 아우른 유서 깊은 지방은 없다. 그러나 예산의 불교 도량, 논산과 홍주의 유학 전통, 당진의 천주교 성지, 홍성·보령·서천의 시인·작가, 서산과 홍성의 회화와 무용이 어우러진 지역이 충남이다. 이런 이념과 실천을 펼친 행정구역은 충남이 유일하고, 그 가운데 홍성이 전체를 아울렀다.
홍성 군민이시여, 내포를 중심으로 문화공간을 만드시라! 홍성은 영남의 틀[지식]거리, 호남의 볼[예술]거리, 기호의 얼[학술]거리를 종합하여 꽃[문화]거리를 창조할 수 있다. 홍주를 복원하여 얼순례길을 내어 보시라. 천안의 독립기념관을 출발하여 당진, 예산, 홍성, 보령, 서천을 잇는 탐방길을 개발하면 서해안을 끼고 돌면서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내포의 얼로 다시 태어나리라.
5. 홍성 군민의 소원
홍성 산업을 전략화할 필요가 절실하다. 얼거리, 볼거리, 먹거리, 놀거리가 산학에서 우러난다. 황우석 박사는 실험용 돼지 사육지로 홍성을 선택하였고, 카이스트 임완택 교수는 홍성 축산 단지의 브랜드 가치를 드높여 주었다. 홍성은 축산에 투자해서 홍성 ‘삼겹살’을 중국 관광객이 광천 새우젓에 찍어 먹고, 궁리의 낙조를 감상하면서 시도 읊고 말도 타고, 새우 맛도 보는 관광지로 개발해야 한다.
김석환 군수와 김원진 의장은 차기 선거를 의식하고 홍고 이전에 머뭇거리지 말고 행동으로 말하라. 안희정 충남지사와 ‘홍고 이전’, ‘홍성 발전’을 놓고 빅딜하라. 그래서 홍성의 산업과 내포의 교육으로 우리의 경쟁력을 끌어올려 주어야 마땅하지 않은가! 산업과 학예, 음식과 관광이 어우러진 문화 공간으로서의 홍주와 내포의 상징, ‘홍포(洪浦)’를 창조하라. 이것이 홍성 군민의 염원이요, 우리의 진정한 소원이다.
홍성 군민이여, 재 너머 사래 긴 밭을 언제 갈려 하는가. 우리 모두 홍고 이전으로 새로운 터전을 닦자. ‘강남’이 어찌 용꿈을 꾸고 ‘강북’이 어찌 교육을 탐하랴. 용봉의 꿈은 홍주 문화의 계승과 산업 발전에 있고, 내포 문화의 핵심은 지역 통합과 인재 양성에서 찾아야 한다. 그러면 홍성과 내포의 ‘터주대감’과 ‘들온이’가 위엄과 패기로 어우러지리라. 전통과 산업 경쟁력으로 홍성을 살찌우고, 통합과 교육 경쟁력으로 내포를 띄우자. 이것이 내가 바라는 ‘홍포’ 발전의 논리요 철학이다.